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청년·에코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

[이슈⑤] 지지율 50% 정당이 의석 90% 갖는 선거제도 문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개혁’ 논란이 한창이다. 다당제 정치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15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당초 민주당이 발의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시범 실시에 그쳤다. 또한 삭제된 ‘선거구 쪼개기’ 조항조차 선거구획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의 원래 취지는 기존 거대 양당의 독식 구조인 선거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성주의, 기후정의, 청소년 선거권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을 만나긴 어려운 걸까. 《워커스》가 진보 정당의 의회 진입을 가로막는 지방선거 제도의 문제를 짚어봤다.

2인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하나, 국민의힘 하나

그동안 거대 양당은 기초의회 선거구 쪼개기로 제3정당의 의회 진입을 차단하고 기초의회를 독식해 왔다.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해, 양 당이 나눠먹기 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선거법 개정에서는 이 같은 ‘선거구 쪼개기’ 조항이 삭제됐다. 하지만 군소정당 진입을 위해 기초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3~5인)’는 11개 지역에 시범 운영하는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기초의원 선거구는 2인 선거구가 가장 많다. 지난 제7회 동시지방선거에서 전체 1,035개 선거구 중 57.2%(592개)가 2인 선거구였다. 3인 선거구 415개, 4인 선거구는 28개에 불과했다. 그 결과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기초의회 지역구 의석(2,541석)을 각각 55.1%(1,400석), 34.5%(876석)씩 나눠 가졌다. 반면 민주평화당은 1.8%(46석), 바른미래당은 0.7%(19석), 정의당은 0.7%(17석), 민중당은 0.4%(11석)에 그쳤다.

노동당은 기초의원 지역구 선거에 8명의 후보를 냈지만,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가 선거구에 출마한 노동당 이향희 후보와 울산광역시 동구의회 다 선거구에 출마한 노동당 정영상 후보는 각각 23.07%와 14.27%의 득표율을 얻으며 3위로 낙선했다. 만약 3인 선거구로 치러졌으면 의회 입성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두 선거구 모두 거대 양당이 각각 한 자리씩 차지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반대해 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법 개정 없이도 시행할 수 있는 문제였다. 광역의회에서 기초의회 선구구획정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7개 광역시도 중 8개 의회에서 90% 이상의 의석을 갖고 있고, 대구·경북을 제외하고는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기초의원 전면 중대선거구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군소정당의 의회 입성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지는 건 아니다. 나도원 노동당 공동대표는 “3인 선거구가 전면적으로 이뤄져도 진보정당의 의회 진입은 보수 양당에 비해 불리하다”라며 그 이유는 “전국적으로 보수 양당이 복수 공천을 하기 때문이다. 양당은 한 선거구에 두 명씩 공천해 출마시키면서 중선거구제 취지에 배치된 행위를 해왔다”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선거법 개정에도 여전히 광역의회에서는 ‘선거구 쪼개기’가 횡행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500여 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정치개혁공동행동과 5개 정당(기본소득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정치개혁의 합의 정신을 무시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의 반발로 쪼개진 2인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복원하지 않은 채 기존의 선거구획정안에서 일부만 조정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경기도·전북·충남·충북 등에서도 확인됐다”면서 “부산시 선거구획정위는 10개의 4인 선거구가 포함된 선거구획정안을 부산시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부산시의회는 이를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갤 것이라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지지율 50% 정당이 의석 90%를 차지하는 방법

물론 비례대표라는 선택지도 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비율이어서 군소정당에는 이조차 쉽지 않다. 지방의회의 비례대표 비율은 전체 의석수의 10% 정도다. 국회의원 의석 300석 중 15%(47석)를 비례대표로 두는 국회보다도 낮다. 이는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 간의 극심한 불비례 문제로 이어진다. 소선거구제인 광역의원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서울시 비례대표 선거에서 민주당은 50.9%를 획득했는데 의석 점유율은 무려 92.7%(110석 중 102석)에 달했다. 반면 정의당은 9.7%의 정당 득표율을 받았지만, 의석 점유율은 0.9%(110석 중 비례대표 1석)에 그쳤다.

군소정당의 의회 진입이 쉽지 않다 보니, 진보 4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은 민주노총과 함께 후보 단일화 등을 추진하며 공동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노동자 도시’라 불리는 울산에서는 동구청장에 김종훈 진보당 후보, 북구청장에 김진영 정의당 후보 등이 진보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부산에서는 시장에 김영진 정의당 후보가, 연제구(라 선거구)에는 노정현 진보당 후보가 진보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이밖에 진보 정당들과 서울, 경남, 대전 등의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각 지역에서 단일 후보 합의 발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기준, 민주노총 후보(106명) 및 지지 후보(169명)는 총 275명이다. 현재 지역별로 추가·조정 절차를 거치고 있어, 민주노총 후보 및 지지 후보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그동안 민주노총의 선거 대응 과정에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아 지지 후보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로 인해 현장의 불만들이 많았다”면서 “진보정당이 깨져 있는 상황에서 활로를 뚫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지방선거에서 울산 등의 단일화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요구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노총과 진보 정당들은 선거제도 개혁 방안으로 ‘비례 위성정당 폐지와 정당명부 비례대표 및 지방의회비례대표 확대’ 등을 내걸고 조합원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의 선거제도 개혁 방향의 취지는 전면 비례대표제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향후 각 단위 간의 구체적 논의를 통해 오는 하반기 정치제도 개혁과 관련한 대국회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의 핵심은 정당이 얻은 득표율과 실제 정당이 획득한 의석수가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2024년에는 위성정당 문제로 논란이 된 총선도 치러진다. 김준우 민변 개혁입법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선거구 정수를 늘리기만 하면, 과대 대표 문제가 남을 수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기초의회가 완전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실현돼야 하는데 시민사회에서 움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내년 상반기 중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릴 것이다. 사회운동 차원에서 선거 제도 개혁과 관련한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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