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민주적 통제와 기간산업 사회화

[99%의 경제] 경제 위기 대응과 국가투자

정부의 경제 위기 대응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실물피해 대책 및 긴급재난지원 둘째, 금융안정 대책 셋째, 고용안정 지원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1차로 11.7조 원 추경을 포함한 32조 원 규모의 실물피해 대책과 긴급재난지원금 9.7조 원(국민 100% 지급 결정으로 더 늘어날 예정임) 및 100조 원+α의 금융안정 대책을 밝혔다. 4월 22일에는 10.1조 원의 고용안정 지원, 40조 원의 기간산업안정 기금 설립, 35조 원의 추가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모두 230조 원이 넘는 규모다.

얼핏 보기에 정부 대응은 피해지원, 금융안정, 고용안정 등 균형 잡힌 위기 대응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기 극복이 아닌 심화와, 국민과 서민의 피해 지원이 아닌 대기업과 건물주, 금융자산가 등 금리생활자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대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앞선 글에서 정부의 1차 대책 중 가장 큰 금융시장안정 대책이 주로 회사채 부실 방지와 이를 위한 은행 및 재벌 민간 증권사 지원에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매개한 대기업의 회사채 자금 조달과 회사채 부실화 방지에 맞춰 있음을 살펴봤다. 금융안정 패키지 100조 원은 정책금융기관의 선제적 기업자금 공급에 58.3조 원, 회사채 및 단기자금 시장 안정화 지원에 31.1조 원, 주식시장 수요기반 확충에 10.7조 원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이중 대기업과 관련된 지원은 총 69.7조 원으로 전체 지원의 2/3가 넘는다.

이어 정부가 4월 22일 밝힌 2차 대책은 대기업(재벌) 지원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목적 자체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 기금’ 편성이다. 이는 중소기업, 자영업, 국민 등 모든 지원을 포함해 직접 지원 대책 중 단연 압도적이다. 기간산업이란 일자리・수출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으로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전력・통신 등 7대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재벌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업종들이다. 특히 이 기금으로 유동성뿐 아니라 자본 확충까지 지원한다고 밝혀, 지난 경제 위기 시 재벌 기업에 지원된 168조 원의 ‘공적자금’과 동일한 성격을 지닌다. 지난 2000년 공적자금 개시 이후 20년 동안 최소 200조 원이 넘는 돈을 대기업에 직접 지원해 준 셈이다.

이외에도 정부의 대책은 금융회사와 건물주 등 금리생활자, 불로 소득자들을 지원하는 대책들로 채워져 있다. 1단계에서 지원된 32조 원의 실물피해 대책 지원은 방역과 지역경제 활성화, 세금 절감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건물주의 임대료 감면 지원과 수출기업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건물주의 임대료 감면 지원 등을 포함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의 대부분도 이자,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상쇄하는 것이어서 실제 건물주와 금융회사에 대한 지원의 성격을 갖는다.

다른 무엇보다 정부 대책의 문제는 금융시장 안정조치에 있다. 100조+@에 이어 2단계 조치에서 35조 원을 추가했는데, 그중 25조 원 규모로 저신용 회사채와 P-CBO까지 매입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준처럼 이제는 저신용의 부실한 회사채와 금융채까지 한국은행이 매입해 금융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조치다. 당장 급한 불은 꺼야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정부 대응은 위기를 더 크게 불러올 뿐만 아니라, 위기 이후 소득과 자산 불평등을 더 크게 만들어 놓는 ‘부자 살리기 대책’일 뿐이다.

위기 대응이 더 큰 위기를 낳고

다시 강조하지만, 코로나 발 경제 위기는 코로나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수요 축소와 공급망 교란으로 위기가 증폭되긴 했지만, 코로나가 없었더라도 경기침체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미국은 물론 한국과 전 세계가 현재 위기 대응의 핵심은 (수요 유지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제외하고) 회사채와 지난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된 MBS(주택저당증권) 등 ‘채권 부실 방지’에 있다. 이것이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로 발표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는 미국 재무부 채권(미 국채)과 주택저당증권(MBS)을 무제한 매입하는 양적 완화를 선언하며, 매입 대상에 민간기업이 발행한 상업용 주택저당증권(CMBS)을 편입시켰다. 2008년 당시 기존 대출프로그램을 모두 부활시키면서 새로이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또한, 2.3조 달러(2,800조 원) 규모의 긴급대출제도를 발표하면서 회사채 발행·유통시장, ABS 시장 지원을 위해 도입했던 프로그램들의 대출 한도를 기존 3,000억 달러에서 8,500억 달러(1,230조 원)로 확대했다. 이처럼 미국 연준은 민간 채권 특히 회사채 부실 방지를 위해 전례 없는 수준의 양적 완화-완화라는 말이 무색해 ‘홍수’라고 해야 할 판이다-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이 7,500억 유로(1,333조 원)를 투입기로 한 팬데믹비상매입프로그램(PEPP)도 유로 국가들의 국채뿐 아니라 기업들의 회사채를 인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장을 안정화한다며 부실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 구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증권금융 및 증권사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과 전액공급방식의 RP 매입을 도입했다. 공개시장 RP 매매 대상기관도 13개 시중은행과 5개 증권사에다 11개 증권사를 추가로 포함했다. 사실상 민간 회사이자 대부분 재벌기업의 증권사를 은행 수준에서 대우해 대출이나 지급보증을 해주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회사채 위기와 불안이 해소되지 않자 비은행 금융사에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주 1) 증권금융 및 증권사 RP매입, 국고채 단순매입,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 등 [출처: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이번 코로나 사태 대응으로 현재까지(4.21일 기준) 151.6억 달러(19조 원) 규모의 외화 대출을 포함해 53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는 대부분 회사채 등 채권 보증을 위한 대출 등으로 쓰였다. 투자최저등급 회사채뿐 아니라, 금융채,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P-CBO), 여전채, 할부채 등도 인수대상에 포함됐다. 여기에 4월 22일 2차 대책에서는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CP・단기사채 매입에 20조 원을 추가하고, P-CBO 공급 추가 확대에도 5조 원을 추가했다. 아직 공급되진 않았지만, 채권·증시안정 펀드의 50%인 약 15조 원 규모의 자금도 유사시 긴급 지출될 예정이다.

이것만 봐도 이 위기가 코로나 팬데믹이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코로나가 위기의 원인이었으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수요 축소에 따른 재정적 보완과 공급망 차질에 따른 생산능력 유지비용을 보전하는 것으로도 대책은 충분하다. 특히 회사채 시장의 불안과 부실은 일시적인 수요위축에 따른 결과만으로 볼 수 없다. 실제로 IMF(국제통화기구) 등에서는 코로나 이전부터 회사채 부실을 계속 지적해 왔고 경기침체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했다.1) 가령 석유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과 미국 셰일오일 기업의 부도 및 회사채 부실 우려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발생했고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더 확산했다. 회사채는 공급과잉에 따른 회사의 실적 부실에도 유동성 확대에 따른 투기수요의 확대로 대규모 부실이 예고돼 왔고 코로나 사태로 그 위험이 현실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계 수준에서 볼 때 금융적, 실물적 과잉자본으로 인한 불황 요인은 거의 제거하지 못했다. 이른바 ‘창조적 파괴’도 일어나지 않아 이자도 못 갚는 한계 기업은 그대로 남아 과잉자본을 유지, 확장했다. 투자나 소비 수요도 반짝 상승은 있었지만 2008년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부채는 축소되기는커녕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커졌다. 양적 완화로 인해 각국의 금융시장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만 호황을 누렸다. 회사채 부실은 풍부해진 시장 유동성과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해 한계기업을 유지해 온데 있다. 이것이 다른 한편, 과잉생산을 부추겨 글로벌 공급과잉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위기는 명백히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대응의 실패다. 위기 대응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 돼 과잉공급과 과잉부채 속에서 경기침체로 인한 회사채 부실 증폭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채로 부실 떠안기

부실을 부채로 막아왔기에 과거에는 호미로 막던 것을 이제는 가래로, 굴삭기로 막고 있다. 미국 연준의 자산은 2008년 위기 이전에 1조 달러에 불과했지만, 위기 대응 과정에서 양적 완화로 4.5조 달러까지 늘었고 지금은 6.5조 달러에 육박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6월 말까지 12.9조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고 연말까지 매달 1조 달러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양적 완화로 공급된 자금은 미국 달러화의 본원통화로 연준 탄생 100년 동안 1조 달러가 늘었는데, 2008년 이후 4년 만에 4배가 늘었고, 최근 6개월 동안 다시 6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이런 양적 완화로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 투기수요는 더 커지고 기업의 부실은 더욱 심화하며, 신흥국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달러 유동성은 경기 상황에 따른 신흥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출처: Fred]

게다가 2008년 당시 연준의 자산매입 대상은 미국 재무부 채권(미 국채)과 주택공기업이 발행한 MBS로 모두 공공채권이었다. 지금은 여기에 일반 회사채와 상업용 MBS까지 포함해 민간 채권도 무제한 자산매입 대상에 포함했다. 그리고 이 회사채를 투기등급 채권(정크본드)까지 확대하겠다고 하니 사실상 모든 회사채의 부도 방지를 중앙은행이 보증하고 나선 셈이다.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도 공공채권에서 회사채 등 민간 금융채까지 보증과 매입 대상을 확대했고 저신용 투기등급 채권까지 보증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대마불사가 아니라 작은 말이라도 죽지 않게(소마불사)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다른 한편에서 작은 기업의 부도조차 금융 시스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반영한 것이다. 작은 불씨가 광야를 모두 태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굴삭기까지 동원해 전방위 무제한 회사채를 매입하고, 채권 부실을 방어하며, 기업 도산을 막고 있다.

  신용등급별 미국 회사채 비중.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사채 시장이 폭증했고 특히 투자최소 등급인 BBB 등급의 회사채가 증가했다. [출처: Evergreen Gavekal.]

이런 방어수단은 먹혀도 문제고 안 먹혀도 문제다. 둑이 넘쳐 무너질 것 같아 계속 둑을 더 높이 쌓는 것인데 그럴수록 물은 더 많아지고 아래에 약해진 둑이 받는 압력은 점점 더 커진다. 둑이 높을수록 물도 많아져 둑이 터지면 그 피해는 더 커지게 된다.

그렇다고 회사채 방어에 성공한다고 위기를 피할 수 있을까? 이 대책의 문제는 투기수요를 더 부추겨 부실을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어차피 중앙은행이 구제해 줄 텐데 신용 좋고 안전한(하지만 수익률은 낮은) 채권에 얌전히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다. 고위험-고수익 채권에 투자해도 ‘고위험’을 국가가 보증해 고수익만 바라보면 된다. 채권시장은 중앙은행의 정크본드 매입 소식에 반색하며 투자금을 다시 채권시장에 쓸어 넣고 있다. 일단 터지는 것은 막아 놓고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천천히 부실을 털어낼 생각이라면 애초에 글러 먹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지금과 같은 위기는 오지도 않았다. 지난 위기 때도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투기수요를 자극해 부실은 더 커졌고 부동산, 주식, 채권 시장은 더 폭등했다.

회사채 부실 등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기 못하면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는 이유로 금융시장에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채 부실, 금융시장의 부실을 국가가 떠안지 않으면 정말로 경제가 무너지고 우리 삶은 파탄 나는가? 경제에 미치는 가시적인 충격은 더 커진다. 기업이 연쇄 부도가 나고 금융시장은 더욱 불안정해지며 이로 인해 외국자본 유출로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심한 경우 1998년과 비슷한 국가 부도 위기에 빠져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이나 디폴트(채무지급정지)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위기는 겉으로 보기에 충격이 커 보이지만 실제 GDP(국내총생산) 축소는 1998년이나 2008년보다 지금이 훨씬 더 크다. 디폴트를 경험한 다수의 국가에서 그 당시보다 지금 현재 GDP 축소와 실업대란 사태가 더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모든 국가에서 1929년 대공황 이래로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미 외환위기나 디폴트보다 더 큰 충격이 가해져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디폴트가 발생하더라도 위기의 폭이 일반적인 디폴트 상황보다 추가로 더 커지지 않는다. 돈이 없어 빚을 못 갚는 사태보다 실물 부분 부실에 따른 수요 급락과 공급망이 교란돼서 나타나는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국가 부도(디폴트) 사태가 발생해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통상 1년 정도로 다시 회복했다. IMF가 발표한 <국가 부도의 비용 The Costs of Sovereign Default>이라는 보고서는 1824년~2004년 사이 발생한 257건의 국가 채무불이행 사태를 연구했다. 이 보고서는 1970년부터 2002년 사이 채무 조정을 한 개도국을 대상으로 채무 조정이 GDP 성장률과 금리 스프레드에 끼친 영향을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디폴트를 하면 오랜 시간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치고,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보고서의 결과는 사뭇 달랐다. GDP 성장률은 디폴트가 일어난 해에 평균 1.2%포인트 하락했지만, 1년이 지난 후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2) 디폴트가 그렇게 드문 것도 아니라 1년에 평균 3개 가까이 발생했고, 디폴트를 하면 그 이후 경제가 낙후되지도 않았으며 선진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1990년대에는 영국과 스웨덴 같은 나라도 디폴트 상황까지 가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3)

디폴트 상황이 되더라도 지금보다 위기가 더 확산하거나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할 것이 아니다. 게다가 회사채 부실 방어 실패로 기업이 부도나는 상황과, 정부가 회사채 부실 청산을 위해 이를 용인한 것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후자의 경우 회사채 부실에 따른 시장 혼란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회사채 시장의 혼란에 따라 기업의 신용경색이 문제가 될 수 있을 텐데, 금융중개 기능을 살리기 위한 목적이라도 지금처럼 회사채 시장에 전방위로 개입할 필요는 없다. 위기가 심화할수록 회사채 발행이나 유통 자체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어차피 대기업을 직접 구제하기 위해 40조 원의 공적자금을 마련키로 한 마당에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현재 상태에서는 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 디폴트까지 가더라도 경제에 끼치는 영향과 고통은 그렇게 더 심각해지지 않고 현재와 비슷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이를 과장하고 공포를 부추겨 시스템 붕괴는 막아야 한다며 대마불사를 넘어 대마든 소마든 다 살리고 보자는 식의 대응은 고통을 더 오래, 더 크게 가중하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 국면이 더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이어서 부실을 부채로 떠받치는 대응은 고통을 더 장기화할 뿐이다.

입만 열면 도덕적 해이를 주장하던 주류 경제학자들은 다 어디 가고 투기자본을 구제하기 위해 수백조 원에서 수천조 원을 쓰고 있는데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디폴트를 감수하고서라도 부실을 청산해야 할 상황에서 부실을 다시 부채로 뒤덮어 감추는 것은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해결방식일 뿐이다. 그러므로 추락 천사(fallen angel)에 다시 날개를 달아 줄게 아니라 투기적 수요로 확장된 금융을 억압하고 이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현재와 같은 금융시장 정책으로는 더 큰 부실과 더 위험하고 더 커진 부채 위기 속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

또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 같은 금융시장 부양 중심의 대응이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자산 불평등을 열어 놓았다는 점이다. 위기 대응이 이 같은 식으로 계속 이어지면 불평등은 더욱 커져 부자만 더욱 부자가 되는 현실을 맞이하게 된다. ‘동학개미운동’으로도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과 채권시장 러시는 과거 경험했던 이런 불평등 속에서 얻은 나름의 교훈이면서 동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투기적 합류로 볼 수 있다. 이런 ‘교훈적 투기’는 정부 정책 대응에 따라 일시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지만, 이후 경제에 남는 것은 모든 국민의 투기화일 뿐이다.

재정지출과 국가부채

그런데도 정부 재정지출 또는 중앙은행의 자산증대(양적 완화) 등이 필요한 시기다. 지금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국가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부실을 떠받들기 위한 부채냐, 생존과 생산을 위한 부채냐의 차이다. 이 같은 재정지출 증가가 국가부채를 증가 시켜 위기를 가중할 수 있고, 부채는 미래세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 가급적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경기 충격을 그대로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가계부채를 더 증가시킬 뿐 아니라 당장 생계위협을 가하는 것이라 이 또한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준다. 그러므로 국가부채가 증가해야 할 상황이라면 얼마나, 어떻게, 누가 부담할지가 중요한 문제다.

우선 갑작스러운 수요축소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의 세출 조정 및 지출의 증가는 가능한 얘기다. 수요축소는 소비의 축소이기 때문에 당장 생산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특히 국민 생활수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즉 생계지원과 중소상공인 등 자본의 순환을 위한 지원은 소비 수요가 위축된 부분만큼 재정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부분은 오직 단기대책으로서만 효과가 있다. 헬리콥터 머니 식으로 돈을 뿌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충족되고 일정한 대응에서 수요가 회복되면 생산이 정상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상화된 생산은 과잉공급이나 과잉부채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생산일 뿐,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 채 과거의 생산과 수요를 회복한 것이다. 그 때문에 헬리콥터 머니는 위기 해결을 위해 시간을 조금 더 벌고, 국민 생활을 단기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일 뿐 위기 해결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 만약 이게 가능하려면 소비수요를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이 아닌 훨씬 더 증대시켜야 하는데, 헬리콥터 머니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목표치만큼 올라갈 때까지 돈을 뿌려야 한다. 이게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고 명목상 높아진 소비 수요가 헬리콥터 머니를 중단했을 때도 계속 유지되리란 보장도 없다. 만약 재정지출을 중단했을 때 과거의 수요로 복귀하면 상대적인 수요 위축 사태만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다른 한편, 현재 경제 상황에서 물가에 대한 기대심리보다 침체한 경기 아래에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지기 때문에 현금 보유를 늘리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케인스식으로 얘기하면 ‘유동성 함정’에 빠져든다(일본이 그렇게 됐다). 그러면 돈을 풀어봐야 화폐 거래 수요가 확대되거나 자본시장에서 채권 수요를 자극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투자가 확대되지도 않는다. 또는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더라도 투자를 자극하기보다는 투기수요만 부추겨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단기대책들로는 위기의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당장 수요부족은 해결해야 하므로 시도할 수 있는 대책이다. 그러면, 재정적자는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국가의 경제 상황마다 사정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상대적이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에서 GDP의 10% 내외의 재정부양책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그보다는 다소 적은 수준에서 안정화 될 것이라 본다.

그렇다면 누가 이 부채를 부담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국가부채는 미래세대에 부담이라는 말 자체의 함의가 바로 국민 전체가 부담을 진다는 것을 전제한다. 위기의 책임이 과잉부채와 과잉자본에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는 자명하다. 이를 고통분담 식으로 전 국민에게 분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이 경우 이들의 빚을 국민들이 대신 갚아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가령, 국가부채를 축소하기 위해 공기업 민영화나 복지삭감, 연금삭감 등의 긴축정책이 아닌 자본세, 부동산 거래 및 보유세, 주식거래세 등의 확대로 부채를 갚아나가야 한다. 국가부채의 부담은 긴축이냐, 증세냐 같은 계급투쟁의 중요한 영역에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위기 극복과 대응을 위한 재정은 어디에 써야 하는가? 첫째 (앞서 설명대로) 수요위축에 대한 단기대응 둘째, 생산적 부문의 국가 투자 확대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국가투자의 사회화

항공업계는 내수 시장의 과잉경쟁으로 이미 M&A나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자동차, 철강, 조선, 해운, 석유화학, 반도체, 전자 등도 글로벌 공급과잉 상태에서 무역 분쟁과 함께 각국에서 자국 자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잉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된 업종에서는 구조조정과 축소에 들어갔다. 또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산업재편도 자동차 업계를 필두로 전자, 화학 분야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가 덮쳤다. 순식간에 실업자가 폭증했고 도소매 서비스업은 물론 항공운수, 여행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으며 유통과 방역 관련 의료품 생산을 제외한 거의 전 업종이 타격을 받았다.

[출처: 기획재정부]

지금의 기업 대책이 단순히 수요위축에 따른 융통 자금 지원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산업재편, 구조조정과 맞물려 들어간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4월 22일 밝힌 정부의 기업 안정화 대책에서도 일시적 유동성 부족기업, 일시적 유동성 부족+자본력 보강 필요 기간산업, 코로나 19 이전부터 부실 발생 기업으로 구분해서 대응한다. 문제는 이렇게 대응해서 코로나 회복 후에도 여전히 과잉공급이 해소되지 않고 산업생산력은 답보 상태일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이제 연간 GDP 성장률이 1%대로 진입한 저성장 국가가 됐고, 아무리 쥐어짜도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정체 상태다. 코로나 사태로 잠재성장률이 더 낮아지면 성장 가능성조차 사라질 우려가 크다. 게다가 민간의 고용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산업생산이 정상으로 돌아와도 실업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저임금의 낮은 질의 일자리만 양산한다. 이런 가운데 기업 살리기와 고용안정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고용대책과 관련해 10.1조 원의 고용안정 예산중 3.6조 원을 들여 5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인데, 정부 부처별 데이터 구축 10만 명, 방역, 산림재해 예방, 환경보호 등 공공일자리 30만 명 등 40만 개의 임시 일자리(최장 6개월)와 청년 디지털 일자리, 일 경험 지원, 채용보조금 등 민간고용을 지원해 추가로 1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고용 창출로 직접 만드는 40만 개의 일자리는 최장 6개월의 임시 일자리이면서 21세기형 ‘인형 눈 붙이기’인 데이터 구축, 공공근로 등이다.

정부의 이런 대응은 위기 상황만 지나가고 다시 산업생산이 정상화되면 고용시장도 안정될 거란 기대에 근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청년 일자리 대책은 ‘3년만 버틴다’였다. 3년 뒤부터 청년층의 인구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버티면 청년 인구수가 줄어 일자리 부족이 해소된다고 보았었다. 그래서 당시 대부분의 청년 일자리 계획이 3년짜리 계획으로 나왔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일자리는 더 줄고 부실해졌다. 고용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화되어도 고용지표가 좋아지리란 보장도 없고 일자리의 질이 나아질 전망도 없다.

[출처: 한국은행]

고용 창출은 민간기업 안정화(기존 고용의 유지)보다 국가투자와 관련돼 있다. 정부도 단기 임시직 외에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해 고용을 늘릴 것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은 4차 경기부양책으로 2조 달러(2,500조 원)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계획을 의회와 논의하고 있고. 중국 중앙정부도 2025년까지 5조~7조 위안(약 850조~1,190조 원)의 인프라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8개 성(省)이 발표한 인프라 구축 계획에 따른 투자 규모는 33조 8,300억 위안(약 5,700조 원)에 이른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인프라 투자와 사회간접자본 건설의 목적이 대부분 5G 등 신산업 기반 형성이나 토지개발에 있다. 지금 얘기되는 인프라 투자는 대부분 과잉공급에 따라 과잉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산업에서 자국 자본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다시 과잉투자를 확대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특정 자본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의 특혜성 지원 논란은 둘째 치더라도 현재와 같은 과잉공급에서는 회피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 가격 지지를 염두에 둔 토지개발 형 사회간접자본 투자 역시 투기수요를 불러일으켜 국가투자로서 대단히 부적절하다.

따라서 임시적, 일시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투자, 투기수요를 확대하는 투자 또는 과잉공급에서 시장경쟁을 확대하기 위한 국가투자가 아닌 시장의 비효율성과 저생산성, 고용률 하락, 착취적 축적을 대체하는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국가투자를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국가투자의 사회화). 그리고 이를 통해 국가가 고용을 직접 보장하는 고용의 최종 수요자(demander of last resort)로 기능해야 한다. 이런 국가투자로 첫째, 재정 투입 후 수요가 발생하여 재생산이 가능한 영역(의료, 교육의 질적 확대) 둘째, 시장의 비효율을 공적 투자를 통해 제거할 수 있는 영역(보육, 공공배달앱-유통, 교통) 셋째, 이윤이 적어 시장화하지 못한 영역에 대한 사회화(가사노동, 에너지 전환, 유틸리티)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가사노동의 사회화는 필수재로 삶의 질을 올리고 여성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다. 넷째는, 기간산업의 사회화다. 현재 위기 국면과 맞물려 국유화 또는 공적자금 투입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면화 할 수 있다.

기간산업 사회화와 국가 고용 보장

정부는 40조 원 규모로 위기 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안정 기금을 조성한다. 자동차, 철강, 조선, 해운, 화학 등 제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이 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여는 거의 필연적이다. 코로나 사태가 더 지속하면 이탈리아가 국적기인 알 이탈리아를 국유화한 것처럼 주요 항공사를 국유화하는 조처를 할 수 있다. 정부는 대한항공에 1조2,000억 원,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 원을 직접 지원했고, 두산중공업에는 1조 원을 현금 지원하고 6천억 원 가까운 만기 채권 회수를 지원했다. 또한, 자동차 부품사와 철강업체, 해운사 등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도 얘기되고 있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승인이 유럽 쪽에서 계속 지체되면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에 대한 재국유화도 때에 따라 다시 얘기해야 할 상황이다.

기간산업안정 기금 40조 원에는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대응만이 아니라 자본 확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공적자금으로 자본 확충에 지원하겠다는 의미이며, 이는 해당 기업 국유화의 근거가 된다. IMF도 비상시 대응이긴 하지만 민간기업의 국유화를 한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이례적인 사태가 계속되면 대형 국가 지주회사를 설립해 민간 기업을 인수하라고 추천한다.4)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부도 위기에 빠진 세계 최대 보험사 AIG와 GM 등을 연준이 직접 국유화하기도 했고, 한국도 1998년 외환위기와 그 이후 재벌기업의 위기 속에서 대우조선, 현대건설 등을 국유화했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인 국유화는 단순히 민간기업의 부실을 국가가 대신 책임지는 형태(손실의 사회화)로만 이뤄졌고 기간산업을 사회적으로 계획하고 운영하는 기간산업의 사회화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부실을 털어내고 수익이 나자 다시 재벌회사로 매각(민영화)됐다.

이제까지 공적자금으로 지원된 돈은 168조 원에 달하고 그중 아직도 52.6조 원은 회수가 안 됐으며, 30조 원 이상은 회수 못 할 자금으로 분류된다. 게다가 자금을 회수하면서 이자나 배당금 등 투자수익을 회수 원금에 포함해 이자 등을 뺀 원금 회수 액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공적자금 대부분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1년까지 나간 돈이 대부분이라 외환위기 당시 부실 금융기관의 채권을 사는데 돈이 나갔고 다시 재벌기업으로 빠져나갔다. 길게는 20년 넘게 사실상 그냥 가져다 쓴 돈이다. 이번에 40조 원의 자금 또는 상황에 따라 그 이상이 투여된다면 최소 200조 원 이상 대기업에 무상으로 제공됐고 원금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대주주의 부실을 국가가 떠안는 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국유화가 불가피한 산업, 업종에 대해서는 부실의 책임을 대주주에게 넘기고 해당 기업과 산업을 국가 주도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국유기업이 민간기업보다 혁신이 더 떨어진다거나 부실이 더 심하다는 주장의 실체적인 근거는 없다. 노르웨이 경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에너지 국영기업 Equinor는 원유만으로 노르웨이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가스나 다른 매출을 더 하면 50% 육박한다. 이 국영기업의 운영으로 무상교육과 노령연금을 전액 지급하고 나머지는 국부로 비축한다. 또한, 중국 중앙정부 소유의 대형 국유기업은 중국의 성장을 이끌고 있고, 혼합소유제 등으로 민간지분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고용유지와 기업이윤의 사회적 공유를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대기업의 이익공유제도는 그동안 말만 무성했지 실제 실현되지도 않았고 하청계열 회사와 이윤공유조차 되지 않고 오히려 하청회사에 대한 이윤 수탈은 더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말하는 대기업 지원의 전제조건은 대기업의 자구노력이다. 금융위원회는 항공업계에 자금 지원하면서 ‘자구노력’을 전제로 했는데, 다름 아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정부 돈 받기 전에 먼저 시장에서 돈 끌어오기 위한 노력을 하라는 얘기인데, 말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위한 노력이 바로 인력 구조조정이고 해고다.

시장은 인력 구조조정이 전제가 안 되면 자금을 빌려주지 않는다. 이스타 항공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수습 부기장 80명과 3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협력업체부터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4월 22일 2단계 대책에서도 “기간산업의 경우에는 시장 조달 노력, 경영개선 노력 등을 전제로 고용안정, 정상화 이익 공유 요건 등을 부가하여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런 시장 조달 노력은 외주 하청 업체의 정리 및 비정규직 해고와 정부 자금지원 전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 등 인력구조조정을 전제로 한다. 정부 자금지원이 가시화 되는 것은 사라지고 남은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을 보장하는 고용유지협약서이다.

실제로 기간산업 사회화를 통해서만 산업 계획 수립과 원하청의 민주적, 수평적 관계 구성, 독점이윤의 사회적 환수 및 고용안정 등을 확보할 수 있다. 민간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질수록, 고용률이 하락할수록, 독점이윤이 대주주와 사적으로 지배될수록 대기업과 기간산업의 사회화 요구는 거세질 것이다. 비록 신자유주의 민영화가 사라지지 않았지만, 민영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자본수익률을 증가하기 위한 시도는 거의 없고,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한 민영화의 경우 그 수탈적 성격이 드러나 전 세계적으로 저항을 받아 이제는 쉽게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대신 민영화된 기업이 재국유화되는 사례, 위기에 빠진 대기업이 정부 지원에 의해 국유화되는 사례, 의료와 교육과 같은 필수재와 관련된 시장의 공공성이 강화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특히 필수재와 관련된 영역에서 국가적 통제와 공공적 조절은 한층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다른 한편, 생산성 저하와 과잉공급에 따른 경쟁 격화와 과잉투자와 함께 국가와 독점자본의 융합은 더 확대되고 강화된다. 미·중간의 무역 분쟁에서 미국의 중국 (사실상 국유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견제와 방어는 물론이고, 석유 시장에서 미국의 셰일오일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적, 외교적 지원은 이미 민간 기업에 대한 일상적 개입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셰일오일 기업이 부도 위험에 빠지면 미국 연준이 GM이나 AIG를 국유화했듯이 이 기업들을 국유화하고 석유 시장 정책을 국가 주도로 전면화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특히 신산업과 관련해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라고 할 수 있고 인프라 투자가 크면 클수록 산업 전반에 국가의 영향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자본간 경쟁도 더 치열해져 국가적 규모로 확대된다. 앞으로 각국 산업정책이 선도적 기업이 있는 경우 여전히 해당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움직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국가를 중심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도 국가의 산업개입의 폭과 수준을 더 강화하는 요소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실질적 강화는 국유기업의 출현 또는 국가의 산업개입의 확대와 결합으로 나타나 기간산업의 국가 독점적 사회화를 진전시키는 형태로 갈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산업계획, 산업 평등, 고용안정, 이윤공유를 실현하기 위한 기간산업의 민주적 운영과 사회적 통제이며, 이번 위기가 재벌 대기업 등 독점자본의 국가주의적 결합 강화냐, 민주적 통제냐를 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미주>---------------------------------------
1) https://blogs.imf.org/2018/11/15/soundingthe-alarm-on-leveraged-lending/
2) Borensztein, Eduardo and Ugo Panizza, , IMF Working Paper, 2008.
3) 부채전쟁, 홍석만, 송명관 저, 나름북스, 2013.
4) https://blogs.imf.org/2020/04/01/economic-policies-for-the-covid-19-w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