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나온 경찰개혁법안, 인권단체 반응은 싸늘

인권단체 비판 성명 내 “민주적 통제, 경찰 권한 분산도 없어…법안 철회해야”

3년 간의 경찰개혁 논의 과정을 거쳐 정부여당의 경찰법 개정안이 나왔지만 인권단체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동안 필요성이 제기돼 온 독립적 외부 통제기구 구상이나 실질적 권한 분산도 없을 뿐더러 노조 파괴 등에 개입해 공분을 샀던 정보경찰 등이 그대로 유지되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인권단체는 해당 법안을 철회하고, ‘민주적 통제’와 ‘경찰 권한 분산 및 축소’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경찰개혁 법안이 다시 발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단체와 경찰폭력 피해자단체는 8일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8월 4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경찰개혁과 관련한 국가수사본부 신설과 일원화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인권단체들은 경찰개혁 법안에 대해 “‘앞으로 정말 잘 할테니 믿어달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민주적 통제’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2018년 경찰개혁위가 ‘경찰위원회 실질화’와 ‘외부 통제기구 설치’ 등을 권고했지만, 해당 법안에서 이야기되는 ‘국가경찰위원회’는 자문기구에 불과한 현재의 경찰위원회 활동 수준과 크게 다를 바 없고, 독립적인 외부 통제기구에 대한 구상도 없다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13만 명에 이르는 경찰력이 상명하복 체계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경찰력은 언제나 정권의 목표와 의지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데 이를 끊어내는 제도 개혁이 바로 ‘경찰위원회의 실질화’”라고 강조하며 “경찰위원회는 인사권과 예산배정권, 치안정책 수립과 내부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경찰 내부의 민주적 통제기구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정부서울청사 앞에 마련된 한국마사회 문중원 열사 분향소에서 경찰이 분향을 방해하는 장면. 이날 경찰은 렉카를 동원해 운구차 견인까지 시도했다. 이에 노동자, 시민들이 이를 막았고, 경찰과 오랜 대치를 이어나갔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인권단체들은 또 개정안에 담긴 경찰의 권한 분산에 대해서도 “단일한 조직구조를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권한 분산은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검찰로부터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져오게 됐고, 국가정보원으로부터는 대공수사권과 그 인력을 이양받을 예정으로 그 권한이 한층 더 강화될 예정이다. 이에 경찰은 지방분권에 맞춰 자치경찰제를 전면화하며 경찰 권력을 분산시키겠다고 선전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자치경찰제를 통한 권력분산이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봤다. 앞서 당·정·청은 지난 7월 30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별개 조직으로 두는 이원화 모델에서 자치경찰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두고 사무만 분리하는 일원화 모델에 합의한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전무한 상태에서 국가경찰, 국가수사본부, 자치경찰, 시도 경찰위원회와 같은 복잡한 지휘체계들을 늘어놓고 있을 뿐”이라며 “국가수사본부나 시도 경찰위원회에 일정한 지휘권한을 부여하지만 최종인사권은 경찰청장, 청와대가 갖는 구조다. 결국 복잡하게 나뉜 지휘체계를 통해 경찰권한이 분산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보경찰 존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전직경찰청장 3명이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댓글 공작’에 정보경찰을 동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강신명 전 청장과 이철성 전 청장도 각각 ‘정치관여’, ‘불법사찰’에 정보경찰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 재판 중이다. 인권단체는 정보경찰 문제에 대해 “정부여당 법안은 ‘치안정보’ 개념을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 예방과 대응’으로 변경하면서 정보경찰을 존속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경찰의 인권침해와 폭력이 극우보수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은 “노동자의 파업권, 세입자와 지역주민의 생존권, 집회 시위의 권리는 공공안전과 질서, 국책사업과 국가안보 논리, 기업과 건설자본의 이윤논리에 지금도 짓밟히고 있다”라며 “지난 5월, 사드 추가배치를 막는 성주 주민들에게 경찰은 밀양과 다를 바 없는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성명엔 경찰폭력피해단체를 비롯해 공권력감시대응팀, 손잡고,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20여 개 단체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