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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해야 할까. 무슨 글을 써야 할까. 답답할 뿐이다. 지율 스님의 목숨은 촌각을 다투고 김재복 수사님, 박기범 님의 밥 굶기도 길어진다. 모두들 살아있는 다른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걸고 싸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사는 것이 힘들다. 지율 스님, 김재복 수사님, 박기범 님과 같이 밥 굶기를 하며 싸우고 싶다. 세상이 갈수록 미쳐 돌아간다. 모든 것이 돈의 논리다. 아, 나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제 쓴 글을 이 곳에 올린다. 지율 스님, 김재복 수사님, 박기범 님의 밥 굶기를 내 온몸 온마음으로 껴안으며. '월든'을 읽고 사람은 어떨 때 행복할까.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행복한 삶을 찾으려 할 것이다. '월든'을 쓴 소로우는 문명생활 보다는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럴까. 지금은 사람들이 좀더 편하게 살겠다는 생각에 여러 가지 기계를 만들고 자연을 사람들이 살기 좋은 조건으로 바꾸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정말 행복해졌을까. 지금 부자 나라들은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강제로 팔기 위해 가난한 나라들을 쳐들어가 수많은 여자들과 아이들을 죽인다. 그들은 그런 일을 하면서 민주, 인권, 자유, 평화를 찾아 준다고 말한다. 때로는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이런 시대에 소로우의 생각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자발적 가난. 목숨을 이어가는데 꼭 필요한 것만을 자연에서 얻고 나머지는 다 자연에 돌려주는 삶이다. 조금 불편하고 빠르게 움직이지 못해도 영혼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삶이다. 기차를 타고 빨리 갈 수도 있지만 차비를 벌거나 기차에 내려 머물 곳에 낼 방값을 벌 걱정 없이 자연을 벗삼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걸어가는 삶이다. 사람이 사람뿐 아니라 숲을 죽이고 바다를 죽이고 땅을 온갖 농약으로 더럽히는 세상에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연의 힘뿐이다. 자연만이 스스로 복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자연은 온갖 아픔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포근히 감싸안고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된다면 자연의 질서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일 것이다. 아니 언제부턴가 자연은 그 순환의 박자를 잃어가고 있다. 지구의 곳곳은 이상 기후로 살아있는 것들이 수없이 죽어간다.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과 개발논리, 전쟁으로 인한 파괴가 자연의 숨통을 조인다. 소로우는 사람들에게 느림의 삶을 살라고 말한다. 멀리 여행을 가느니 '마음의 여행'을 떠나라고 한다. 각자 마음속에 있는 끝없이 펼쳐진 진리의 바다와 하늘을 보라고. 삶의 진실을 찾는 마음의 여행을 바로 지금, 자기가 머문 바로 그 자리에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 곳에는 전쟁이나 자연의 파괴는 없고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조화로운 만남만이 있다. 어느 날 소로우는 풀숲에 기어가는 작은 벌레를 보게 된다. 벌레는 소로우가 손가락 하나로 죽일 수도 있는데 아주 거만하게 꼼지락거리며 모른는 척 한다. 그 때 불현듯 그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한 마리의 인간벌레인 자신을 내려다보며 은총을 주는 절대자를 느낀다. 소로우는 월든 호수의 수면이 햇빛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고, 호수를 비늘이 반짝반짝하는 살아 움직이는 한 마리의 커다란 물고기로 생각한다. 우주적 깨달음이다. 사람이나 월든 호수나 우주라는 큰 자연에서 보면 작은 영혼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런 작은 영혼들이 서로 조화로운 관계를 맺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그런데 현대의 기계문명은 갈수록 그런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관계를 끊고 있다. 오로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만 생각한다. 결국 사람의 탐욕과 어리석음, 집착이 자연을 파괴하고 스스로의 무덤을 깊게 판다. 사람은 죽으면 자기 몸 하나 들어갈 나무 상자에 갇힌다. 그런데 사람들은 끝없이 넓은 땅을 가지려 하고 좋은 옷을 입으려 하고 지나치게 육식을 즐겨 자신의 영혼을 더럽힌다. 지구의 한 쪽에서는 단지 물이 없어 죽는 아이들이 하루에 5천 명이 넘고 배고픔과 어른들이 벌인 전쟁,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까지 더하면 3만 명이 넘는다. 반면 지구의 다른 쪽에서는 너무 많이 먹어 생긴 병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소로우는 모든 사람들이 숲에 들어가 생활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각자 살고있는 그 곳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 살라고 한다. 단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이 사라져 가는 것을 걱정할 뿐이다. 오로지 물질의 안락함만을 찾으려는 마음이 정말로 찾아야 할 삶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사는 것을 안타까워할 뿐이다. '월든'은 지금부터 150여 전에 쓰여진 글이다. 그 당시에는 별로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갈수록 사람뿐 아니라 살아있는 것 모두가 파괴되는 세상에 더욱 빛을 내고 있다. 그러면 왜 우리는 '월든'을 읽어야 할까.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가 마음속에 갖고 있는 '순수'를 되찾기 위해서다. 순수의 마음은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마음이다. 가난을 선택했기에 가질 수 있는 맑은 영혼이요,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곳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영원의 목소리다. 그것은 사람이 자연속에 살며 신의 목소리를 온몸 온마음으로 느끼는 삶이다. 그 삶은 온갖 살아있는 목숨에 대한 끝없는 사랑에서 시작된다. 그 때 한낱 작은 모기의 윙윙거리는 날개 짓도 웅장한 우주의 소리로 들린다. 그것은 어떤 유명한 작곡가가 만든 교향곡보다도 크고 오묘한 자연의 숨소리다. 소로우는 비록 44살에 눈을 감았지만 자연과의 끝없는 만남과 사랑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과 이치를 깨달았다. 그는 신이 만든 자연의 조화로운 합창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지은 작은 오두막의 아침은 다람쥐, 쏙독새, 어치, 들꿩, 말벌, 산토끼, 마못 등 월든 숲에 사는 온갖 살아있는 동물들의 쉼터요, 놀이터다. 그들이 오두막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깨우는 아침은 어떤 뛰어난 음악가도 만들지 못하는 힘차면서도 겸손한 자연의 숨소리요, 신이 만든 즐거운 합창이다. 이제 우리가 그 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의 힘든 삶을 쉬게 해줄 곳은 우리가 태어났고 죽어 묻혀야 할 땅과 숲, 강, 바다다. 소로우는 빠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기차를 보면서 그 철로 밑에 놓인 침목을 철도 공사를 하다 쓰러져간 수많은 노동자들로 생각한다. 기계문명은 배고프고 헐벗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 건 끝없는 노동으로 만들어진다. 수백 수천 년을 묵묵히 살며 숲을 만들고 산을 이룬 나무들의 목숨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배고프고 헐벗은 사람들의 해방된 세상을 위해서도 싸워야 하지만 삼라만상의 목숨을 살리는 땅과 바다, 호수, 숲을 지키고 가꿔야 한다. 이제 소로우의 자연 친화의 삶을 우리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를 강제로 차지하고 한반도 남녘은 그것을 도우러 군대를 이라크에 보냈다. 이것이 모두 마음의 순수를 잃고 오로지 물질에 대한 탐욕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든다.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자기 목숨 살리기 위해 남의 아이 죽이러 가도 된다고 가르쳐야 하나. 우리는 각자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마지막 순수를 찾아 "사람보다도, 돈보다도, 명예보다도 내게 진실을 달라"고 조용히 외치는 소로우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사람이 살고 세상이 살고 목숨이 붙어 있는 모든 것들이 살 수 있는 길이다. 살아서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아름다운 길, 영원의 길이다. 자연은 우리의 스승이자 영원한 삶의 동반자다. 2004년 8월 24일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해 지율 스님이 56일째 밥을 굶는 날,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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