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은 쓰레기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이슈③] ‘기후 악당’이 장악한 폐기물 시장, 천문학적인 이익 낸다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 규모가 매년 2조 원 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 규모는 19조4000억 원. 2025년에는 23조70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폐기물 처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미 이들은 폐기물 업체를 인수해 가치를 불린 뒤 되팔며 돈을 벌고 있다. 매각 금액은 수천억 원에 달한다.

대기업 계열사들도 ‘ESG(환경·책임·지배구조) 경영’을 앞세워 폐기물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SK건설’은 아예 사명에서 ‘건설’이라는 단어를 뗐다. 새로운 사명으로 내세운 것은 ‘SK에코플랜트’다. 친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와 심는다는 의미의 ‘플랜트(Plant)’의 합성어다. 향후 환경업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연간 폐기물 발생량이 10년 새 11만 톤(24.1%)이 증가한 현재. ‘ESG’라는 간판을 달고 폐기물 시장에 뛰어든 사모펀드와 대기업들은 과연 ‘착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을까.


기업의 쓰레기, 돈 놓고 돈 먹기

올해 1월, 환경부는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인 ‘고고챌린지’를 시작했다. 생활 속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취지로 ‘(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를 거부하)고’, ‘(해야 할 한 가지 실천을 하)고’라는 의미를 담았다. 하지만 폐기물 배출을 규제하고 강제해야 할 진짜 ‘기후 악당’은 따로 있다. 바로 폐기물 발생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의 산업 쓰레기들이다.

폐기물은 크게 ‘사업장폐기물’과 ‘생활폐기물’로 나뉜다. 사업장폐기물은 공장이나 건설 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말한다. 이외에 흔히 가정에서 배출하는 폐기물은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2019년 기준 사업장폐기물은 연간 폐기물 발생량 중 무려 87%(약 42만 톤)를 차지한다. 생활폐기물은 12%(약 5만 톤)에 불과하다.

기업은 수많은 산업폐기물을 배출하는 한편, 이러한 폐기물을 구매하고 처리하며 다시 돈을 번다. 폐기물은 지자체가 직접 처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민간에 위탁해 처리하는 경우가 더 많다. 환경부가 발표한 폐기물 처리 주체별 처리현황에 따르면, 2019년 사업장폐기물의 86.2%를 위탁 처리하고 있다. 사업장폐기물 배출업체와 처리업체가 통상 1년 단위로 위·수탁 계약을 맺어 처리하는 방식이다. 처리업체는 배출업체를 대행해 폐기물 처리 과정을 일체 관리한다. 생활폐기물의 경우 공공 처리는 51%였으며, 나머지 48%를 위탁 처리(지자체 민간위탁 포함)하고 있다.

폐기물이 돈이 되는 마법

폐기물 시장은 지난해 M&A시장에서 소위 ‘핫 섹터’ 로 꼽혔다. 폐기물 산업은 처리 공정에 따라 △수집· 운반업 △재활용업 △처리업(매립·소각)으로 나뉘는데, 이중 처리업의 영업이익률이 단연 가장 높다. 초기 시설 투자 비용이 발생하고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는 향후 폐기물 처리 산업이 대형 업체와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기준 폐기물 처리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4.4%로 수집·운반업 5.5%, 재활용업 4.4% 대비 월등히 높았다. 처리업 중 매립과 소각의 영업이익률은 더 높다. 매립장을 소유한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0%이며, 소각 시설 보유 업체의 경우도 16% 수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455개소의 소각시설 중 민간소각업체 (중간처분업체)는 123개소(27.5%)다.(1) 매립시설의 경우 전체 302개소 중 민간 매립업체 (최종처분업체)는 53개소(17.5%)다.(2)

폐기물 처리 단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업체 이익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소각단가의 경우, 2017년 중국의 폐기물 반입조치와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4%가 상승했다. 매립 단가도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수도권매립지 관리공사에 따르면 2014년 톤당 4만2730원이던 수도권매립지 건설폐기물 단가는 2019년 9만9893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2022년부터는 약 48% 증가한 14만7497원으로 고시됐다.

쓰레기 냄새 맡은 ‘먹튀’ 사모펀드, 폐기물 시장에 일찍이 등장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일찍이 폐기물 시장에 투자한 뒤 덩치를 키워 되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남겼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 (IMM)는 소각기업 2위 업체인 종합환경기업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를 소유하고 있다. IMM은 쿠팡과 위메프, 무신사, 우아한형제들 등 주요 유니콘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계의 강자다. 원래 EMK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JP모건에셋매니지먼트가 2010년 설립한 회사다. JP모건은 비노텍, 한국환경개발 등의 6개 자회사를 인수해 EMK의 규모를 키운 뒤, 2017년 IMM에 4천억 원에 매각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EMK의 기업 가치는 약 8천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최근 IMM이 EMK의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국내 폐기물 기업에 투자해왔다. 호주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맥쿼리 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맥쿼리PE)은 2013년 건설 폐기물 처리 업체 대길산업을 인수했다. 이를 시작으로 2014년 폐기물 중간처리 업체 진주산업, 2017년 생활폐기물 처리업체 리클린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2017년 6월에는 영남권 최대 폐기물 소각·매립 업체인 코엔텍의 지분 33.63%를 795억 원에 인수한 뒤, 지분을 59%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맥쿼리PE는 2년여 만에 IS동서·이엔에프 프라이빗에퀴티(E&F) 컨소시엄에 코엔텍 보유 지분 전량과 폐기물 중간처분 업체 새한환경 지분 100%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무려 5천억 원에 달했다. 맥쿼리는 지난 2013년 지하철 9호선 매각 과정에서 284억 원의 매매 차익을 얻어 ‘먹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는 지난 2016년 의료폐기물 전문기업인 ESG그룹을 1,8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6개 폐기물 업체를 인수·합병하며 동종 업계 1위 기업으로 키웠다. 그리고 지난해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꼽히는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이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약 9천억 원으로, 투자 금액 대비 4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환경사업’ 한다면서 ‘매립장’ 파고 있다

대기업들도 ‘ESG 경영’을 앞세운 ‘그린워싱’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긴다. 심지어 환경을 훼손 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을 강행하며 마을 주민과 갈등도 빚는다. 매립장 조성은 설치 초기 부터 환경 훼손과 수질오염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시민사회는 폐기물 매립을 지양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지난해부터 충북 괴산군은 SK에코플랜트, 토우건설과 투자협약을 맺고 ‘괴산메가폴리스’라는 이름의 산업단지와 폐기물처리시설(매립장)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는 3,253억 원, 사업 면적은 총 180만m²다. 이 중 6만m²가량에 매립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매립용량은 194만 톤에 달한다. 괴산군 주민들은 지자체와 기업에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해당 부지 주변에 10여 개의 자연부락과 산, 학교, 어린이집 등의 주민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들은 기업이 돈벌이에 혈안이 돼 매립장 건설을 강행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괴산메가 폴리스산업단지반대대책위원회 등 지역 단체들은 지난 6월 기자회견을 열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연간 수백억 원 대의 수익을 내는 일부 업체들의 돈벌이 수단”이라며 “현재 괴산메가폴리스산업단지와 유사한 충주메가 폴리스산업단지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운영하는 업체는 연간 3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순이익이 2백억을 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SK에코플랜트는 충북 음성군의 성본산업단지에도 200만 평 규모의 폐기물 매립장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는 수처리 업계 1위인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구 EMC홀딩스)를 1조여 원에 인수하며 폐기물 사업에 본격 뛰어 들었다.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는 수처리, 폐기물 처리사업등여러환경사업을하는대형환경 플랫폼 기업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 6월에는 새한환경, 대원그린에너지, 클렌코 등의 폐기물 소각기업과 의료폐기물 기업 디디에스의 지분 100%를 4,180억 원에 인수키로 했다. 이로써 SK에코플랜트는 소각과 수처리 시장 내 점유율 1위의 종합 환경 플랫폼 지위를 확고히 했다.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의 계열사로, 그룹 내 환경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SK에코플랜트 안재현 CEO는 자사 유튜브를 통해 “지구를 지키는 환경업. 지난 60여 년처럼 우리가 신명을 다해 노력할 새로운 영역”이라며 환경사업의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SK에코플랜트는 과거 ‘SK건설’이라는 사명 아래 건설폐기물 무단배출 논란을 수차례 겪어왔다. 다수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건설폐기물을 녹지에 무단 방치 하거나 매립해 환경 파괴를 야기했다는 비판이었다. 심지어 SK그룹의 3대 주력사인 SK이노베이션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순위 각각 6위와 10위를 차지한 ‘기후 악당’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매립장이 거기서 왜 나와?

산업단지 내 매립장 사업, 순이익만 매년 200억 폐기물 매립장 조성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도 잇따르고 있다. 충주메가폴리스산업 단지는 초기 산업단지 조성 계획에 없던 폐기물 매립장 부지가 2015년 산업단지 계획 변경으로 추가되며 논란을 빚는 곳이다. 2010년 준공된 충주메가폴리스산단은 센트로라는 업체가 운영 중이다. 센트로의 지분 70%는 태영그룹 계열사 TSK코퍼레이션이, 30%는 토우건설 계열사인 우리가 갖고 있다. 센트로의 당기순이익은 2019년 231억 원, 2020년 209억 원에 달했다. 두 해에 걸쳐 약 300억 원의 현금배당도 이뤄졌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은 지난 7월 충청북도가 ‘충주 메가폴리스 산업폐기물 매립장 및 산업단지 관련 자료’ 등의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중앙행정 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들은 “충주메가폴리스 내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매년 수백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엄청난 특혜성 사업인데, 이와 관련된 정보가 은폐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더구나 “몇몇 기업들에 엄청난 특혜를 주는 충북 내 산업폐기물 매립장 문제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폐기물 매립 후 관리를 위해 수십억 원의 공적 비용이 투입되기도 한다. 7년 전 충북 제천시의 산업폐기물 매립장에서는 에어돔이 붕괴해 98억 원의 국비와 지방비가 들었다. 이곳의 사업주는 에어돔 붕괴 후 부도를 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폐기물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지난 5월, 폐기물처리 시설의 영업 구역을 산업단지 내로 제한할 수 없도록 하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 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대해 농본의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폐기물처리 기업들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환경부가) 폐기물 처리 사업에 대한 인허가 요청 공문을 써주기도 한다. 환경부와 폐기물처리 업체 간의 유착관계가 의심된다”라며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면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처럼 민간 폐기물 시장이 확대·유지되는 한, 폐기물 발생량 감소 등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승수 변호사는 “사모펀드는 단기 차익을 기본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산업폐기물 사후 관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민간업체의 이윤 추구는 폐기물을 더 많이 발생해야 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들로서는 폐기물을 줄일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때문에 폐기물 문제에 있어 공공의 책임이라는 원칙이 필요하다. 국가가 폐기물 관리를 직접 책임지고, 배출 비용을 높게 책정해 폐기물 배출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각주
1. 공공처리시설 180개소(40.4%), 자가처리시설 142개소(31.9%)
2. 공공처리시설 215개소(71.2%), 자가처리시설 34개소(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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