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으로 돌아보는 2019년의 국제연대

[인터내셔널2]

  지난 10월, <가디언>은 BTS가 인권단체와 팬의 호소에도 사우디 공연을 고수해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처: <가디언> 화면캡처]

홍콩 시위에 더 가슴 아팠던 이유

2019년을 돌아보면 홍콩 시민들의 이른바 ‘송환법’ 반대시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19년 3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 시위는 최대 200만 명이 참여하고 5000명 이상 체포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유례없이 많은 시민이 홍콩시위에 관심을 갖고 다양하게 연대했다.

필자도 홍콩 시위 연대를 조직하면서 다른 지역보다 홍콩에 더 많은 관심과 걱정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 그 이유는 홍콩 활동가들과 함께할 기회가 많아 교류 과정에서 인간적 친분이 쌓였을 수도 있고, SNS로 실시간 홍콩 시위 상황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운동 경험들이 떠올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 으로는 조금은 특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4년에 데뷔한 8인조 아이돌 그룹 ‘러블리즈 (Lovelyz)’의 팬인 필자는 2019년 3월 홍콩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 참석했다가, 같은 시기 홍콩에서 열린 러블리즈의 콘서트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콘서트에 잘 다니지 않지만, 한국 그룹의 홍콩 팬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에 다소 무리해서 회의가 끝나자마자 콘서트에 갔었다.

주로 10-20대 홍콩 청년들이 한국어로 된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한국어로 응원하는 모습은 신기하고 반가웠다. 비록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홍콩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감동해 러블리즈 멤버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며 필자 역시도 홍콩 팬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고 어떤 유대감을 느끼게 됐다.

홍콩시위가 격화될 즈음, 콘서트가 끝나고 돌아오는 공항철도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홍콩 남성이 떠올랐다.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러블리즈의 응원용품을 들고 잠들어 있었다. 홍콩 시위의 주역은 바로 10대 청소년들이었다. 그리고 홍콩 경찰이 10대 시위대에게 실탄을 발사하는 등 무차별적인 폭력 진압의 모습은 세계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어쩌면 3월의 그 콘서트 장에서 만났던 이들도 홍콩 경찰의 폭력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지 마음 한편이 아렸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여전히 알 수 없는 홍콩 시위지만 계속해서 홍콩의 상황을 SNS로 확인하면서 연대하려는 것은, 약 800명의 홍콩 ‘러블리너스(러블리즈 팬덤 이름)’와 함께했던 기억들도 내게 소중하기 때문이다.

BTS의 사우디아라비아 공연 논란

2019년 9월,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에 대응하는 연대체 ‘기업과인권네트워크’에 연대요청이 들어왔다. BTS가 2019년 10월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에서 열리는 공연을 BTS 소속사가 취소하도록 요청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사우디가 자국에서 벌여온 인권침해를 희석하기 위한 수단으로 BTS 공연을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입하고 있는 예맨 내전의 참상을 생각하면 BTS의 유니세프 캠페인과도 맞지 않다고 했다. 한국 연예산업 기업에 대한 이러한 요청은 기업과인권네트워크에서는 처음 받아보는 것이어서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 컸다.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BTS의 팬들인 ‘아미’ 내에서 논의돼 이들의 목소리가 소속사에 전달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모였다. 그래서 이 문제를 제기할만한 시민사회 활동가이자 ‘아미’인 분을 수소문 했지만 적절한 분을 찾지는 못했다. 이후 한국 언론들은 BTS 리야드 공연을 두고 이 공연으로 사우디의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완화됐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물론, BTS의 공연은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에게 큰 선물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아미’내에서도 이 공연을 둘러싼 찬반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BTS는 UN에서 성적지향문제를 포함해 “자신을 사랑하라 LOVE YOURSELF”라는 메시지를 내놓아 큰 환호를 받았다. 이들은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공연논란 뿐 아니라 성소수자 등 인권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이 내놓은 메시지로 계속 논란의 중심에 설 것이다. 예멘 난민에 대한 한국사회 일부에서 나타난 무슬림 차별과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 속에서, 세계적인 K-POP그룹 으로 자리 잡은 BTS가 어떻게 이 논란들을 대처해나갈지 주목된다. K-POP을 좋아하는 무슬림 팬들은 좋지만 난민은 싫다는 한국사회의 저열한 인식까지, K-POP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수면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K-POP’이라는 이름의 단톡방

2019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정부로는 처음으로 동남아 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문제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인도네시아의 SKB 라는 한국의류기업에서 발생한 임금체불 사태가 커지면서 대통령이 직접 해결 지시를 내린 것이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한국기업 인권침해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됐다.

그래서 필자를 포함해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기업 피해 노동자들은 왓츠앱에 단톡방을 만들기로 했는데, 인도네시아 활동가가 단톡방 제목을 ‘K-POP’으로 지었다. 이유를 묻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뭔가 긍정적인 해결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인도네시아에서도 인기 높은 K-POP을 제목으로 지은 것 같았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고 난 뒤, 임금체불 사태가 불거진 SKB 한국기업주는 한국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한국 대사관이 나서서 임금체불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아울러 다른 한국기업 노동자들은 자카르타에서 시위를 조직하고 한국정부와 기업들에게 임금체불 및 부당해고를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난 지금, 해결된 것은 SKB밖에 없다. 2015년에 공장 문을 닫고 사라진 한 한국기업 노동자는 따로 필자에게 연락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에게 해결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 노동조합 활동가가 나를 부르던 말이 ‘OPPA’ 였다. 왜 내게 ‘오빠’라고 했는지 그 마음을 알 것 같아 차마 그렇게 부르지 말라는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정부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후, 9개월 만에 ‘동남아시아 진출기업 노무관리 및 인권경영 개선방안1’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대책은 사실상 진출기업의 고충 처리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한국정부의 대책을 기다렸던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대책이 나오기 2주 전에 바로 그 ‘K-POP’ 단톡방에 영상이 올라왔다. 여성노동자들이 농성 중에 폭우가 내려 비를 맞다가 피하는 모습이었다. 어떤 영상인지 물어봤지만 한동안 답이 없었다. 짐작건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농성하는 한국기업 노동자들의 모습일 것이었다.

과연 한국사회는 ‘K-POP’부터 떠올리고,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 ‘OPPA’라고 하는 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한국시민사회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깊이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부디 새해에는 K-POP 단톡방에 희망찬 뉴스를 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각주>

1 http://www.nsp.go.kr/news/news_view.do?post_id=180&board_ i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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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렬하는 시인

    참세상이 좀 노나. 니들 잘 사나, 와 한눈 파노. 금속노조보면 파업 감추기 바쁠 때가 있더라. 참세상이면 노동현장 취재하기 바빠야지 니덜이 연예인보면서 딸치는 양아치들이가

  • 작렬하는 시인

    지금 오마이 뉴하고 프레시안이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갔다니까. 참세상이 언제 그 사람들 따라갈래. 참세상이 그 사람들 따라갈라면 가랑이 찢어지냐.

  • 도태

    그렇게 아이돌은 노동현장 아니라고 폄훼하고, 한국 자본이 착취하는 해외 노동자에 대한 국제연대에는 눈감는 노조 적폐가 민주노조의 발목을 붙잡는겁니다. 이름부터 전형적인 적폐스럽네요.

  • 작렬하는 시인

    얄마 니 생각이 짧아서 니가 무기가 되는 것은 모르겠냐. 니가 열나게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열나게 하냐. 니가 열나게 해도 다른 사람들은 그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귀찮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아니냐. 거물 정치인 이름만 들어도 꼬랑이 내리는 것이 머리 빈 것 하고, 학력 짧은 것은 어떻게 그렇게도 티를 잘 내냐. 내가 보기에는 니 머리 트일라면 니 목숨 걸어야지 좋지도 않은 머리로 남 이용해먹을라고나 하면 다람쥐 챗바퀴다. 내가 니 만나는 순간 알아봤다. ㅎㅎㅎㅎㅎ아이구 이제 볼 일 없으니까 노친네들이나 따라다니던가 니 맘대로 살아라ㅎㅎㅎ

  • 작렬하는 시인

    순진한 놈들의 제일 큰 병은 결국 이용당한다는 것인가보다. 그런 놈들이 꼭 극단적으로 치우친다니까.

  • 작렬하는 시인

    노친네들의 허접한 무기여 바이바이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