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개 비트코인 아류들 어찌합니까? 중앙은행의 깊어지는 고민

[요즘 경제] 3원이 300원으로 100배! 거래소만 노 젓고 있다


몇몇 유명인사의 말 한마디에 하루 사이 10~20%의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가상화폐 시장. 여기서 진짜 돈을 버는 주체는 거래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수익이 엄청나다. 100만 원 거래 시 삼성전자 주식의 수수료는 150원, 그런데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는 그 10배가 넘는 2500원이다. 가상화폐 시장의 가격 폭등 현상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본격화됐다.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 전체 거품 속에서도 가상화폐 시장이 유독 더 폭등한 이유는 이것에 대한 적정 가격이 무엇인지 서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냥 오르기 때문에 올랐다고 봐야 할 듯하다. 테슬라 CEO 같은 유명 인사가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했다고 트윗하면 뭔가 있을 듯 싶어서 오른다. 말 그대로 주식시장의 테마주와 똑같은 모습이다. 심지어 테슬라 CEO가 비트코인의 아류인 ‘도지코인’ (개얼굴이 등장하는 코인)을 칭찬하자 도지코인의 가격이 미친 듯이 급등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1 도지코인은 340원가량 한다(2021.4.20. 기준). 그런데 지난해 1월, 도지코인은 3원에 불과했다. 자그마치 100배! 원래 도지코인은 4년 전 가상화폐 열풍 때 이를 풍자하기 위해 시바견 얼굴을 소재로 재미 삼아 만든 가상화폐다. 그런데 아무 근거 없이 유명인 말 한마디에 그냥 너도나도 달려들면서 몇 달 사이에 수십 배가 폭등한 것이다. 현재 이와 같은 비트코인의 아류들은 모두 8천개가 넘는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개미들을 끌어모은다.

반복되는 폭락과 폭등, 공룡거래소의 등장

가상화폐는 정확한 가격산출의 기준이 없다 보니 작은 소동에도 가격 변동이 매우 심하다. 처음부터 사기를 칠 의도를 갖고 만든 가상 화폐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니 나름 거래소와 같은 신뢰성을 표방하는 중개기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 증권사에 계좌를 만드는 것과 같다. 당연히 거래소의 수익은 거래 수수료다. 거래소 입장에선 가상화폐 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하면 불안하다. 3~4년 전처럼 가상화폐 버블이 터져 시장이 꺼져버리는 것보다는 급·등락을 반복하더라도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 더 유리하다. 거래소는 이런 롤러코스터를 웃으며 즐기고 있다. 폭락하면 쌀 때 매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개미들의 매수를 권유한다. 이미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주식시장의 폭등을 경험했던 대중들은 이런 논리에 솔깃할 수 있다. 다음 폭락 전에만 빠져나오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코인베이스라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주식시장에 상장됐는데, 시가총액이 75조 원이다. 이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조 원이 넘는다. 거래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이들이 얼마나 많은 개미의 돈을 쓸어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불안한 투기상품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거래소 해킹 사태, 거래소 먹튀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수수료를 좀 더 높게 주더라도 안정적인 대형거래소에 몰린다. 한국의 중소형 거래소들도 올해 상당수 폐업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시장엔 독점 경향이 존재하듯, 자본주의는 20세기 초 반독점법 시행 후에도 독점의 경향을 멈춘 적이 없다. 하물며 무법지대와 가까운 가상화폐 시장은 더욱 그렇다. 별다른 규제도 없으니, 물 들어올 때 힘껏 쓸어 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후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이들의 독점적 지위는 점차 공고하게 만들어질 것이다. 새로운 디지털 상품을 취급하는 공룡거래소의 등장은 시간문제다.

도대체 가상화폐가 뭐길래?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 가상화폐들은 화폐로서의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너도, 나도 가상화폐 구매에 달려드는 것일까? 가상 화폐를 다른 투기상품들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금을 예로 들면, 금의 사용 가치는 산업용, 사치재의 수요일 뿐, 실물 거래에서 화폐로 통용되지 않는다. 그냥 상품이다. 금 거래소가 있는 이유도 금을 직접 현물 거래에 필요한 화폐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을 화폐로 사용했던 역사적 경험과 관습, 그리고 닳아서 없어지지 않는 견고성이 금에 대한 선호를 계속 만들어 왔다. 그리고 그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에 의해 현금으로 거래되는 상품시장이 있기 때문에 투기상품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심지어 금에 기반을 둔 증권(일명 종이금)의 액면가 총량은 실물 금의 가치보다 훨씬 크다. 만약 종이금을 모두 금으로 환전하려고 하면 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은 말 그대로 투기적 상품이기 때문이다. 고가 미술품 거래로 자금을 세탁하거나 재산을 증여하는 것과 같다. 미술적 가치보다 그것이 거래되는 시장이 있기 때문에 투기상품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새로운 투기상품이다 보니 관례적 기준이 없어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하다. 지난해 겨울부터 비트코인이 폭등한 이유도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 이다. 여기에 테슬라 CEO가 테슬라 자산 30분의 1을 비트코인 구매에 사용하면서 불을 댕겼다. 사실 어떤 회사의 자산을 이렇게 극심한 투기적 상품으로 구성하면 기업 가치를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재무구조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달 수십 퍼센트가 등락하는 자산에 기업의 명운을 거는 어리석은 기행이라 비판받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깊어지는 고민

그런데 이런 가상화폐의 투기열풍에 대해 중앙은행은 깊은 우려를 여러 번 드러냈다. 보통 중앙은행장들이 특정 투기상품에 대해 부정적 반감을 직접 거론하는 예는 흔하지 않다. 그 이유는 이런 투기열풍의 원인을 중앙은행이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엄청나게 늘렸다. 미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했던 양적완화 규모 수준의 돈을 불과 6개월 만에 쏟아부었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자산시장은 주식, 부동산, 원자재 가릴 것 없이 모두 V자 반등을 했다. 이런 중앙은행의 극단적인 완화정책이 모든 자산시장을 부양하는 데 커다란 버팀목이 된 것이다. 여기에 2023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니, 앞으로 최소 2년 동안은 중앙은행이 일종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 준 셈이다. 물이 빠지기 전에 빨리 퍼 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 중앙은행이 이런 투기상품까지 부양할 목적으로 통화완화정책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고자, 적극적 재정정책을 보조하고자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니 자신들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이런 투기 열풍이 달가울 리 없다. 윤리적 비판은 차치하고서라도, 금융버블로 인한 새로운 위기로 정책 효능이 마비되고 후퇴하여 경기침체가 심화한다면 중앙은행으로서도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실탄마저 쏘고 나서도 경제회복은커녕 금융버블만 일으켰다는 역사적 오명을 떠안을 수 있다.

그래서 중앙은행을 비롯한 제도권에서는 가상화폐를 최소한 통제 가능한 범위로 들어오게 만들려는 노력도 같이하고 있다. 탈세·불법자금세탁 등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옥죄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여타 법으로 규제되는 다른 상품시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 내재적 가치가 없는 가상화폐에 대해 가격 산출의 기준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레 투기적 열풍이 사그라들 것이라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자. 다른 자산시장에서 벌어지는 가격상승은 가상화폐와 달리 정확한 가격이 산출돼 폭등하나?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99년 IT 버블을 ‘닷컴버블’이라 불렀던 이유도 ‘.com’만 뒤에 붙으면 천정부지로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바이오’만 붙으면 몇 배씩 뛰어올랐다. 지금 벌어진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의 폭등 현상도 가상화폐의 폭등 현상과 다를 바 없다. 진입장벽이 낮았던 가상화폐 시장이 더 두드러져 보일 뿐이다.

지속불가능한 양극화된 경제

이런 양극화된 경제가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중앙은행들은 이런 상황이 매우 불편하면서도 이를 뒤로 물릴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 실물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자산거품이 터지지 않고 관리되길 바랄 것이다. 아직은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 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부동산 모기지에 뿌리를 둔 파생 금융 상품처럼 통제 불가능하거나, 대형은행의 부실 규모가 커서 은행시스템의 위기로 전염될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런 양극화된 경제에서 과연 누가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지원금으로 쏟아낸 돈을 주식시장, 코인시장에 갖다 바치는 꼴이 반복되니 실물경제는 기대한 것만큼 나아질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유행했던 ‘벼락거지’라는 말이 이것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남들 다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데 나만 못 벌어서 거지가 됐다는 이 유행어는 경제정책이 얼마나 무용한가를 보여준다. ‘벼락거지’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지금의 자산시장 거품을 국가가 계속 만들어줘야 한다. 아니면 부자가 된 남들이 돈을 잃고 자신과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는 자산시장의 폭락을 유도해야 하고, 이 폭락은 가계부채를 폭발 시켜 경제를 더욱 곤두박질치게 할 것이다. 어느 것도 대안일 수 없다. 중앙은행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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