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비정규직 연대파업으로 20억 물게 된 4명, 대법원에 상고

모금 끝에 인지대 마련, 대규모 변호인단 구성까지... "끝까지 싸울 것"

노동권을 위협하는 대규모 손배가압류에 대한 노동계의 반격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8월 부산고등법원으로부터 현대차에 2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현대차 비정규직 연대자들이 인지대를 모금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따른 대규모 변호인단도 꾸려졌다.


민주노총법률원 외 4개의 노동법률단체와 손잡고,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분의 도움으로 10일 동안 1,500만 원이 넘는 인지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상고기한 마지막 날인 오늘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지난 8월 부산고등법원에서 손해배상의 대상을 노조 지도부가 아닌 일반 조합원과 연대자까지 확대한 판결이 나왔다”며 “업무방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넘어 업무방해를 방조했다는 죄목까지 씌운 반인권, 반헌법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월 24일 부산고법은 2010년 현대차비정규지회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요구 파업에 지원한 최병승, 엄길정, 김형기, 박점규 4명에게 20억 원을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결을 내렸다. 부산고법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010년 11월, 현대차 울산 1공장에서 25일간 진행한 파업을 ‘정당성이 없는’ 불법파업으로 간주하고 연대한 이들 역시 공동불법행위자로 규정했다. 부산고법은 “엄길정, 박점규, 최병승, 김형기의 불법적인 업무방해행위로 인해 현대차에 거액의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현대차에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상고 당사자인 최병승 현대자동차 조합원은 “그동안 현대차의 손배 소송이 이어졌고, 어마어마한 인지대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는 조합원들이 많아 이번에도 상고에 주저했지만, 인지대 모금 과정에서 이런 현실이 조금이라도 알려져서 그것만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 판결이 유지되면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 연대 투쟁은 가로막히고, 다른 연대 역시 위축될 것”이라며 “부조리한 현실이 이번 기회에 변화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에서 활동하는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현대차의 불법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조승현 교수는 “현대차는 사내하청노동자 사용이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도 이를 무시하고, 사내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도 무시했다”며 “2010년 11월 15일 파업 시작 날에도 정문을 통과하는 노동자를 불법으로 저지하며 근로제공을 이유 없이 거부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상고 기한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 상고가 가능했던 건 단체와 시민들의 인지대 모금 덕분이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모금을 제안해 8월 31일부터 9월 10일까지 모금이 이뤄졌고, 총 1,827만 원이 모였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인지대가 없어서 소송을 못 한다는 것을 보고 자괴감을 느꼈다”며 “지난 1월, 현대차 조합원들에게 떨어진 90억 원 판결은 6,000만 원에 이르는 인지대가 없어서 상고를 포기해 그대로 인정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윤 연구위원은 “노동자에게 떨어지는 손배는 아마 3대를 갚아도 갚을 수 없을 것”이라며 “쟁의행위에 대해 부당하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문제지만 소송을 취하하면 소에서 빼주겠다고 하는 것은 권리남용이자 부당노동행위”라고 강조했다.

금속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노동자 대상 손배가압류 문제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한층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손배 청구는 손해를 보전해주기 위한 제도인데 노동자 괴롭히기, 부당노동행위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사측이 회유를 통해 피고를 줄이는 건 손해 보전 목적이 아니라 남아있는 노동자 괴롭히기, 노조 와해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노동 3권을 행사하기 위해 생을 걸어야 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고, 당연한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문제”라며 “법률가들이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구성된 50명의 공동변호인단은 논문 게재, 의견 제출 등으로 법원을 압박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는 법률가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차별적인 업무방해 적용과 손해배상, 업무방해 방조죄 적용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대법원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압박하겠다”며 “나아가 국회에서 잘못된 법을 바로잡도록 요구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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