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공급 폭탄’인가

[1단기사로 보는 세상] 대선 후보들 부동산 정책을 보며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 6일 대구에서 청년들을 모아놓고 한 강연에서 저출산을 해결할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반의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답했다. 이를 받아 조선일보가 7일자 6면에 “홍준표 ‘대통령 되면 반의 반값 아파트’”라는 제목의 1단 기사를 썼다.

홍준표 의원은 2017년 대선 때도 같은 개념의 ‘반값 아파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홍 의원은 2008년부터 반값 아파트를 내세웠다. 토지는 공공에서 임대해주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분양제’로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겠다는 거다. 홍 의원은 자신의 반값아파트가 아파트의 개념을 소유에서 주거의 개념으로 바꾸는 획기적인 공약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8월 7일 6면.

홍 의원은 실제 2008년 10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대표 발의해 2009년 통과됐으나 곧이어 폐지됐다. 홍 의원은 대구 강연에서 “이 법안을 되살리고 보완하겠다”면서 “이게 채택되면 젊은이들에게 현 시세의 4분의 1 정도 값으로 아파트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했다. 2008년 첫 입법 발의 땐 ‘반값’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2021년엔 ‘반의 반값’이 됐다.

토지와 건물 모두를 분양하는 아파트는 주거환경이 쾌적하지만 분양가가 높다. 반면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는 임대비용은 낮지만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자기 집이라는 소유 의식이 없어 유지·관리 등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분양제’는 분양과 임대라는 아파트 공급 방식을 절충한 제3의 공급 방식으로 토지 소유권은 국가나 지자체, 토지주택공사, 지방공사 등이 갖고, 무주택 서민은 건물만 소유하는 방식으로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투기를 근절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도 등 몇몇 지방정부가 이런 개념의 아파트 공급을 추진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일부에선 온전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파격적으로 싼 값에 분양한 토지임대부 주택도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자 매매가가 치솟아 지금은 인근 주택과 비슷해졌다.

  한겨레 8월 4일 1면 머리기사.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기본주택’도 이 ‘토지임대부 주택분양제’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 모델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3일 ‘기본주택’ 100만 호를 포함해 모두 250만 호 주택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놨다. 정세균 후보도 같은 날 공공임대 100만 호를 포함해 280만 호 공급을 공약하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급 폭탄’이 답”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8.4 부동산 대책 때 수도권 13만 호 등 전국에 80만 호 이상의 공급 정책을 내놨지만, 만 1년이 지난 지금 추진은 미미하다. 여야 대선 후보가 앞 다투어 ‘부동산 공급’ 공약을 내걸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구체적이지 않다. 공급에만 매달리는 발상도 문제다. 지난 10년간 신규 주택 500만 호가 공급됐지만 이 가운데 절반은 다주택자가 사들여 대부분 투기 수단으로 활용했다.

  한국일보 8월 4일 10면.

지난 6월엔 경남 김해에서 40대 부부가 4살 아이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아이는 죽고 부부는 중환자실에서 치료 받다가 퇴원해 경찰 조사에서 “빚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렸다”라고 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에게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7월 5일엔 서울 강서구 화곡동 다세대주택에서 50대 어머니와 30대 아들, 이웃에 사는 40대 조카까지 3명이 한꺼번에 숨진 채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들은 숨지기 며칠 전 집주인에게 ‘월세를 깎아달라’고 부탁했다. 8월 3일엔 이 다세대주택에서 두 건물 옆 또 다른 다세대주택 2층에서도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역시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이 남자는 숨진 채 발견되기 나흘 전 화곡동주민센터 사회복지 공무원과 마지막 통화에서 “병원(내과)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빈곤 자살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정부와 사회가 빈곤을 개인의 책임으로 미루는 사이 집은 고사하고 ‘방’조차 구하기 힘든 사람들이 계속 벼랑 끝으로 몰린다. 그런데도 이런 구조를 깨려는 대선 후보는 어디에도 없다. 여야 모든 후보가 ‘공급 폭탄’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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