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에서 벌어진 물대포 살수사건

[기고] 상인을 상대로 직사살수, 경찰은 수수방관

[출처: 최인기]

새벽 6시 30분, 고령의 상인들을 향했던 물대포와 소화기

지난 10월 29일. 아직 해가 뜨기 전인 새벽 6시 30분. 노량진 신시장 건물 위는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농성 중이던 누군가가 멀리 공사장 컨테이너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누군가가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공사장 인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저 새벽 공사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농성장 바로 밑에 있는 커다란 굴착기에 불이 켜지고 그것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사를 준비하는 것이겠거니 했다. 같은 시간, 노란 형광조끼를 입은 경찰들도 눈에 띄었다.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았다. 수협 직원으로 보이는 하얀색 헬멧을 쓴 사람들이 경찰과 잠시 무슨 말을 나눴다. 그러더니 농성장 쪽으로 기다란 호스 같은 것을 끌고 다가왔다. 농성장 바로 아래에서 호스를 통해 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전 실험을 마친 수협 직원들과 용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공사 중인 계단 위로 올라왔다.

대부분 60세가 넘는 몇몇 상인들과 연대 단위들은 농성장 위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용역 깡패 물러나라!” 상인들의 구호가 칠흑 같은 어둠속에 울려 퍼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 했다. 10월 29일이면 늦가을이다. 새벽에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가 영하로 느껴질 만큼 추웠다. 그저 시늉만 하다 돌아가겠지 했다. 하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바로 눈앞에서 사람을 향해 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용역들이 뿌려대는 소화기 분말이 물대포와 섞여 매캐한 냄새가 퍼져나갔다. 온몸이 물에 젖었고 카메라도 작동을 멈췄다.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었지만 이도 오래가진 않았다.

[출처: 최인기]

누군가가 이건 살인 행위라고 외쳤다. 용역과 수협 직원들은 농성장을 향해 커다란 선풍기를 돌리며 소화기를 뿜어댔다. 눈을 뜰 수 없었다. 겨울 외투를 입고 있었지만, 그들이 쏘아대는 물줄기의 통증은 생생하게 전달됐다. 최루액이 섞인 듯 몹시 눈이 따가웠으며 시간이 지난 후 농성자 일부는 몸에 물집이 생기기도 했다.

수협 직원과 용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농성장 아래까지 접근했다. 농성장을 지키던 상인과 연대 단위들이 격렬하게 저항하자 수협 직원과 용역들이 물러났다. 저 멀리 1개 중대로 보이는 경찰과 무전기를 든 사람들이 우두커니 농성장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인들은 경찰을 향해 즉각 폭력을 멈춰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경찰은 꿈쩍하지 않고 마치 경기장 관람을 나온 사람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출처: 최인기]

환하게 날이 밝을 때까지, 물대포는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상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냄비와 국자 같은 것을 두드리며 저항하는 것, 그리고 물이 모두 소진 돼 물대포가 끊기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어떤 상인은 몸에 밧줄을 묶고 농성장 밖으로 매달렸다.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물줄기를 막기 위해 들고 있던 스티로폼은 물살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연세가 많은 상인들은 얼굴을 감싸며 고통을 호소했다. 젊은 연대 활동가들은 제발 쏘지 말라고 부르짖었다. 여전히 경찰은 꿈쩍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래전 용산에서 벌어진 참사가 스쳐 지나갔다. 정말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물대포와 소화기가 격렬하게 쏟아졌다. 그 순간, 수협 직원과 영역이 농성장 바리케이트 위에 계단을 놓고 망루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저지하선 상인이 붙잡혀 구타를 당하는 모습도 보였다. 순식간에 수협 직원과 용역이 농성장 안으로 진입해 들어왔다. 그러더니 또 다시 소화기를 분사했다. 상인과 연대 활동가들은 뒤로 밀려났다. 결국 농성장을 빼앗긴 채, 망루 위 여덟 명의 상인이 고립됐다. 수협 직원과 용역은 철조망을 두르고 주변에 담장을 쳐 망루 주변을 에워쌌다.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재임’에 따르면 심지어 119 구급대원에게도 물대포를 살수하는 것을 목격했다.

수협과 용역의 폭력을 옹호한 경찰, 이 역시 ‘국가폭력’이다

한 언론사는 경찰의 개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보도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많은 인명이 올라갔다가는 자칫 붕괴 위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동작경찰서는 해당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쪽엔 계단이 만들어졌지만, 북쪽엔 목재와 철골로 꾸린 임시 가설물뿐이다. 남쪽은 상인들이 경찰 접근을 결사적으로 막고, 북쪽 가설물로는 수협 측 사람들이 30명 남짓 올라간 상황이었다. 경찰까지 올라가면 무너질 우려가 있었다”면서 “이번 충돌엔 개입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현장에서 물대포 살수를 중단하는 것은 전화 한 통화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 수협에서 농성장에 계단공사를 한다는 것은 그 육교를 신시장 진입로로 만들겠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공사준공허가를 맡겠다는 것인데 붕괴 위험이라니. 게다가 이미 몇 달 전에 경찰들이 보는 앞에서 안전검사를 하지 않았던가?

[출처: 최인기]

이날의 집행은 행정대집행도 아닌 수협의 일방적인 공사였다. 경찰의 머릿속에서 물대포를 쏘는 수협 직원과 용역은 가해자가 아니었다. 이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상인들이 잠재적 범죄자이자 가해자였다. 하지만 설사 이들이 범죄자라 할지라도, 폭력으로 생명을 위협받아서는 안 되지 않는가? 이미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 직수를 맞고 10개월간 투명 끝에 목숨을 잃어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킨 바 있었다. 그 후 올해 4월 23일 헌법재판소는 물대포 직사 살수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에서는 직사 살수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상인들이 물대포를 맞아 실명 위기를 겪거나 저체온증으로 병원으로 실려 갔을 때도, 경찰은 수협 직원과 용역의 행위를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

문제는 반대편 출입구에서도 벌어졌다. 농성장 안은 집회 신고가 돼있었다. 경찰이 집회 장소를 제지하거나 통제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사람들을 가로막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몇몇 상인을 힘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다시 농성장으로 들어 올 수 없어 고립됐다.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노량진역 2번 출구 앞에 모여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은 집회 장소를 채증하며 집회를 방해했다.

[출처: 최인기]

망루 위 8명의 농성자의 고통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대부분은 고령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6층 높이의 한 평도 안 되는 망루 위에서 눕지도, 앉지도 못한 채 얼어붙은 옷을 입고 덜덜 떨어야 했다. 사다리를 치워 내려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밑에는 수십 명의 용역과 수협 직원이 지켜보고 있어 소변보는 것조차 어려웠고, 심지어 이들이 임시로 사용하는 용변기를 뺏는 만행도 저질렀다.

<경향신문> 취재를 인용하면 3년 전인 2017년 3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에 반대해 학교 행정관을 점거한 학생들을 교직원들이 소화전 물을 살수해 해산시킨 사건은 인권침해 판단을 받았다. 경찰개혁위원회와 헌법재판소가 제한을 적시한 사안에 따르면 공권력은 아니지만, 수협 측의 직사 살수도 위험성에서 다르지 않다. 경찰이 민간폭력을 옹호했기 때문에 결국 이 역시 본질적으로 국가폭력과 같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칠 만한 위험한 사태가 있거나, 범죄가 눈앞에서 발생할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경고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중대한 손해가 예상되는 등 구체적 위험이 뚜렷하다면 이격조치 등의 개입도 가능하다. 철거 등의 상황에서 폭력 방지의 책임도 있다. 지난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용산참사와 관련한 결정문에서 “재개발 철거지역의 분쟁 상황 등 민생 관련 사안의 경우, 경찰은 철거용역들의 폭력 및 위협 행위 등을 예방하고 신속하고 엄정하게 제지하는 등 치안 질서 유지를 주된 업무로 한다”고 밝혔다.

[출처: 최인기]

어떻게 이런 일이 정권이 바뀌어도 시정되지 않는가? 수협과 경찰의 (구)노량진수산시장 농성장 폭력침탈을 규탄하고 서울시의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인권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다음과 같은 의견문을 제출했다.

“오늘의 폭력은 잘못된 현대화 사업에 항의하는 수산시장 상인들과 한 줌의 대화조차 없이 폭력으로만 일관해온 수협이 ‘재차’ 저지른 만행이다. 직접적인 책임자인 서울시는 지금도 침묵하고 있다. 경찰은 위법적 폭력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는 커녕 수협의 폭력행위를 철저히 비호하고 응원했다. 믿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광경 앞에 상인들과 연대인들은 ‘살려달라’고 외쳐야 했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여전히 상인들은 주장한다. 이런 현실을 빨리 끝내 달라고, 부동산 개발만을 목표로 한 현대화 사업이 잘못되었다는 것이고, 미래유산인 구 노량진 수산시장 일부를 존치해 상인들이 장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하루가 무섭게 삶의 자리가 뽑혀 나가는 서울이다. 과거의 모든 문화와 흔적을 지우고 아파트값만 오르면 정말 우리는 괜찮단 말인가. 수산시장 상인들이 쫓겨나지 않는 대책 마련을 서울시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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