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손잡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신재생에너지 비극

[워커스 이슈] 에너지 공적 소유와 민주적 통제 필요...“태양과 바람은 잘못이 없습니다”

“트뤼도 씨, 뭔가 잘못됐어요. 전기세가 임대료보다도 많잖아요. 요금이 너무 올라서 일을 더 하고 있어요. 더운 날에는 오히려 전기를 끄죠. 음식은 주방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때웁니다. 나는 1년에 5만 달러(약 5,700만 원)를 버는데 요금이 무서워 에너지빈곤층으로 삽니다.”

중년 여성 캐시 카툴라 씨. 그는 지난 1월 온타리오 주에서 열린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전국 순회 행사장 방청석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전기료 고지서를 든 이 중년 여성의 하소연은 동영상으로 녹화돼 SNS를 뜨겁게 달궜다. 카툴라 부인이 사는 온타리오 주는 수년 째 신재생에너지로 예기치 못한 비극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 비극에는 국내 삼성물산이 깊이 개입돼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온타리오 주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대상 산업포장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주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보면 카툴라 부인의 말처럼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전략적으로 ‘풍력 태양광 단지’ 조성 사업에 뛰어들었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선두에 서 녹색 경제에 기초한 일자리를 만들고 환경도 보호하는 한편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당시 삼성물산*은 이런 주정부와의 협상에 성공하면서 2010년 1월 그린에너지투자협정(GEIA)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이후 10개 프로젝트, 1,369MW(풍력 1,069MW, 태양광 300MW) 규모의 북미 최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로 조성됐다. 삼성은 50억 달러(약 5조7530억 원, 초기 제안액 70억 달러에서 축소)를 투자하기로 한 한편, 2016년 준공 후 약 31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20년 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온타리오 주는 그린에너지법을 제정하면서 북미에서는 처음으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해 삼성에 전력구매 단가를 미리 결정해서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삼성물산도 “2008년 온타리오 주에 풍력 700MW, 태양광 1.7MW 정도만 설치됐을 정도였음을 보면 우리 사업이 당시 주정부로서도 매우 의미가 컸던 사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술했을 만큼 온타리오 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기념비적인 프로젝트였다.

  [출처] ontario-wind-resistance.org

물과 자연을 해치는 신재생에너지

그런데 이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돌아갔다. 처음에는 에너지 전문가들이 이 프로젝트가 온타리오 주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전문기술자협회(OSPE) 등에서 주 전력 구조에 따른 문제에 대한 보고서가 쏟아졌다. 하지만 폴 차이니오 온타리오 전문기술자협회(OSPE) 임원이 “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정치적인 과학자와 환경론자들을 고용했다”고 지적할 만큼 주정부는 일방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100회 이상 주 장관령을 내리며 이 사업을 밀어붙였다.

개발이 시작되자 해당 지역 주민들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삼성은 반발하는 원주민 부족에 프로젝트 지분 보유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회유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말에도 온타리오주 윈저시의 마을 채탐켄트 주민들이 시청에서 항의 시위를 했는데 이들은 삼성의 ‘노스켄트풍력프로젝트’가 시작된 뒤 집 수돗물에 중금속이 섞여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전에는 중부 테이타운쉽 농민들이 수십 대의 트랙터를 몰고 삼성의 태양광발전단지 건설현장에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노스켄트 사업에 반대하는 ‘물의안녕이우선(Water Wells First)’ 단체는 삼성제품에 대한 보이콧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자연 훼손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태양열은 농토를 잠식한 한편, 환경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거대한 대규모 풍력 터빈들은 새와 박쥐를 몰아내고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지렁이 같은 땅 속 생물도 사라져 토양의 비옥도가 쇠퇴했다는 보고도 있다. 터빈 회전 소음에 시골 주민들의 스트레스도 늘었다.

  [출처] ontario-wind-resistance.org

고공 행진하는 전기료...녹색 분칠한 에너지 민영화

뿐만 아니라 갈수록 전기세가 뛰어오르며 일반 소비자들의 불만도 솟구쳤다. 주 전기요금은 삼성과의 프로젝트가 시작하기 전인 2005년 당시 1kW 당 5.5센트였지만 2017년에는 11센트로 2배로 뛰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온타리오 전력공사는 전기세 연체를 이유로 약 6만 가구의 전기를 끊었다. 2015년 말, 56만5000개의 가구가 전기요금을 체납했으며 이 액수는 1억7200만 달러에 이른다.

2015년 온타리오 주감사원은 2014년까지 전력 소비자들이 이미 370억 달러를 지불했고, 2015년에서 2032년 사이에는 1,330억 달러를 추가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향후 20년 간 온타리오 주 가정은 1가구 당 평균 6만 달러(6,909만 원)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

온타리오에너지청은 발전차액지원제도에 따라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각각 13.5센트/kWh, 44.4센트/kWh의 단가를 적용해 구입했는데, 이는 일반 전력 평균가인 3.15센트/kWh와 대비하면 약 4.3배, 14배에 달한다. 최근 대신증권 분석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 2016년 영업이익은 1,4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온타리오 풍력발전 운영수익은 240억 원으로 전체의 17%에 달한다. 매일경제가 “삼성물산, 캐나다 풍력발전 ‘잭팟’터졌다”고 보도할 만하다.

애초 온타리오 전기요금이 급격하게 인상된 데에는 집권 여당과 전 보수당 정부가 1990년대 말부터 추진해온 에너지 시장 민영화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평가된다. 야당인 안드레아 호와트 신민당 대표는 “전기료 인상이 자유당과 전 보수당 정부의 전력산업 민영화에 있다”며 “퀘벡이나 매니토바 주 모두 전기료는 온타리오의 2분의 1 수준인데 그들은 전력 체제를 공공의 손으로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주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며 도입한 발전차액지원제도로 거대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도 에너지 비용이 상승한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온타리오 사회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업이 녹색 분칠한 에너지 민영화로 거대 민간기업 잇속만 채우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시민단체 ‘윈드온타리오’는 “그린에너지법은 캐나다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이전시키고 있다”며 이는 “빈민과 중산층을 포함해 일반 서민의 돈을 거대 기업에 몰아줬다”고 지적한다. 애초 온타리오 주 태양광 산업 발전을 지원했던 토론토 컨설턴트 존 키어란은 “최근 재생에너지 정책은 거대 풍력 및 태양 계획을 건설하는 금융과 프로젝트 개발자에 지불하는 ‘기업 복지’ 사업으로 전락했다”고도 비판했다.

초국적 기업에 종속...신재생에너지 모라토리엄 선언하는 지방자치단체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온타리오 주의 경제 구조도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에너지기업들은 몰려들었지만 급등한 전기료로 인해 제조업체들은 온타리오를 떠나고 있다. 최근 온타리오의 대표적 화학기업인 NOVA케미컬은 전력비를 이유로 미국 걸프연안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심지어 기업에 대한 에너지 보조금 부담을 이유로 온타리오 주정부는 산하 송전기업인 하이드로원(Hydro One) 민영화를 검토하고 있다. 자산 가치 250억 달러로 추산되는 이 기관을 매각할 경우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전력민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일자리도 애초 정부가 약속한 것과는 달랐다. 정부는 수십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온타리오 주 감사원은 지난해 신생 일자리는 적을 뿐 아니라 터빈이나 솔라 패널을 설치하는 임시직이 대다수라고 평했다.

현재 온타리오 주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돈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세계 초국적 자본으로 인해 줄소송을 당하고 있다. 2011년엔 미국 ‘메사 파워’ 사가 삼성물산 등 일부 재생에너지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그린에너지법의 발전차액지원제도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위반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일본은 발전차액지원제도에 대한 현지 생산 의무사용 조치와 관련해 WTO에 제소했다.

태양이나 바람이 아니라 대기업이 문제

반발이 확산되면서 온타리오 주정부는 2013년 삼성과의 재협상을 통해 종래 2,500MW에 달하던 발전 용량을 6월 말부터 1,369MW로 축소했고, 사업규모도 7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줄였다. 삼성이 건설 계획을 완료하지 못해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온타리오 주정부는 기업에 보조금을 허용하는 지원 제도를 폐지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예정된 재생에너지 중 1,000MW까지 구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산하 자치단체들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중단하거나 도입하지 않겠다는 결의안을 내놓고 있다. 온타리오 주 중부에 위치한 크래마헤 시위원회는 지난 2013년 재생에너지 신규 사업을 연기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냈다. 캐나다 토론토 주 세네카에서도 시위원회가 지난 4월 태양광 사업 모라토리엄 결의안을 냈다.

상업적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반대해온 환경단체 ‘윈드온타리오’는 “풍력기업에 대한 모든 보조금을 삭감해야 한다. 풍력회사들은 보조금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그것(영리기업이 공공보조금을 받는 것)이 문제고 납세자들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공적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대안에너지가 중요하다”며 “우리는 지금 대안에너지를 기업의 손으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삼성물산 홍보팀은 《워커스》에 “노스켄트풍력프로젝트(NKW)는 온타리오 주 정부 및 관련 기관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설계됐고 관련 법규 및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공사 과정에서 환경 및 지역 주민에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워커스 33호]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캐나다 신재생에너지업체 스카이파워 기밀정보를 유출, 도용해 온타리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2015년 9월 1심, 2016년 10월 항소심에서 삼성물산이 승소했다.
** 2016년 신재생에너지 우수사례집 중

[‘탈핵, 쇼미더머니’ 연재 순서]

(1) 태양광 발전소를 혐오하는 마을, 이것은 님비입니까?(링크)
(2) 산사태를 몰고 올 위험한 바람, 맞서 싸우는 사람들(링크)
(3) [관계도] 신재생에너지가 내게 오는 길(링크)
(4) 깜깜한 미래, 내게 ‘광(光)’ 같은 태양광 투자(링크)
(5) 신재생에너지에 빨대를 꽂다(링크)
(6) 삼성물산과 손잡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신재생에너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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