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것도 아닌,

[리부트reboot]

대가를 지불하고 들어간 곳은 집이었다.

주방에는 쓰다 남은 식재료가 있었고, 욕실에는 한 번 만 더 써버리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치약이나 샴푸 따위가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 테이블에는 알 수 없는 서류들이 쌓여 있었고, 달력에는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달력 옆에는 액자가 하나 있었다. 그 안에 있던 누군가의 사진을 보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를, 낯선 긴장감 같은 것이 생기게 된 것은.

그래도 대가를 지불했으니, 괜찮겠지 싶었다. 누군가가 생각나지 않게, 누구의 것도 아닌 것처럼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겨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했지만 무엇 하나 자연스러워진 것은 없었다. 부질없는 짓이라 생각이 들었다. 물건들을 기억해둔 위치에 다시 돌려놓고는 서걱거리는 이불 사이에 누워 잠을 청했다.

집도 상품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공간, 그리고 거기에 얽힌 관계마저 상품이 될 수 있을까, 돈을 지불하고 그것을 가질 수 있다면, 지금 이 집은 누구의 것일까, 애초에 그것을 누구의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나, 모든 것이 상품이 되는 세상에서는 그것도 가능한 것일까.

대가를 지불하고 들어간 집에서는 몇 번이고 뒤척일 수밖에 없었다.


작가 강유환
1995년 부산 출생, 아직 잘 모르겠다.
먹구름 같은 사진이라고 친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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