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회복지대회 ‘폭력적 진압’...국제사회는 ‘연대’로 답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복지부 장관은 '외면'
해외 사회복지사들은 '응원' 외신도 놀란 폭력적 진압… “우리는 그들 이야길 들어야 한다”


세계사회복지대회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는 기습시위에 국제 사회복지계는 ‘연대’로 답했다.

지난 27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세계사회복지대회 개회식에서 정진엽 복지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단상에 올라가 손피켓을 펼치면서 현재 복지부가 진행하는 장애등급제 개편안을 비판하며, 한국의 처참한 복지 현실을 알리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은 경호원에 의해 곧 무참히 끌려 나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여성이 휠체어와 분리된 채 사지가 들려 끌려나갔으며 윗도리가 올라가 가슴팍이 다 보일 정도였다. 이 여성은 이후 행사장 바깥에 주저앉아 울며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개 끌 듯 끌고 나오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러한 폭력적 진압은 세계사회복지대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지는 27일 이 사안을 상세히 보도했다. 루스 스타크 세계사회복지사연맹 회장은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시위자들과 같이) 자기 목소리를 전하고자 하는 사람뿐 아니라 우리의 책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에서 사회복지 강사이자 진보적 사회복지 단체인 SWAN의 멤버인 레아 마그라직은 이번 사안에 관심을 보이며 공동행동 측에 연대 의사를 표하며 연락해오기도 했다.

이에 공동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28일 오후 5시 삼성동 코엑스 3층 오디토리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여성 강제진압 사태에 대해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과를 촉구했다. 전날 사태를 지켜보았던 백여 명의 해외 세계사회복지대회 참가자들은 호기심을 표하며 기자회견을 지켜보았다. 공동행동은 미리 준비해온 영어 리플렛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이번 사안을 해외에 알리고자 했다.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는 “세계적인 사회복지대회에서 사람을 무참히 짐짝처럼 들고 끌고 나갔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복지이고 인권이다.”면서 “대한민국은 복지국가라고 말로만 떠든다. 그런데 이곳에 장애인의 인권은 없다.”고 질타했다.

영국에서 사회복지 강사이자 진보적 사회복지 단체인 SWAN의 멤버인 레아 마그라직. 레아는 이번 사태를 유튜브 영상으로 접하고 공동행동 측에 연락을 해왔다.
이번 사태를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공동행동 측에 연락해온 레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대 발언을 했다. 레아는 “이건 사회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다신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사지가 들려 나가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서 “이 콘퍼런스는 사람의 존엄성과 휴머니티를 대표해야 한다. 우리는 여러분들을 위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장관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사과를 받아내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울 것”이라면서 “현재 영국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보지만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함께 연대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한국 정부가 4년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이 끊임없이 죽어 나가는 참혹한 한국 현실을 알렸다. 박 대표는 “이 나라 정부는 자기가 약속한 것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복지부 장관에게 대화하자고 수없이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게 복지와 인간 존엄성의 기본이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살고 싶은 인간일 뿐이다.”면서 “4년 동안 외치고 있는데 더는 외롭지 않게 대한민국 정부에 함께 이야기해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후, 해외 참가자들이 공동행동 활동가들에게 지지의 마음을 표하며 인사를 건네고 있다.


외신 기자도 놀란 폭력적 진압… “우리는 그들 이야길 들어야 한다”
이러한 사태에 외신 기자도 큰 놀라움을 표했다. 노르웨이의 사회복지잡지 FONTENE 부편집장인 미아 폴센(Mia Paulsen)은 “개회식 때 맨 앞줄에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올라가자마자 끌려 내려오는 바람에 무슨 일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면서 “나와서 선전물을 받아보고서야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노르웨이에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까지 시위하는 것은 난생처음 봤다.”면서 “선전물을 보니 그들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이유가 ‘절박함’때문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노르웨이 사람들에게도 이런 일을 소개하고 싶어 기사로도 썼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사회복지사 캐더린(Katherine) 씨는 “시위하러 올라온 사람들에게 몇 분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줬어야 했다. 그들은 사회복지 서비스 이용자들이고 우리는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자들이다.”면서 “그들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였다. 그런데 심지어 ‘세계사회복지대회’에서도 그들 목소리가 묵살되는 것에 화가 많이 났다”며 주최 측을 비판했다.

미국에서 사회복지사를 하는 로렌(Lauren) 씨는 “나름 복지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니 믿을 수 없다. 사회적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시위자들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공동행동 측에 응원을 전했다.

한편, 이러한 해외 사회복지사들의 관심에 공동행동은 세계사회복지대회 폐막식에서 공식적인 질의응답을 나눌 기회를 갖게 되었다.
덧붙이는 말

강혜민, 최한별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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