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법사위 전쟁’…“문제는 체계·자구심사권, 폐지해야”

정의당 “정치 행패에 동원된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21대 국회 원 구성이 또다시 미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서로 포기하고 있지 않아서다. 이 가운데 정의당은 법사위를 '옥상옥'으로 만든 체계·자구심사권이 거대 양당 정쟁의 핵심이라며, 체계·자구심사권의 폐지를 주장했다.

15일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 김태년,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원 구성 협상을 열었지만, 끝내 결렬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통합당은 법사위를 운운할 자격도, 견제할 염치도 없다”고 했고,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사위는 야당 몫으로 정해지는 것이 관행처럼 돼 왔다”고 대치를 보였다.

두 당이 법사위에 매달리는 건 법사위가 상임위원회 ‘상원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를 사실상 상원으로 만든 건 법사위가 가진 체계·자구심사 권한이다. 체계·자구심사권은 논의 법안들이 헌법이나 법률 체계가 서로 충돌하지 않는지 따져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법사위는 이 권한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라도 법사위를 거치지 못하면 본회의로 넘어가지 못한다.

문제는 법사위 권한이 ‘정쟁의 도구’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20대 국회에서 법사위를 가져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김관홍법, 구하라법,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법 등의 처리를 방해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 가로막혀 폐기된 법안은 91건에 달한다. <한겨레>에 따르면 민주당이 법사위를 장악했던 18대, 19대 국회에서도 218건이 폐기됐다.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권을 도구로 삼는 건 한국의 후진적 정치 문화를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15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회 상원으로 군림해 온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며 “김진태 전 의원은 법사위 제2소위원장을 맡던 당시 쟁점이 없었던 타 위원회 통과 법안들도 정쟁에 이용하기 위해 묵혀두기 일쑤였다. 또한 여상규 전 법사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과 관련해 법사위원들이 특별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본인이 나서서 내용 수정을 해야 한다고 법안 처리를 막아섰다. 이 모든 행패에 동원된 것이 바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도 같은 날 상무위원회에서 “법사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은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 후반기 원 구성 때 다시 이런 상황을 반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 폐지에 동의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법사위를 포함한 단독 원 구성 의지를 밝혔고, 법사위 역시 민주당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체계·자구심사권 폐지에 대한 당 내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통합당은 여당 견제 역할로서 체계·자구심사권이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