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고객센터 노동자 “오늘부터 현장 투쟁 시작”

“공공적 성격 보여주기 위한 결정”…노동자 배제할 시 재파업 경고

24일 동안 직영화를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진행한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건강보험의 공공적 성격을 다시 보여주겠다며 현장 투쟁으로 전환했다. 만일 공단 측이 민간위탁 타당성 논의 등에서 노동자 의견을 배제한다면 또다시 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들은 현장에 복귀해 그동안의 실적압박에 저항하고, 휴식시간을 준수하는 등 상담 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는 25일 오전 고객센터들이 위치한 전국 6개 건물 앞에서 현장 투쟁 전환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공공성 강화를 위한 결단을 촉구했다.

지부는 현장 투쟁에 돌입하며 “우리 노동의 공공적 성격을 다시 보여주기 위해 현장 투쟁으로 전환한다. 법과 정부의 지침에 적힌 대로 일하며 민원인들에게 콜 수에 쫓기지 않고 성실하게 상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결정은 “900여 명의 조합원은 파업을 더 지속하고 끝장 보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투쟁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재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며 “아울러 대구센터에서도 지회가 설립돼 투쟁의 대열에 곧 합류할 것이라는 점을 공단 측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정부의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에 따른 ‘고객센터 민간위탁 사무논의 협의회’에서 민간위탁의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노조는 내·외부 전문가만으로 구성된 이 기구에서 만약 노동자 의견이 배제되는 등의 문제가 있으면 다시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오늘부터 더는 통제받는 노동자가 아니다"

김숙영 지부장은 3개 서울센터가 위치한 영등포구 이레빌딩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로부터 왜 지금 현장 투쟁으로 전환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관련해 어제저녁 6시까지 토론했다. 이런 비판들이 우리의 힘”이라며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금 더디고 힘들지라도, 끝까지 함께하자는 결의를 다시 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지역가입자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부모님을 위해 고객센터로 전화했다고 한다. 당연히 지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친절한 지사 직원은 26분을 상담하며 마지막에 혹시 부족한 내용이 있을지 모르니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파업에서 복귀하면 다시 상담받으라고 했다고 한다. 26분을 통화해도 고객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더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만약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그만큼 오랜 시간을 상담했다면 팀장에게 불려갔을 것이다. ‘몇 년을 근무했는데 26분이 걸리냐’고 했을 것이다. 우리도 꼼꼼하게 상담하고 잠시 쉬었다 일할 수 있는 날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늘 현장에 들어가면 더 이상 우리는 통제받는 노동자가 아니다. 고객의 관점에서, 50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상담하자”라고 전했다.

송미정 서울 1센터 조합원은 “우리는 공단이 단순 업무라고 치부하며 처우개선 등에 묵묵부답이었기 때문에 파업에 돌입했다. 한 달 기간 값진 동지애를 배웠다. 우리의 뜨거운 함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현장에서의 파업을 오늘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용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고객센터 파업 투쟁으로 정부와 공단, 업체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해왔는지 명백히 폭로됐다”며 “정부와 공단은 고객센터를 직영화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고, 숙제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제대로 하지 못할 시 더 큰 투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모자와 조끼를 착용하고 한 달 가까이 만에 현장으로 돌아갔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6시간 동안 전화만 받았으며, 쉬는 시간도 평균 15분 정도만 사용해 왔다. 오늘(25일)부터 이들은 정부의 콜센터 노동자 지침에 따라 상담 처리 시간과 휴식시간을 준수해 일한다.

지난해 12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 지원 대책’에 따르면 콜센터 노동자의 휴식시간은 ‘1시간 상담 시 5분 혹은 2시간 상담 시 15분’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안전보건공단의 2011년 ‘콜센터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 관리 지침’의 내용이다. 여기에는 “근로자들이 자신의 휴식시간을 선택하고,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마시고 싶을 때는 자유롭게 사용하고, 고객과 힘든 상담을 한 후에는 휴식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2006년 구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공공기관 콜센터 구축 가이드’에는 일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실 상담시간이 5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혀 있다. 노동자들은 위 지침들을 준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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