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가스 검침·점검 노동자들의 인간선언

[연정의 바보같은사랑](126) 대구 일원 도시가스 검침·점검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이야기①

[필자주] 대구시와 경북 경산시·고령군 등에서 도시가스 검침·점검 안전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여성노동자(이하 ‘검침·점검 노동자, 공공운수노조 대구지부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지회 소속) 240명이 도시가스 검침기간인 4월 1일부터 8일 까지 2차 총파업을 하고 있다. 검침·점검 노동자들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AS기사노동자들과 함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은 연장근로수당 지급과 적정업무량, 유급병가 부여, 차량유지비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에 진행한 총파업·준법투쟁 관련해 삭감된 임금 반환과 회사 측의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대구도시가스 검침·점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을 하게 된 배경과 투쟁 과정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4월 1일, 2차 총파업 사전대회 중인 검침·점검 노동자들 [출처: 연정]

벚꽃 막바지에 두 번째 파업을 하다

4월 1일 점심 무렵, 대구 남구 두류동 이월드 정문 앞. 막바지 벚꽃 구경을 나온 시민들의 가벼운 발걸음과 놀이공원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이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한다. 이월드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에 파란색 조끼를 맞추어 입은 수십 명의 여성노동자가 서있다. 이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노란색 하늘색 깃발을 하나씩 챙겨 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동료들을 기다린다. 이월드에 단체로 입장을 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인근 두류공원에 단체로 봄나들이라도 가려는 것일까?

“동지들 쫌 뛰라 뛰~!!”

“빨리 온나!”

약속 시간 몇 분을 남겨두고 헐레벌떡 뛰어온 여성노동자 몇 명이 가쁜 숨을 진정시키고 체온 체크를 하고 조끼를 입은 후에 동료들 곁에 선다. 이제 다 모인 모양이다. 오후 1시가 되자 놀이공원 관람도 꽃구경도 아닌 ‘2차 총파업 투쟁대회’ 사전대회가 시작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벚꽃 잎이 날린다. 마음 편히 벚꽃 구경을 해본 게 언제였을까.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준수하라 준수하라 준수하라 투쟁!”

간단한 구호연습과 노동조합 간부의 발언이 끝나자 여성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고정연장수당 지급하라’ 등이 적혀있는 깃발을 들고 본대회 장소인 대성에너지를 향해 행진을 시작한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파업 기간 동안 매일 99명의 노동자가 원청 대성에너지, 관리 책임이 있는 대구시와 노동청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집회 구호도 노동가요도 팔뚝질도 익숙하지 않은데, 벌써 두 번째 파업을 하고 있는 이들. 이들은 대구시와 경북 경산시·고령군 등에서 도시가스 검침·점검 안전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여성노동자(이하 ‘검침·점검 노동자, 공공운수노조 대구지부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지회 소속)들이다.

“대구 시민여러분, 저희는 대구광역시 일원에 도시가스 검침과 안전점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성에너지 서비스센터의 검침원과 기사 노동자들입니다. 저희는 지난 20년 이상을 대구시 일원에 도시가스의 안정적 공급과 검침 계량기 수리 안전점검을 위해 밤낮 업이 일을 해왔으나 회사는 연차 근무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2차 총파업 사전대회를 마치고, 본대회 장소인 대성에너지를 향해 행진 중인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지회 조합원들 [출처: 연정]

우리를 너무 만만하게 본 거 같습니다

파업을 좋아하는 노동자는 없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20년 동안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만 해온 노동자들 본인도 이런 날이 있으리라고는 상상 하지 못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대성에너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람으로 대우했어도 이런 날은 오지 않았을 거다. 1차 파업 때 만난 여성노동자들에게서 첫 파업의 설렘이 느껴졌다면, 2차 파업에서는 분노와 결기가 느껴진다. 1차 파업에 들어가면서 노동자들이 낸 연차를 반려했던 회사가 3월 25일 30~50만원 삭감된 임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삭감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임금을 차등 지급했다. 안 그래도 최소한의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는 사측에 열이 받을 대로 받아있는 노동자들의 분노에 회사가 불을 지핀 셈이다. 투쟁 중에도 업무량을 다 채우는 등 원래 미온적이었던 7명의 조합원이 탈퇴한 것 말고는 노동조합 조직에 변화가 없다. 오히려 노동자들은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임금 삭감까지 되고 나서 다들 더 의지를 다진 거죠.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우리가 어떻게 근무를 해줬는데, 느가 우리를 직원으로 생각하는 거 맞냐?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저는 그냥 일하고 싶은 노동자일 뿐이에요.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가 오죽하면 이렇게 나왔겠어요? 저희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하다 말 거 같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죠. 이 사람들이 아줌마들을 잘못 본 거 같아요. 우리를 너무 만만하게 본 거 같습니다.”

파업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그동안 착취당한 것에 대한 억울함과 고작 며칠 파업으로 작은 목소리를 냈다고 치졸한 보복을 하는 회사에 대한 분노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이미 폭발했는지도 모른다.

검침·점검 노동자들이 소속된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대표 안봉환)는 대성에너지(구 대구도시가스, 대표이사 윤홍식)에서 도시가스 관리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 회사로, 원청인 대성에너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법인이다.

대성에너지 비정규직인 도시가스 검침·점검 노동자들과 AS기사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살인적인 업무량, 병가조차 쓸 수 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20년 간 일해 왔다. 참는 게 능사인 줄 알고 견디어온 검침·점검노동자들과 AS기사 노동자들은 이러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6개 센터 전체 노동자 430명 중 75%에 해당하는 320명의 노동자가 순식간에 가입했다. 최소한의 노동권 확보를 위해 사측과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은 노동조합이 제시한 단체협약안 92개 조 중에 90개 조를 거부하며 시간 끌기를 해왔다. 이에 노동조합은 올해 초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하여 쟁의권을 확보하고, 조합원 95.3%의 찬성률로 쟁의행의를 결의하게 된다. 조합원들은 야간, 주말, 휴일 등의 부당한 업무를 거부하고 평일 9~18시에만 근무하는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그리고 3월 1일 240명의 검침·점검 노동자들이 첫 파업에 돌입한다. (AS기사 노동자 70여 명도 노동조합에 가입했지만, 필수공익사업 필수유지업무제도로 인해 파업에는 간부들만 참여하고 있다)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대성에너지 검침.점검 여성노동자들 [출처: 연정]

퇴사자 생길 때마다 몇 백 개씩 늘어나는 업무량

“저희들이 이렇게 노조를 하는 이유가요. 검침양이나 점검양이 엄청 많은데 회사에서는 적정인원이 맞다면서 퇴사자 있을 때마다 계속 몇 백 개씩 더 안겨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저희는 원래도 업무량이 많은데 ‘너희들 한가하니까 더 해도 된다’는 식인 거니까. 임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업무량이 너무 많아지니까 다리가 아파서 더 받을 수가 없어요.”

검침·점검 업무를 한 지 6년 되었다는 송진영(가명) 씨는 업무량이 너무 많아 정말 살고 싶은 심정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했다. 보통 노동자 1인에게 맡겨지는 검침·점검 세대 수는 4천 세대 내외로, 진영 씨가 맡은 세대 수는 4,400개라고 했다. 퇴사자들의 업무량을 계속 떠안으면서 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매월 1~8일까지 각 세대를 돌면서 사용량 검침을 하고, 9일부터 말일까지는 (1년에 한 세대 당 두 차례씩) 검지기를 들고 가스 누출 확인 안전 점검 업무를 해요. 20~25일경에는 고지서 송달 업무를 하고, 체납 고객 관리도 하고, 체납 3개월 이상 된 세대 차단 업무도 해야 하고요.”

현재 회사에서 요구하는 점검률은 92%로, 98%에서 하향조정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센터 중에는 98~99% 달성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사실상 100%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거다. 점검률에 미달했다고 임금 삭감이 된 적은 없었지만, 관리자들의 압박 때문에 안 맞출 수가 없다.

이들의 업무는 이뿐만이 아니다. 노후한 보일러 교체 점검 관리와 호텔이나 병원 식당 등 대용량 보일러 검침 업무도 이들의 몫이다. 수시로 사무실에 들어가 전산 확인과 방문 문자 발송, 고지서 업무, 마감작업 등을 하는 것도 검침·점검노동자들의 빼놓을 수 없는 업무다.

1~8일 사이 4천4백 세대 검침을 완료하고 났을 때, 진영 씨를 기다리는 것은 가장 지난하고 괴로운 점검 업무다. 검침·점검 노동자들은 일 년에 두 차례 하는 점검 양을 월로 나누어 매월 일정한 개수의 세대를 방문해서 안전 점검을 한다. 4천4백 세대를 담당하는 진영 씨의 경우, 일 년에 8천8백 건의 점검을 해야 한다. 이 업무량을 다 하기 위해서는 한 달(9일~말일 사이)에 대략 730건을 해야 한다. 진영 씨는 새벽부터 밤까지, 주말, 공휴일, 명절에도 업무량을 맞추기 위해 일을 나가야 했다. 직접 세대방문을 해서 검지기로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하는 점검 업무는 고객이 집에 있거나 고객이 가능한 시간에 맞추어서 방문해야 한다. 평일 9~18시, 주 40시간, 월 209시간 노동으로는 애초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구 중구 남산동, 대성에너지 본사 [출처: 연정]

점검률 맞추려면 어쩔 수 없어요

“저녁이랑 주말, 공휴일 일 안 하면 점검률을 맞출 수가 없어요. 요즘 직장에 다니거나 사회생활 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9~6시에만 가서 점검을 할 순 없는 상황이에요. 저희 업무가 집에 있을 때, 새벽 6시든 7시든 전화 오는 거 안 받을 수가 없어요. 다 받았어요. 건수를 다 해야 하니까 새벽이든 밤이든 문자 오면 저희들이 그냥 합니다. 집에 있으면서도 쉬는 게 아니죠. 전화든 문자든 계속 시달려야 하니까. 토요일 오전은 당연히 하는 거고, 고객이 토요일 저녁때 퇴근한다고 하면 그때 맞춰서 가야죠. 일요일에만 집에 계신다고 하면 당연히 그날 가는 거고요. 원룸이나 오피스텔 건물은 한 달 내내 가야 돼요. 점검률 맞추려면 어쩔 수 없어요. 정말 못 견디겠는 거는 지금도 개수(업무량)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거예요.” (안정현[가명], 검침·점검노동자)

안정현(가명) 씨는 밥을 하다가도 장을 보다가도 수시로 고객들 연락이 오면 답변을 하고 시간을 잡는 등 응대를 했다. 자고 있는데, 새벽에 당당하게 전화하는 고객도 있다. 실제로 24시간 근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정현 씨 역시 업무량이 계속 올라가서 못 견딜 지경이라고 했다. 심지어 파업 중인 이날도 노동자들의 개인 휴대폰으로 고객들의 연락이 오고 있었다.

“파업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문자 전화가 와요. 오늘도 아침 7시에 전화가 와서 검침 수가 얼마라고 알려주는 고객도 있었어요. 늘 이래요. 휴일이고 뭐고 이게 일상인 줄 알고 살아왔어요. 저희 개인 핸드폰이 고객들한테는 도시가스로 떠요. 저희는 개인 생활이라는 게 없어요.” (4년 차 검침·점검노동자)

2019년 대성에너지는 ‘근로자들의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을 위해 도시가스 서비스센터 일요일 휴무제를 시행한다고 공지했지만, 검침·점검 노동자들에게는 이번 생에서 가능할까 싶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래서 결단했다. 이번 생을 바꾸기 위해.

20년 근무해도 최저임금 비정규직

4월 2일 파업 2일 차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 대성에너지 앞. ‘2차 총파업 투쟁대회’의 열기가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만큼 뜨겁다. 검침·점검노동자들의 울분에 찬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고객님들이 우리한테 한번 씩 물어보는 얘기가 있어요.”

“정직원이냐고!”

“맞습니다. 우리 도시가스에 어떻게 들어왔냐고. 정직원 맞냐고, 월급은 얼마나 되냐고 물어보시죠?”

“네!”

“월급 얼마냐고 물어보면 ‘고객님 우리가 월급 얼마 받을 거 같습니까?’ 제가 되묻습니다. 그러면 그분들 뭐라고 합니까?”

“250만원!”

“네, 250만원. 좀 많게 부르면 300만원. 그쵸? 우리 실제 월급 얼마입니까?”

“185만원!”

“맞습니다. 185만원 제 월급입니다. 우리 최저시급입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김경아 씨는 “10년 전에 업무량(검침·점검양)이 2,500개였는데, 2021년도에는 3,600건을 하고 있다. 업무량이 10년 사이 1,100개가 늘었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최저시급”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많은 고객이 검침·점검 노동자가 당연히 대성에너지 정규직으로 괜찮은 급여를 받으며 일하리라 생각하지만, 이들은 연장수당 휴일수당 한 푼 못 받는 대성에너지의 최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다.

  대성에너지 앞 집회가 끝나고 단체 사진촬영 중인 노동자들 [출처: 연정]

“제가 도시가스 근무한지 18년 차거든요. 근데 오래 근무해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새로 들어오는 신입이나 오래 근무한 사람이나 임금이 다 똑같이 최저임금이에요. 신입직원 들어오면 제가 일 가르쳐주러 나가야 되는데... 검침원들이 퇴사하면 인력보충을 안 해줘서 저희들이 다 나누어서 해야 되고 그렇거든요.”

18년 동안 검침·점검 업무를 해왔다는 이윤경(가명) 씨도 해마다 업무량은 증가하는데 임금은 늘 최저임금이라고 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휴일 명절도 없이 일을 하지만, 야근수당과 휴일근무 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근속연수에 따른 호봉도 없는 최저임금(+163원)이다 보니 20년을 근무해도 갓 입사한 신입 노동자와 임금 차이가 없다. 4대보험과 세금을 공제하고 받는 실 수령액은 월 165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 차 써가며 기름 때는 거랑 연장수당 좀 받아보고 싶어

문제가 이게 끝이었다면 이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지 않았을까? 파업도 하지 않았을까? 노동자들은 실제로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업무할 때 이용하는 차량유지비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채용 면접을 볼 때마다 지원자들에게 차량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 업무가 담당 세대들 간에 이동 거리 때문에 차량이 없으면 업무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는 차량 지급은 물론이고, 노동자들이 개인 차량을 이용하여 발생하는 유류비와 주차비·차량 감가상각비 등을 일체 지급하지 않았다.

“우리는 노상 차를 가지고 움직여야 해요. 범어동, 시지동, 대흥동 이런 식으로 움직여야 되니까. 어느 정도는 붙여서 주는데, 검침원들 간에 세대 수를 맞추다 보면 담당 세대 간에 이동 거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검침은 이 동네 하루 하고 저 동네 하루 하고 이래도 되는데, 안전 점검은 우리가 한 세대 보기 위해서도 가야 돼요. 그 한 세대 보러 저녁에도 가고, 주말에도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우리가 달랑 최저임금만 받는데, 기름값 한 푼 주지 않으니 우리는 실제로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거잖아요.”

이윤경(가명) 씨는 차량유지비가 한 달에 최소 10~20만 원 이상은 발생한다며, 차량유지비까지 부담하고 있어 실제로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거라고 했다. 검침·점검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일을 멈추고 거리로 투쟁을 하러 나와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소박하다.

“우리가 회사에서 하라 카는 대로 당연하게 다 하고 했는데, 어느 순간 생각을 해보니까 이건 아닌 거 같다. 근무연수도 이정도 됐으면 어느 정도의 보상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도 없잖아요. 저희들은 딴 거 없어요. 우리가 우리 차 써가면서 기름 때는 거 그것 좀 받아보고 싶고요. 휴일 날 쫓아가야 되고 저녁에 오밤중에 가야되고 아침 일찍 가야되고 요런 부분에 대해서 수당을 받고 싶다는 거죠. 정당한 임금을 받고 싶습니다.” (이윤경, 18년 차 검침·점검노동자)


  대성에너지 앞 집회가 끝나고 단체 사진촬영 중인 노동자들 [출처: 연정]

난 그래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고된 노동과 고귀한 땀의 대가로 회사에서 주는 최저임금에도 감사해야 되는 줄 나는 그런 줄 알았습니다. 성희롱 성추행에 대한 목소리에 가만히 있다가 언론과 방송에서 문제가 다루어지자 회사에서 대책이라고 던져준 호루라기와 초등학생 호신용 비상경보기에 감사해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나는 헌법상 보장되는 자랑스러운 노동조합의 조합원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우리에게는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과 정당한 임금 보장 및 복리증진,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고 당당히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단결투쟁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싸워 끝까지 투쟁해 이겨 냅시다. (검침·점검노동자 임미경 씨의 편지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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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벗꽃

    연정작가님~ 저희들 상황과마음을 어쩜이렇게 잘써주셨는지요.정말 최고입니다.

  • 렘3

    너무 너무 맞는 말이고 공감되어 제 가슴에도 눈물이 납니다

  • 이십키

    대성에너지는. 검침원을 대성에너지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대구시민이 도시가스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수있게 해야한다. 지금이 어떤세상인디.....

  • 개나리

    화장실 갈때나 샤워할때도 혹시 사무실이나 고객한테 전화올까봐 두개의 폰을 항상 소리 젤 크게해서 문앞에 놓고합니다.이정도면 족쇠아닌 족쇠죠.하루 24시간도 모자랄정도로 써먹으면서 최저임금이라뇨?!!

  • 후레지아

    너무공감합니다~끝까지 함께해요

  • 봉수니

    공강합니다 이제껏 기사중에 젤로 공감가는 기사네요 감사합니다

  • 오쩌이

    어쩜 이리 찰떡같이 써주셨는지~감사합니다~~힘이나네요~~

  • 파워블로거

    참..뉴스보는대 가관이네요..지금년도에 이런런회사가 대구서독점하는게..직원없으면 운영도못할회산대..직원대우를요따구로하다니..천불나네

  • 여장부

    대구시는 수수방관만하지말고 진상조사해서 사태를 해결하라. 대성에너지 세무조사 들어가야 되지않나요?

  • 나들이

    너무나 공감합니다 힘냅시다 !

  • 오동이

    정말 요즘 시대에 이런 악덕 기업이 있는게 신기합니다
    200만원도 안되는 월급에 주말에도 일하고 저녁 늦게까지~~
    세무조사 들어가야 될듯합니다

  • 목련

    화장실에 갈때도 샤워를할때도 장을 보러갈때도 족쇄아닌 족쇄 휴대폰2대를 지니고 살아야 하는 삶이기에 24시간 근무한다고 보면 되겠죠 이렇게 살아가는 검침원들 마음을 속속들이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납니다~~

  • 레비오사

    참나 모든 직원 파업해서 불편하게만들어야 대성정신차리지ㅉㅉ

  • 노동자

    노동자가 죽어나가도 무시하는나라인데 안죽어서 개무시하는건가? 고객의 안전을 지키고자 일하는 것인데 본인의 안전조차 지킬수가 없겠네

  • 힘내십시요

    대성 검침원분 기사분들 뜻이루시길 응원합니다!!

  • 대성에너지타도

    기자님 기사 감사합니다 취재를 너무 꼼꼼하게 잘하셔서 내가 격었던거 그대로 인거 같아요 모든 검침원들이 겪는거 시민들에게 알려야됩니다 독점 대성에너지 교체 해야합니다 관리 잘해서 손실 안보는곳으로 다시 선정해야 됩니다 그래야 우리 권리 보장해줍니다 직권남용 직원차별 안하무인 대성에너지 타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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