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대한 잘못된 해법: 민영화를 통한 에너지 전환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 위험의 외주화②]

차례

① 윤석열 정부, 강력하고 전면적인 민영화를 예고하다
② 기후위기에 대한 잘못된 해법: 민영화를 통한 에너지 전환
③ 윤석열 정부의 ‘의료민영화’, 괴담이 아니다


판매시장 개방은 민영화가 아닌가?

다시 ‘전기 민영화’ 이슈다. 인수위원회가 4월 28일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전력 판매시장 개방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에너지 시장 구조 확립”을 위해 “PPA(전력구매계약) 허용범위확대등을통해한전독점판매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전력 산업의 민영화 추진을 명시한 것이다. 논란이 되자 인수위는 하루 만에 “한국전력의 독점적 전력 판매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온라인상에서도 한전 매각이 아니기에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양이원영 국회의원은 5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력시장 개방은 이걸(전기를) 누구나 판매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지 한전을 민영화하자는 게 아닙니다. (...) 전력시장을 개방해야 재생에너지 전기 생산과 판매가 더 활발해집니다”라고 썼다.

민영화는 정부·지자체·공기업 등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업을 민간 기업에 넘기는 것이다. 또한 공공부문을 수익성 기준에 따라 재편하려는 시도다. 매각 또는 사유화는 민영화를 추진하는 한 가지 방식이지 민영화 자체가 아니다. 민영화는 짧은 순간에 완료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추진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논란을 피하고자 은밀하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민영화의 수단은 ▲매각을 통한 ‘사유화’뿐만 아니라 ▲시장 개방 등을 통해 민간 기업이 진출할 수 있게 허용하고 경쟁적 시장을 조성하는 ‘자유화’ ▲공공재나 공공서비스를 시장에서 매매되는 상품으로 변모시키는 ‘상품화’ ▲공공기관을 영리기업처럼 운영하도록 개혁하는 ‘기업화’, ‘상업화’ 내지 ‘내부적 민영화’ ▲민간자본이 주도하는 사업을 공공기관이나 공공금융이 뒷받침하는 민자사업 등의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또는 P3) ▲운영 권한을 사기업에 이전하는 ‘민간 위탁' ▲영리병원 허용처럼 민간 기업에 사업권을 개방하는 ‘규제 개혁’ 등 매우 다양하다.

민영화의 핵심은 공공재와 공공서비스를 이윤 논리에 따라 생산·유통·판매되도록 재편하고, 민간자본과 민간금융이 해당 사업을 영위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때문에 이러한 다양한 유형을 모두 민영화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민영화 과정에는 여러 유형의 민영화가 결합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2002년 매각 방식으로 추진되던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민영화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투쟁으로 막았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발전 및. 천연가스 수입 산업에 민간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고 확대하는 정책을 20년 동안 일관되게 펼쳤다. 그 결과 오늘날 발전 산업의 30%가량은 민간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천연가스 수입도 20%가량을 대기업이 잠식했다. 매각하지는 않았지만, 공공부문이 담당하던 상당 부분의 사업이 민간 기업에 이전됐다. 현재와 같은 정책이 지속된다면 해당 산업에서 민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를 넘어 50%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은밀하고, 우회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민영화가 진행된 것이다.

‘전력 판매시장 개방’은 발전 부문만 경쟁 체제인 현재의 전력산업 전체를 민영화할 수 있는 핵심 고리다. 1999년 정부가 확정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은 ①발전 경쟁 ②도매 경쟁 ③소매 경쟁 단계를 거쳐 전체 전력산업을 민영화하려는 계획이었다. 전력 판매시장 개방은 세 번째 단계인 소매 경쟁에 해당한다. 한전과 경쟁하는 전기 판매사업자가 생기면 도매 경쟁이 자연스럽게 완성되기 때문에 두 번째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어진다. 2014년 산업부 의뢰로 작성된 ‘전력산업 발전방안’에서도 판매시장이 개방되면 전력 산업 전 과정에 “경쟁압력”이 발생해 발전회사에까지 “효율성 향상, 정비일 수 감소, 연료비 절감” 등의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요컨대 판매시장 개방은 민영화가 아닌 것이 아니라, 전력 산업의 전체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방아쇠다.

민영화를 통한 탄소중립? 민영화 논리의 진화

세계적 차원에서 1980년대부터 추진된 민영화의 논리는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 비용 감축, 소비자 선택권 확대, 사회적 편익 증가였다. 즉, 민영화로 다양한 기업이 경쟁하면 전기요금이 낮아지고 서비스의 질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외려 민영화의 폐해가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미국은 주에 따라 전력 판매시장이 완전히 개방돼 소매 경쟁이 존재하는 주와 아닌 주로 나뉘었다. 판매시장이 개방된 주는 그렇지 않은 주보다 가정용 전기의 평균 요금이 더 비쌌다. 민영화론자들의 주장과는 반대의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격’이 아닌 ‘환경’이 민영화의 주된 논리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활용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민영화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에너지 민영화를 주장하는 단체 ‘기후솔루션’은 한 보고서에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이미 전력 도매·소매시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전력산업의 효율을 높인 만큼 우리 역시 전력시장에 경쟁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논리는 최근 한국에서도 점점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정치인과 에너지 전문가, 나아가 시민사회로까지 그 영향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누구나 생산하고 사고팔 수 있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판매시장 개방과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광범위한 민영화와 전력시장의 개방 및 자유화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은 전력이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도록 지능형 전력망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력을 육성하고, 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녹색 금융을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된다. 즉, 정부의 적극적 역할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민영화를 위해 제도를 개편하고 사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시장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규정된다. 에너지 체제 자체는 완전히 민영화되는데, 그 민영화된 시장을 육성하고 보조하는 게 국가의 임무라는 것이다.

민영화를 통해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메시지의 발신지는 에너지 전환의 선도 지역인 유럽연합이다. 유럽연합은 1996년 에너지 내부시장 지침을 통해 발전소를 상업적인 기업으로 운영하게 했다. 또한 경쟁을 위한 도·소매시장이 만들어졌으며, 송전망과 배전망은 분할됐다. IMF나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유럽 밖의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시행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력산업과 공공부문이 민영화됐다. IMF 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전력산업과 가스산업의 구조 개편도 그 일환이었다.

유럽연합에서 재생에너지의 보급은 에너지 체제가 사유화·자유화되던 시기에 이루어졌다. 따라서 유럽연합을 넘어서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려면 유럽식 모델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됐고, 민영화가 탈탄소를 위한 필요조건인 것으로 인식됐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민영화

그러나 영국 그리니치 대학교의 베라 웨그먼(Vera Weghmann) 박사가 2019년 7월 발표한 보고서 ‘유럽 에너지 자유화의 실패와 공공적 대안’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다. 다양한 연구를 검토해 20년간의 유럽 전력 민영화를 평가한 이 보고서는 한국에 그간 편향된 내용으로 소개된 유럽 사례에 관한 대안적 정보를 종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민영화 신화는 단 하나도 유럽에서 실현되지 않았다.

첫째, 유럽의 민영화는 전기 요금을 인하하지 못했다. 민영화는 경쟁을 통해 효율이 향상되고 가격이 하락해 전체의 효용이 커질 것이라는 다음과 같은 도식적 논리에 기반했다.


그러나 20년간 유럽이 경험한 현실은 달랐다. 소매 전기요금은 2008년 이후 연 3%씩 상승했다. 전체 가계지출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용도 평균 6%로 상승했다. 이렇게 전기요금이 상승하자 에너지 빈곤층도 늘어났다.

둘째, 민영화는 경쟁을 촉진하지 못했고 소비자 선택도 제한됐다. 소규모 발전사와 소매기업들은 대기업들에 인수·합병됐다. 2003년에는 7개 대기업이 등장했고 2009년에는 5개 대기업이 유럽 전력시장을 지배했다. 반면 시민이 전력 공급업체를 바꾸는 비율은 아주 미미해서, 2016년 기준 6%에 불과했다. 다양한 요금제도는 선택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충분한 시간과 기술을 갖지 못한 고객은 희생양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결국 대부분의 국가가 전기요금 가격 규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셋째, 송·배전망의 분리가 효과 있다는 증거 역시없다. 전력 자유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전력 시스템을 분리(unbundling)하는 것이다. 그러나 송·배전망 분리의 긍정적 효과를 입증하는 신빙성 있는 자료는 지금껏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송·배전망 분리가 가격 상승을 야기하거나, 각 부문 간의 조정 기능이 저하되는 문제점들을 보여줬다.

넷째, 시장 경쟁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계가 없고, 오히려 대립적이다. 유럽에서 재생에너지가 확대된 까닭은 FIT(발전차액지원제도) 등을 통해 고정가격을 보장해주고 의무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투자를 촉진한 반면, 시장 경쟁은 축소했다. 유럽에서 재생에너지는 시장 경쟁으로 확대된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보호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여러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를 없애고 경쟁적 시장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고, 그 결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규모가 하락하고 있다.

다섯째, 민영화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했다. 전력 민영화 초기인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 동안 EU 15개국에서 전력 부문의 일자리가 약 25%~30%가량 감소했다. 투자 규모에 비례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통계 모델링에 입각한 낙관적 전망은 근거가 희박했다. 어디에 투자하는지, 그리고 어떤 일자리가, 어디서 창출되는지에 관한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공공성과 정의로운 전환

민영화가 약속한 장밋빛 미래는 실현되지 않았다. 노동, 환경, 경제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민영화의 결과는 매우 나빴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민영화가 아닌 ‘사회공공성’과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공공적인 전력 생산과 관리는 비용을 절감하고 안전성을 높인다. 또한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더욱 효과적이다. 이윤만을 좇는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 산업의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민영화를 막고, 이미 민영화된 영역을 재공영화해야 한다. 그때 핵심적인 분야 중 하나가 재생에너지 발전이다. 햇빛과 바람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은 자연으로부터 주어진 무상의 자원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특정 기업이나 집단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대다수 재생에너지 사업은 사기업에 의해 추진돼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거둔 이익을 사업자와 금융투자자가 독점하는 구조다. 이런 현실을 바꿔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공유화해야 한다. 제주도의 풍력자원 공유화 운동을 참고하고 전국화해서 민간 기업의 수익을 제한해야 한다.

이미 진행된 재생에너지 사업의 폐해를 공유화로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재생에너지 사업은 사회공공성 모델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1,408개 (재)공영화 사례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재)공영화는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 첫째, 운영비와 인프라 재원을 절약함으로써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고 환경적 목표를 강화할 수 있었다. 둘째, 노동조건을 개선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셋째,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강화했다. 넷째, 공공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제공해 사회적 권리와 인권을 보장하고 평등을 진전시켰다.(사토코 키시모토 외. 2020: 23‒25) 또한 (재)공영화를 통해 열린 정치적 공간을 활용해서 더 많은 정치적 실험과 운동을 벌일 수 있다. 우리도 재생에너지 사업을 공영화해서 이런 장점을 현실화해야 한다.

민영화는 기후위기를 악화시킨 신자유주의 체제와 그 속에 똬리 튼 기업 권력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우리에겐 민영화와 결합한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사회공공성과 결합한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럴 때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정의로운 전환도 가능해진다.

<참고자료>
– 기후솔루션, 2020, 《재생에너지 유통망의 개선방안》
– 베라 웨그먼. 2019, 《유럽 에너지 자유화의 실패와 공공적 대안》, 박주형 옮김,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사회공공연구원.
– 사토코 키시모토 외, 2020, 《공공이 미래다:공공서비스의 민주적 소유를 향하여》, 이재훈·장영배 옮김, 사회공공연구원·공공운수노조·국제공공노련 한국가맹조직협의회.
– 에너지경제연구원, 2014, 《전력산업 발전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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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이미 진행된 재생에너지 사업의 폐해를 공유화로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재생에너지 사업은 사회공공성 모델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1,408개 (재)공영화 사례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재)공영화는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 첫째, 운영비와 인프라 재원을 절약함으로써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고 환경적 목표를 강화할 수 있었다. 둘째, 노동조건을 개선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셋째,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강화했다. 넷째, 공공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제공해 사회적 권리와 인권을 보장하고 평등을 진전시켰다.(사토코 키시모토 외. 2020: 23‒25) 또한 (재)공영화를 통해 열린 정치적 공간을 활용해서 더 많은 정치적 실험과 운동을 벌일 수 있다. 우리도 재생에너지 사업을 공영화해서 이런 장점을 현실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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