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기업’은 지원하고 ‘고용위기’는 패싱한다

[이슈④]‘튼튼한 고용사회’라면서 위기 일자리 방관하는 정부

[‘아무리 봐도 구린 뉴딜’ 연재 순서]
(1) 반환경·비민주 옷 입은 신재생에너지
(2) ‘그린 뉴딜’ 한다면서 ‘그린벨트’ 막개발
(3) 문재인의 그린 뉴딜, ‘사회 대전환’ 한다면서 정책 ‘우려먹기’
(4) 한국판 뉴딜, ‘기업’은 지원하고 ‘고용위기’는 패싱한다
(5) 한국의 기후 운동, ‘우리’는 누구이고 ‘저들’은 누구인가?
(6) 도시가 만들어낸 기후위기는 시골로 향한다
(7) 그린워싱


지난 6월 26일, 한국게이츠(본사 대구 달성군)는 노동자들에게 공장 폐쇄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게이츠 본사는 “2019년부터 전 세계에 걸쳐 시행하고 있는 사업 구조조정 방안의 일환이며,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정이 앞당겨졌다”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1차 밴더로 내연기관 부품인 타이밍벨트를 생산하는 한국게이츠는 2019년 61억 원, 2018년 64억 원, 2017년 94억 원, 2016년 9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만큼 건실한 중견기업이었다.

한국게이츠 폐업 사태는 향후 자동차 산업 재편에 따른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자동차 시장에서는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한국게이츠 같은 사례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부품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미래차 시장을 명분으로 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쌍용차의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의 새 투자자가 나타나면 현재 보유 중인 74.65%의 지분을 50% 아래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에 대한 투자도 더 이상 없다고 못 박았다. 경영난을 겪는 쌍용차를 정리하고, 인도 전기차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였다. 마힌드라그룹은 지난 6월 전기차 시장 투자를 위해 그룹 내 모든 사업을 재평가하고 전략적 우위를 점하거나 18% 이상의 수익이 있는 기업에만 계속 투자할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보다 앞선 2018년 2월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발표가 있었다. 한국GM 경영진은 5년간 누적 적자가 2조 원에 달해 회사가 존속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GM은 같은 해 11월 북미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하며 ‘전략적 전환(strategic transformation)’을 선언했다. 아울러 북미 5개 공장에서 1만4000명 규모의 감원을 예고했다. CEO 메리 바라는 “이번 구조조정이 GM의 전환을 매우 민첩하고 유연하며 수익성 있게 만들 것이며, 미래에 투자할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황현일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비상임연구 위원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은 유행처럼 번졌고, 글로벌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미래차로의 전환 준비를 위한 비용 마련을 주된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며 “미래차를 명분으로 한 구조조정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1)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고민, 정부는 있나?

그동안 수소차 개발에 올인했던 현대차가 올해 전기차를 핵심 주력 사업군으로 지목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실제로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르면 세부 10가지 과제 중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등의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2025년까지 20.3조 원(국비 13.1조 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목표는 전기, 수소차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를 감축하는 한편 글로벌 미래차 산업을 선점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기차·수소차 보급을 늘리고 관련 인프라를 확대하는 데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 대(현재의 12배), 수소차 20만 대(현재의 40배)를 보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계획에는 미래차 산업 전환으로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사업으로 창출한다는 15만 개의 일자리에 대한 구체적 상도 제시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적고 공정도 단순해 인력이 덜 투입된다. 금속노조와 완성차노조(현대 자동차지부·기아자동차지부)가 지난해 발간한 ‘미래형 자동차 발전동향과 노조의 대응’ 연구보고서는 전기자동차 생산이 본격화하는 2025년에 현대차 기술직 중 1300여 명, 기아차 생산직 1000여 명이 감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감축 인원은 2025년까지 현대·기아차 내연기관차·하이브리드차·전기차종 생산 비율이 각각 75:10:15로 구성되고 공수 감축 비율이 20%라는 전제하에 계산됐다. 다만 현대·기아차에서 나오는 정년퇴직자 누적 예상인원(현대차 1만3779명, 기아차 5403명)은 이를 얼마간 상쇄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구진은 스마트공장·모듈화·외주화 같은 요인까지 살핀다면 고용은 더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엔진, 변속기, 클러치를 배터리와 모터로 대체한다. 연료탱크와 라디에이터 그릴, 각종 오일류 부품 등도 필요하지 않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자동차 한 대당 들어가는 부품 개수가 2만~3만 개에서 1만여 개로 반 토막 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6900여 개에 달하는 엔진 부품이 모두 사라지고 내연기관 전용 전장부품도 70%가량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차로의 전환이 완성차보다 부품업체들에 더 두렵게 다가오는 이유다. 현재 국내 자동차 산업은 직접고용만 약 40만 명으로, 전기차로 시장이 개편될 경우 약 30~40%의 인력이 고용 위기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밴더나 대기업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런 사업장들은 이미 미래차 제품 개발을 추진하거나, 이를 완료하고 양산 단계에 들어가는 등 2차 밴더 이하 부품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대응 수준이 높다.2) 반면 2차 밴더는 완성차에 대한 전속성이 크고, 기술개발이 되지 않아 겨우 인건비만 남기는 수준으로 사업이 운영되는 형국이다. 사실상 2차 밴더부터는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안재범 금속노조 충남지부 케이비오토텍지회 부지회장은 “현대·기아차에 직접 납품하는 버스나 트럭의 에어컨 부품 같은 경우 전기차용으로 개발을 하고 있고, 완성돼 일부 납품하기도 하지만 상용차 공조부품의 경우 한온시스템 (1차 밴더)을 거쳐 납품하고 있어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성기업은 현대자동차 내연기관용 부품을 만드는 1차 밴더지만, 2011년 이후 벌써 9년간 노조파괴에 힘을 빼며 미래차 관련 대응을 전혀 못 하고 있다. 오히려 충남도가 나서서 “유성기업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환기에 처한 자동차부품업체들의 미래차 적용 노력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우려했을 정도다.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교육부장은 “유성은 내연기관 핵심 부품을 제조한다. 전기차든 수소차든 유성이 낄 곳이 없어 보인다. 미래차 전환이 화두지만 아직 2차 전지를 쓸지, 3차 전지를 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책도 불안정하다. 현재까진 전기차 부품을 만들자고 회사에 요구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육부장은 “부품사 노동자들 평균 나이가 4~50대인데 이들을 재교육시킨다고 전기차 생산에 투입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전기차는 전기차대로 가되, 부품사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는 대책과 정책을 요구해야 할 때인 듯하다”라고 덧붙였다.

홍석범 금속노조 연구위원은 산업 재편이 이뤄지기 전에, 자동차 산업의 양극화 문제를 먼저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현재의 자동차 산업 구조 속에선 자동차 부품사에 대한 개별적 지원도 불가능하고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홍 연구위원은 “완성차 기술에 종속되고, 하청업체끼리 가격 경쟁하며 제 살 깎아 먹는 구조를 완성차가 만들었다. 1차 밴더부터 완성차가 장악하는 상황에서 원하청 불공정 거래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 2차 밴더로 내려가는 공급 사슬을 당장 못 바꾸더라도 1차 밴더부터 지불능력을 갖추게 해서 부의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 이들이 지불 능력을 갖추고 스스로 연구개발에 나서게 하는 등의 조건을 갖춰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일자리는 190만 개, 반면 사라지는 일자리는?

한편 코로나19가 야기한 고용대란은 외환위기 당시의 고용위기에 견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1998년 한해 취업자 수는 127만6000명이 감소했고, 실업자는 연평균 149만 명까지 증가했다.3) 지난 7월 기준 실업자는 113만여 명으로 1999년 이후 가장 많다. 7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7만7000명 줄어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아직 취업자로 잡히는 ‘일시 휴직자’는 231만9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실업자에서 빠지는 구직단념자도 58만 명에 달한다.

고용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정부 주도로 2025년까지 19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로 대변되는 산업 전환기에서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해선 추정치조차 밝히지 못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며 “튼튼한 고용사회 안전망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지만 그 어디에도 튼튼한 안전망은 보이지 않았다.

현재 노동계는 그린 뉴딜(탈탄소 산업으로의 전환)에 따라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발전 5사의 노동자, 조선 산업 등 에서 고용위기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발전 5사의 노동자는 약 1만2000명, 또 이 규모만큼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존재한다. 더욱이 정부가 제시한 △디지털 뉴딜(90.3만 개) △그린 뉴딜(65.9만 개) △안전망 강화(33.9만 개) 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세부 계획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비견될 정도로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진다.

박용석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원장은 “정부가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규제 완화 같은 시장 조성을 주요한 목표로 하면서도, 정부 스스로 모범 사용자로서의 책임 있는 일자리 창출은 하지 않겠다는 것” 이라며 “‘안전망 강화’ 분야는 거의 유일하게 정책과제와 일자리 창출 목표가 구체화됐지만 이미 저임금·단시간 일자리라는 비판을 받은 4.22 고용안정대책의 일자리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의 3차 추가경정 예산이 들어가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는 새롭고 혁신적인 정책이라는 의미의 ‘뉴딜’ 사업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어려운, 사업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사업계획과 사전절차가 미흡하여 사업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들이 상당수 편성돼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일자리 계획과 관련해 “직접일자리 사업 중 상당수는 일회성의 단기 공공부조 성격에 그치게 될 우려가 있어, 사업 참여자들의 구직역량을 제고하고 이들이 채용되는 분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업은 살리고, 노동자는 죽이고

정부의 일자리 안정 대책은 전무한 반면,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확실하고 정확하다. 두산중공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타격을 입은 두산중공업은 정부로부터 엄청난 자금을 지원받았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현재까지 두산중공업에 지원한 금액은 3조6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3월 1조 원을 긴급 지원한 데 이어 외화 채권 상환용으로 6000억 원을, 운영자금 등의 용도로 8000억 원을 각각 지원했다. 그리고 지난 6월엔 1조2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두산중공업은 기사회생했지만, 노동자에게 닥친 위기는 그대로였다. 두산중공업에서는 구조조정으로 지난 2월 사무직을 포함해 500여 명이 일터를 떠났다. 구조조정은 지난 몇 년간 지속돼 왔다. 두산중공업의 정규직은 지난 2016년 7728명에서 2018년 7284명으로 444명이 감소했다. 53개의 사내협력업체 또한 지난 2016년 1171명에서 2018년 1002명으로 169명이 줄었다. 또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이 폐기되며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관계사 전출, 희망퇴직, 순환휴직 등을 지시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구조조정에 이어 임금피크제 해당 조합원을 대상으로 부당휴업을 실시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두산중공업지회는 정부에 고용보장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성배 두산중공업 지회장은 “정부는 정책자금을 지원하면서 두산 재벌에는 고통분담의 시늉만 요구하고, 정작 현장에서는 노동자의 해고를 조정하고 지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공적자금 지원이 경영정상화, 고용안정을 위한 조치였다면 두산중공업이 정상적 생산활동과 채무이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연대체인 ‘기후위기 비상행동’도 정의로운 그린 뉴딜의 7대 핵심 과제를 제안하며 “정부의 녹색 뉴딜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선 두산중공업 지원에 고용 유지 및 기후보호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또 “코로나19 재난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투자는 명확한 방향과 조건이 부여돼야 한다. 대기업에 앞서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을 우선적으로 그리고 신속히 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더해 기업에 대한 지원의 경우, “고용 유지와 이익 공유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의 조건이 명시돼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 위원회 위원장)는 지난 7월 20일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판 뉴딜’은 현재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를 확대하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며 “디지털과 그린 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국가 지원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지속시키겠다는 의지만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각주>

1) 〈전기차의 확산과 노동조합의 과제〉, 금속노조 연구원 이슈페이퍼, 2019.
2) 〈금속노조 자동차 부품사 대상 설문조사〉, 2019년 5월부터 8월까지 실시된 이 설문조사에는 모두 77개 사업장 지회(분회)가 응답했다(기업 기준 67개, 비정규직지회는 원청사 기준으로 합산).
3) 〈경제 위기와 고용〉, 한국노동연구원,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