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유로지븨(юродивый) 들

[프리퀄prequel]


세상은 그들을 ‘출몰’한다고 한다. 평온한 바닷가에 나타난 ‘인어’도 아니고, 어두운 숲속의 ‘도깨비’도 아닌 그들을 향해 그렇게 말한다. 누더기를 걸치거나 짙은 분장을 하거나, 쇠사슬을 걸치거나, 방울을 달거나, 자신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지팡이를 들거나,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의 일상과 너무도 먼 그들은 어디서 왔고 또 어디로 가는가?





어느 시대는 이들의 정체를 ‘유로지븨’ 라 부르며 그들을 숭배했다. 마을에 나타난 ‘바보 성자(聖者)’로 알고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했다. ‘그리스도를 위해 미친 자’였고 모든 사람을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내던진 사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불교의 역사에서도 등장한다. ‘무애행(無礙行)’이라는 파격적 행동을 보이는 고승이 그들이다. 자신과 세상을 열애한 나머지 광인(狂人)으로 가장하고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벗어난 행동과 퍼포먼스로 기행을 보여주고 예언을 했다.


어느 때부터 이성과 합리적이라는 수사가 붙은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엄격하게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법과 제도를 만들었으며 그 기준 아래 독특한 사고와 행위를 하는 자를 용납하지 않았다. 문화적 질서가 표준화되면서 사회와 조직이 이들을 타자화하거나 배제하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격리하고 가두기도 했다.


어린 시절 그들이 출몰하면 기괴한 옷차림과 행동이 두려웠다. 어른들은 손가락질하며 힐난하고 입에 담지 못할 독한 말을 쏟아 부었다. 낮설음과 불편함은 동네 아이들을 하나로 규합하였다. 돌을 던지고 침을 뱉었으며 편견 가득한 아이들의 행동은 못된 어른을 뛰어넘었다.



언제부터 내 눈앞에 보이지 않던 그들이 뚜렷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진은 보는 대상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기도 한다. 속죄라도 하듯 그들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미처 카메라를 챙기지 못한 날은 핸드폰으로도 찍었다. 말을 붙이고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사연 속에는 공통된 이야기가 있다. 뿌리 깊게 자리 잡는 ‘차별’을 향해 ‘차이’의 행색으로 드러내 마치 세상을 향해 반항하는 것으로 보였다.



법, 제도 보편타당함에 숨겨진 차가운 시선에 맞서고 있었다. 지금 누구든 우리를 규제할 수 없고 심지어 정신을 지배할 수 없다며 출몰하고 있다. 아니 재림하고 있다. 거리를 당당히 활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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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그들의 사연 속에는 공통된 이야기가 있다. 뿌리 깊게 자리 잡는 ‘차별’을 향해 ‘차이’의 행색으로 드러내 마치 세상을 향해 반항하는 것으로 보였다.법, 제도 보편타당함에 숨겨진 차가운 시선에 맞서고 있었다. 지금 누구든 우리를 규제할 수 없고 심지어 정신을 지배할 수 없다며 출몰하고 있다. 아니 재림하고 있다. 거리를 당당히 활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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