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드리운 평화와 평등의 두 얼굴

[INTERNATIONAL3]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 vs 저지하는 사람들

올해 11월부터 12월까지 ‘카타르 월드컵’이 개최된다. ‘세계인의 축제’라는 말처럼 점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한때 월드컵 경기를 직접 보겠다고 경비 마련을 위해 적금을 들고, 직장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나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2020년 한 달간의 팔레스타인 방문을 앞두고 기대한 것이 있었다. 거리에, 공터에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렇다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해야지. 그러다 용기 내 같이 해도 되냐고 물어봐야지. 어느 팀을 좋아하냐고, 어떤 선수를 좋아하냐고, 내일도 나와 같이 축구를 해달라고 말해야지. 이런 기대들.

가자 지구에서 하는 서핑, 점령을 뛰어넘기 딱 좋다!

2021년 아랍영화제를 통해 한국에도 상영된 <가자 서핑 클럽>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봉쇄, 학살, 공습 등 전쟁 범죄의 고통 속에 살아가는 가자 지구 청년들이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이야기다.

봉쇄로 인해 42km 가까이 되는 가자 지구의 해안을 드나드는 배는 없다. 다른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수도 없고 이곳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다. 수입 제한 조치로 어렵게 가자 지구에 40여 개의 서핑 보드가 들어오고 서핑 클럽 사람들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온통 잿빛인 가자 지구의 모습과 이스라엘 해상 봉쇄선이 눈 앞에 펼쳐진다. 서핑 보드를 가자 지구로 들여오는 것도 걱정이고, 보드가 있다고 해도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서핑을 즐길까?’ 하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서핑 클럽 사람들은 즐거움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해변으로 서핑하러 올 것이라는 바람을 전한다.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 지구라고 하면 공습으로 고통스러운 장면들이 떠오른다. 실제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 사람들도 희망과 즐거움, 행복을 찾는다. 나도 가자 지구에서 그들과 함께 이스라엘의 봉쇄선이 없는 아름다운 지중해 해변에서 서핑을 즐길 날을 기다린다. 그보다 먼저 그들이 절망 속의 희망, 두려움 가운데의 짧은 행복, 고난 속의 즐거움이 아닌 평화롭고 편안한 서핑의 즐거움을 찾게 되길 바란다.

  지난해 출범한 팔레스타인 절단 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
[출처: 팔레스타인 절단자 축구 협회 페이스북]

군사점령 하에 달리는 팔레스타인 축구 국가대표팀

다시 축구 이야기. 팔레스타인 축구 대표팀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아시아 축구 연맹(AFC) 47개국 중 4.5장의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팔레스타인은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싱가포르, 예멘과 한 조로 경기를 펼쳤고, 3승 1무 4패로 3위를 해 아쉽게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국제축구연맹 피파(FIFA)는 매월 1위부터 100위까지의 공식 순위를 발표한다. 팔레스타인의 공식 순위는 약 99~100위이다. ‘가나안의 사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아시아 국가 중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피파 순위 점수 계산 방식을 보면 피파 공식 A매치, 친선경기, 대륙 본선(팔레스타인의 경우 아시안컵), 월드컵 등 다양한 경기에 참여하고 순위가 높은 상대를 이겨야 점수를 많이 받는다. 팔레스타인은 2014년 7월 85위가 최고 순위, 1999년 191위가 최저 순위다. 앞으로 팔레스타인 축구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A매치와 각종 경기에 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축구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2005년 서아시아 여자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국제 경기 데뷔전을 치렀다. 이 경기에서 요르단에 ‘0대9’로 패했다. 2010년 아라비아컵에서는 A조 2위로 4강에 진출해 최종 4위를 달성했다. 2014년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모든 국제 대회를 통틀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팔레스타인에서 절단 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이 꾸려졌다. 다른 나라 선수들의 절단 장애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팔레스타인의 경우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국가대표팀 선수의 경우 난민캠프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다리를 절단하거나, 2019년 3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열린 ‘가자 지구 귀환 대행진’ 1주년 시위에 참여했다가 다리를 잃은 경우 등 대부분 점령과 관련이 있다. 여러 단계를 걸쳐 절단 장애인 20명이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내년 터키 월드컵 출전 자격을 얻는 것이 목표다. 장애가 문제는 아니지만, 점령으로 인한 장애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장애를 입게 됐을 때가 삶의 가장 어두운 날이었지만 국가를 대표한다는 긍지와 자신의 성취를 느낀다는 선수들을 응원한다.

  지난해 출범한 팔레스타인 절단 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
[출처: 팔레스타인 절단자 축구 협회 페이스북]

누구를 위한 축구장 내 정치적 퍼포먼스 금지?

지난 3월 1일. 맨체스터 시티는 피터보로 유나이티드와의 2021~2022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원래 주장인 페르난지뉴 대신 우크라이나 출신 수비수 올레크산드르 진첸코에게 주장을 맡겼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페르난지뉴 선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두 팀 주장들은 경기에 앞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었다. 경기장 대형 스크린에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고, 팬들은 “진첸코: 우리는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현수막을 들었다.

축구 팬들은 평화를 지지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태도를 칭찬했고 유럽축구연맹(UEFA)의 어떤 제재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애틀랜타 소속 루슬란 말리노우스키 선수는 골을 넣고 유니폼 안에 입은 ‘NO WAR IN UKRAINE(우크라이나 전쟁 금지)’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보였는데 심판의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오히려 모두 그를 지지하고 응원했다. 지난 맨체스터 시티와 에버튼의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NO WAR(전쟁 금지)’라고 쓰인 셔츠를 입고 입장했다. 에버튼 선수들은 모두 우크라이나 국기를 어깨에 두르고 입장해 관중의 지지와 박수를 받았다.

스페인 라 리가 소속 축구클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과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알이안츠 아레나’ 경기장은 우크라이나의 국기 색으로 전체 조명을 만들어 경기장을 비췄다.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선수는 우크라이나 국기 모양의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와, 전 세계 사람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크라이나 평화를 지지하는 축구 선수, 구단, 팬, 축구 협회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이때 시계를 되돌려 본다.

2016년 유로파리그(UEFA)에서 이스라엘 구단 ‘하포엘 베르셰바(Hapoel Be’er Shava)’를 만난 스코틀랜드 셀틱 FC의 팬들은 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었다. 유럽축구연맹은 축구 경기장에서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할 수 없다는 연맹 규정 제14조 7항과 사전 방지 책임과 관련된 제15조 2항을 들어 셀틱 구단에 벌금 징계를 내렸다. 평화를 지지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리야드 마레즈가’가 2020-21시즌 리그 마지막 경기 후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모하메드 살라와 폴 포그바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자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축구에 정치적 메시지를 끌고 왔다는 비난이었다.

셀틱 팬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로 탄압받는 이들, 스페인에서 독립하려던 바스크인들, 북아일랜드에서 박해받는 민족주의자들과 연대해왔다. 그리고 매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고 배지를 착용하고 쿠피예를 두르고 팔레스타인을 위한 모금을 하는 등 연대 활동을 이어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한편 이스라엘 경찰 당국자는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셀틱 서포터들을 비판했다. 베르셰바가 가자 지구와 불과 32km 정도 떨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비록 먼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축구장이라고 해도 경기장의 팔레스타인 국기는 긴장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스라엘 대사관 또한 대변인을 통해 셀틱 팬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유럽축구연맹도 셀틱 구단과 팬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셀틱 팬들은 이스라엘을 자극하고 긴장 상황을 유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베르셰바에서 3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자의 현실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들만의 평화, 스포츠 워싱

지난 6월 10일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장관은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수개월에 걸친 회담 끝에 이스라엘 사람도 월드컵 기간 특별 출입증인 하야 카드(1)를 소지할 경우 카타르를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축구와 스포츠에 대한 사랑은 사람과 국가를 연결한다. 월드컵은 우리에게 따뜻한 유대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카타르에 오가는 국제 항공편의 영공 통과를 허용하지 않았는데, 이스라엘 공항 당국(IAA)은 월드컵 기간에 카타르를 오가는 국제선 항공기에 영공을 개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카타르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 기간 키프로스와 이스라엘, 요르단 상공을 통과하는 최단 항로로 카타르를 오갈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로 이스라엘 영공을 통과하는 항공기 수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컵 기간 이후에도 영공 개방을 유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월드컵 기간 영공 개방 합의를 통해 역내 국가들과 협업이 더 강화되기를 바란다는 이스라엘 고위 관료의 발표도 있었다.

어떤 것은 너무 명확하게 보여 의심하지 않을 때가 있다. 법은 공정할 것이다. 언론은 정직할 것이다. 스포츠는 평등할 것이다. 그렇지만 공정과 정직, 평등이 얼마나 선택적인지 우리는 오늘도 뼈저리게 보고 느끼고 있다. 이스라엘이 스포츠와 축구의 가면을 쓰고 평화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스포츠를 사랑하는 인류는 끝내 그 가면 뒤의 추악한 얼굴을 볼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 서핑 클럽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날을 위한 연대. 절단 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이 부디 내년 터키 월드컵에 나가서 맘껏 즐기되 점령으로 인한 절단 장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 위한 연대. 팔레스타인 축구팀이 한국 국가대표팀과 신나게 한 판 붙어볼 기회를 위한 연대. 이것이 스포츠를 통해 이룰 수 있는 평화와 평등의 얼굴일 것이다.

(1) 카타르 월드컵 기간 중 사용되는 임시 신분증. 카타르 정부가 축구 경기 티켓을 가진 사람들에게 발급하는 출입증으로 이 카드를 소지한 해외 방문객만 월드컵 기간 카타르에 입국할 수 있다. 이스라엘 국적자의 카타르 방문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축구 경기 티켓 구매자는 하야 카드를 발급받아 카타르를 방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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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 서핑 클럽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날을 위한 연대. 절단 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이 부디 내년 터키 월드컵에 나가서 맘껏 즐기되 점령으로 인한 절단 장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 위한 연대. 팔레스타인 축구팀이 한국 국가대표팀과 신나게 한 판 붙어볼 기회를 위한 연대. 이것이 스포츠를 통해 이룰 수 있는 평화와 평등의 얼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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