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남긴 또 다른 고민, 국제연대의 미래

[워커스 인터1] 국제연대가 스펙이 되지 않으려면

  지난해 10월 난민환영문화제 모습. (이 장면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과 사퇴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가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직접 와 닿았던 것은 국제 분야 활동에서의 자원봉사 및 인턴십 논란이었다.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그런 활동들이 정보를 갖춘, 혹은 여력이 되는 일부 계층 학생들만 참여 가능하다는 지적은 매우 뼈아팠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민주연대에 자원봉사 혹은 인턴십(인턴십이라고 이름 붙이는 경우는 학교 혹은 외부기관과 협력해 이뤄지는 경우다)에 참여하는 분들을 보면 단체 활동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외국에서 공부했거나 국내 명문대 학벌을 지닌 이들이 대부분이다. 부족한 단체 역량을 고려하면 이런 분들의 활동이 정말 큰 도움이 되고, 고마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우리 단체의 활동 경력이 그들의 진학과 취업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작 왜 이런 배경이나 능력을 갖춘 분들만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과 성찰이 부족했음을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알게 됐다.

많은 청년이 우리 단체를 포함해 인권 혹은 시민사회단체 활동에 관심이 없는 것은 취업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경력을 선호할 리 없다. 설령 관심이 있어도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활동이 녹록치 않다. 지방에 거주할 경우, 교통비와 아르바이트 시간까지 희생해가며 자원 활동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인권운동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국제연대 운동은 소수 전문가의 운동처럼 돼가고 있다. 한국 사회도 국제연대 활동에 있어 점점 다양한 행위자가 등장하고 요구도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기존 운동은 인적 구성이 축소되거나 정체되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국제연대 활동을 포함해 진보적인 단체 활동가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다양한 배경의) 청년 활동가들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체 활동의 구조적인 어려움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왜 다양한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는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국제연대 활동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 국제연대 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것은 기본적으로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어떤 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국가의 이주민들이 거주 지역에서 운동을 조직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큰 이유는 이주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신분과 노동조건이겠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북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진보진영이 북한 이탈 주민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거나 그들의 어려움과 함께 하는 사례는 드물다. 탈북 청소년들이 개성공단의 노동권 문제부터 홍콩 시위, 기후변화 문제에 이르는 영역에 참여하고 고민하는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가족 구성원이 아세안 국가 출신인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국의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라는 활동을 한국에서 직접 조직한다면 한국의 국제연대 운동은 훨씬 풍부해지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 참여를 위한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

이 같은 청년이 한국의 진보적인 사회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들의 단체 활동을 지원하는 기금 조성을 제안한다. 적어도 국제연대 운동에 있어서 한국 사회가 고민해왔던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노동에 대한 고민이 나눠질 수 있도록, 이런 배경을 가진 청년들이 기존 활동가와 구성원 및 한국의 청년들과 서로 교류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꼭 필요하다.

당연히 국제민주연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리고 서울 이외 지역의 청년들만이라도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그나마 다양한 배경의 청년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경희대와 씨티은행(!)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동계 NGO 인턴십 프로그램이었다. 청년들이 조금의 지원만 있다면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국제연대를 포함해 한국의 운동이 노령화되고 있다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낀다면, 기금조성을 포함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보수논객의 유튜브만 본다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워커스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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