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독립, 서유럽에서의 혁명인가

[현지 기고] “독재적인 스페인 제도에 맞서는 평화적인 혁명”

최근 카탈루냐 독립에 대해 스페인 마드리드에 사는 뤼스 카르도 씨가 기고문을 보내주었다. 카탈루냐의 독립운동이 확산된 맥락과 주정부에 대한 스페인 중앙정부의 탄압 문제 그리고 스페인 정치세력 간의 견해 차이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카르도 씨는 스페인 좌파로 번역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독립운동 지도자 석방을 촉구하는 10월 21일 시위 [출처: SANDRA LÁZARO]

승리를 거둔 카탈루냐
다시 부유한 나라 되리라
뒤로 (물러서게 하자), 너무 자만하고 오만한 이들을!
낫으로 세게 (쳐라)
땅의 보호자들여
수확자들여, 때가 왔다
주의할 때가
다시 6월이 오기를 대비해
도구 날을 잘 갈자
적은 우리 깃발을 보자 떨기 시작하리라
마치 황금빛 이삭을 쓰러뜨릴 때처럼, 우리
필요하면 사슬을 잘라 버린다.


이 곡은 카탈루냐의 공식 애국가이다. 1640년, 당시 스페인 왕국의 억압에 맞서 반란한 농민들의 ‘카탈로니아의 반란’을 위한 찬가로 작곡된 것이다. 이후 1899년에 편집된 곡 ‘수확자’(Els segadors)는 광장뿐 아니라 카탈루냐 의회에서도 불렸다. 먼 과거와 미래가 혼란스럽게 섞여 있는, 현재가 뚜렷하지 않은 카탈루냐의 위기를 상징하는 곡이다.

지난 10월 1일, 스페인왕국의 자치주 카탈루냐 독립 여부에 대한 주민 투표는 찬성 91%로 마무리됐다. 스페인 중앙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투표를 폭력적으로 저지했다(부상자 수 1000여 명, 그 중 노인도 있음)1). 주민 투표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부대통령은 TV에서 “그들은 투표하고 있지 않다”고 거짓말했다.

10월 27일, 카탈루냐 독립이 공식 선언됐다. 스페인 중앙 정부는 결코 인정하지 않는, 일방적인 선언이었다. 그러나 “스페인 헌법에 따르면 효력이 없지만, 정치적 차원에는 합법성을 얻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정치적 합법성을 얻은 것은, 카탈루냐 시민들이 경찰의 진압을 견디고 이겨내며 평화롭고 모범적인, 민주적 행동이라 부를 수 있는 저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페인 중앙 정부는 헌법의 155조2)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155조에는 경제적, 재정적, 사회적, 법적 등 여러 측면의 정책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 카탈루냐 주민들은 자신의 나라가 ‘점령’ 당하고 있다는 심정이다. 또 스페인 정부와 국가에 대한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기는 어렵다.

최신 (11월 2일) 뉴스를 살펴보면, 바르셀로나 대학 동아시아 역사학과 교수이자 카탈루냐 자치 정부 부지사인 오리얼 윤케라스(Oriol Junqueras)와 자치 정부의 장관 여러 명을 스페인 국가 법원의 주요 판사 카르멘 라멜라가 체포, 보석 없이 가뒀다. 카탈루냐 자치 정부는 모두 스페인 중앙 정부에 의해 해임 당했다.

2주 전엔, 카탈루냐 독립 지지 시민 단체의 대표자인 요르디 퀴자르트와 요르디 산체스도 투옥됐다. 그들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는 카탈루냐뿐 아니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도 진행되고 있다.3)

  카탈루냐 국민투표일 바르셀로나에서의 저항과 경찰 폭력 [출처: Robert Bonet]

  경찰이 발포한 고무탄에 눈을 맞아 부상당한 시민

21세기 스페인의 정치범

21세기 유럽에 정치범이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시민 단체 소속 수감자와 카탈루냐 정부 소속 수감자가 정치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카탈루냐 자치 지방의 수반 카를레스 푸지데몬과 장관 몇 명은 10월 29일 벨기에 브뤼셀로 몸을 피했다. 그리곤 그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푸지데몬 수반은 “공명정대한 재판이 보장될 때까지 벨기에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국가 법원의 판사 카르멘 라멜라는 벨기에 경찰에게 푸지데몬과 함께 브뤼셀에 있는 5명을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스페인 언론들은 요란스럽게도 “푸지데몬이 불쌍한 카탈루냐 인민들을 (독립운동으로) 몰고 혼란스럽게 하더니 결국 도망쳤군, 우스꽝스럽게”와 같은 말을 떠들어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생각엔 ‘무식자의 오만’ 또는 ‘오만자의 무식’이라 불러도 좋을 말들이다.

정치학과 교수 라몬 코탈렐로(Ramón Cotarelo)는 “스페인 정부와 언론들은 ‘카탈루냐 독립주의자가 민주와 시민 국가의 합법성을 맞보자마자 투항하고 도망쳤다’고 건방을 떠는데, 그들은 망명 간 카탈루냐 정치인들이 영리한 전략4)을 보인다는 사실은 캄캄하게 모른다”라고 분석했다.

스페인 중앙 정부는 카탈루냐 독립운동을 진압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다른 자치 지방(특히 바스크)에서의 독립운동도 협박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좌파 변호사들은 최근 판결에 법적인 문제가 많다고 비난한다. 스페인 중앙정부가 사법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런 식이다. 주 검사가 중앙 사법부에 선고를 요청한다. 그다음엔 중앙 사법부가 판결을 내린다. 그러나 스페인왕국의 주 검사와 중앙 사법부의 사법적 독립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면, 법원의 주 판사 카르멘 라멜라는 지난해 스페인 국민경호대(Guardia Civil)에게서 서훈을 받은 적이 있다. 스페인 국민경호대는 1980년 이래(일전에 독립 세력이 벌인 테러를 구실로) 독립운동이 활발한 바스크 지방에서 중앙 정부가 파병한 진압군처럼 행동해왔다. 최근에는, 바스크 젊은이들이 시위 중 국민경호대와 길거리 다툼을 벌이기도 했는데 바로 카르멘 라멜라 판사가 그들이 저지른 경범죄를 ‘테러’라며 과도한 형벌을 내리고자 했다.

바로 이런 판사가 현재 카탈루냐 정부와 독립운동 대표들을 카탈루냐 독립을 주도했다는 이유만으로 ‘반란’과 ‘난동’ 그리고 공금 횡령(카탈루냐 정부의 돈을 독립 과정에 썼다고)으로 투옥시키고자 했다.

애초 주 검사의 사법적 독립성은 낮다. 스페인 주 검사 호세 마누엘 마사는 개인적으로 카탈루냐 독립운동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적이 있다. 게다가, 그는 지난 5월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스페인 보수 국민당(PP)을 보호해 스페인 국회가 공식적으로 비난한 판사이기도 하다. 이런 사법제도 때문에 “스페인에선 21세기에 정치범이 생기고 있다”고 좌파정당 우니도스 포데모스(UP)와 각 지방의 독립 지지 정당, 진보 시민 단체 등이 비난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시민 단체들이 스페인에 정치범이 있다는 사실을 고발해왔지만 말이다.

“카탈루냐 독립 문제는 처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는 좌파만 아니라 ‘중도파’ 정치인과 단체까지. 그렇지만 스페인 정부는 극단적 보수주의 태도를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며칠 전 유머 잡지에서는 “2백만 명의 카탈루냐 사람들이 들어 갈 수 있게 국립 교도소가 증축될 예정”이라는 만화도 나왔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스페인 영토 문제를 난폭하게 해결하려는 입장이 얼마나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인지를 보여 준다.

그뿐 아니라 이 무모한 행동은 스페인 여당인 보수당 PP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사회노동자당(PSOE)과 ‘중도’ 시우다다노스(C’s, 시민당)도 지지하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스페인 왕 펠리페 6세도 지지하는 입장이다.

지난 8월 카탈루냐 수도인 바르셀로나에서는 ISIS(이슬람국가, Daesh, 다에시) 테러 사건이 발생했고 며칠 뒤 열린 ‘테러에 맞서 모두 함께’라는 공식적인 시위에는 카탈루냐와 스페인 정치인들이 참여했다. 여기에는 국왕 펠리페 6세도 참가했는데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그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시민들은 그가 ‘평화’를 원한다 하면서 인권을 계속 탄압하며, 예멘을 파괴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무역(토목, 무기, 조선 등 여러 기업 부문) 계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페인 군주제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였다.

스페인 중앙정부와 보수당 PP의 비리 혐의 사건 건수는 유럽에서 제일 높다. 경제적인 비리 사건 중에는 공금 횡령을 비롯해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까지 관련된 검은돈이나 추가 급료, 불법적 정당 자금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다.5) 정치적인 스캔들은 몇 개월 전에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바로 카탈루냐와 관련된 사건이었다.

스페인 내무장관 호르헤 페르난데스 디아스는, 스페인 정부 소속의 카탈루냐 지방 ‘사기죄 방지국’의 국장 다네일 데 알폰소와 공모해 카탈루냐 독립 정당 ERC와 CDC에게 법적인 해를 끼칠 수 있도록 정보를 거짓으로 조작했다. 스페인 정부가 법적인 수단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한 이 사건은 통화 내용이 녹음돼 증거로 나오며 세상에 알려졌다.

  투표 현장 [출처: Castellbo]

카탈루냐 독립을 둘러싼 입장들

이러한 스페인 제도에 도전하고 있는 카탈루냐의 독립파가 ‘혁명’적인 길을 열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다양하다. 그러나 카탈루냐와 스페인 좌파들에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스페인 중앙정부와 군주제가 카탈루냐의 독립파를 진정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1975~1978년(40년의 극우 군사 독재에 이어서) 시작된 스페인 제도를 민주주의라고 믿고 있었지만, (군사 독재의 본질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그 진짜 성격이 이제 분명해지며 실망하게 된 것이다.

사실은, 정치적인 입장이 양극화됐다고 볼 수 있다. 지금껏 스페인 제도(‘왕이 있는 의회민주주의’, 전 극우 군사 독재와 협상해서 만들어 낸 1978년 헌법 제도)에 대한 지지 확률이 2008년 경제적 위기와 긴축 정책 반대 시위, 5월 15일 운동(15M), 이때부터 떨어지고 있었는데, 이번 카탈루냐 위기 앞에서는 ‘중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카탈루냐에서도 그리고 스페인에서도 많은 사람이 양극화되고 있다.

어떤 양극화이냐면, 한쪽은 “조국 스페인을 분열하려는 카탈루냐 독립파는 다른 지역에 대해 연대나 책임감이 없다. 독립파 정치인들이 제정신이 아니다. 독립하게 되면 경제적 혼란이 올 것이다” 등을 말한다. 다른 쪽은 “카탈루냐, 바스크어권 등 독립 정신이 강한 민족 (주민)에 독립 여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스페인 제도는 폭력적인 경찰국가이다”라는 등이다.

그 가운데 좌파 일부(정당 우니도스 포데모스 포함)는 “카탈루냐 독립 과정은 카탈루냐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을 반대하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니까 스페인 정부 측이 어떻게든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내 생각에는, 그 모두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중요한 부분이 있다. 독립파에는 카탈루냐의 기성 정치인만 있는 게 아니다.

독립파 구성을 살펴보면, 우선, 전체적으로 카탈루냐 중산층과 기업의 이익을 대표하는 보수당(PDECAT)이 있다. PDECAT는 카탈루냐 자치 정부 수반 카를레스 푸지데몬이 속한 당이며, 2012년 전까지는 독립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민이 보여준 독립에 대한 갈망을 알게 되고선 독립 과정을 촉진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경제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카탈루냐 사회주의 공화국”이 아니라 “법치 공화국”을 원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카탈루냐의 공화주의 좌파”(ERC)라는 정당이 있다. 그들은 카탈루냐가 1931년에 선언한 스페인 공화국에 속한 연방국가임을 지지했고, 2015년 카탈루냐 지방 선거 때는 PDCAT와 협력하여 “독립을 위해 함께”라는 연정을 구성했다. 지방 정부에서 여러 개의 관직을 점유하고 있었다.

셋째, CUP라는, 풀뿌리 민주, 사회 생태주의,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정당이다. 그들은 쿠르디스탄 코바니(로야바)의 ‘연방 민주주의’와 멕시코 치아파스의 사파티스타의 자립 마을을 지지한다.

풀뿌리 좌파 입장에서, 이렇게 구성된 독립파가 촉진하고 있는 ‘카탈루냐 공화국’ 체제는 현재 스페인 왕국의 제도보다 더 민주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본다. 또 카탈루냐를 제외한 스페인의 다른 지역의 좌파도 이를 지지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면, 좌파가 강력히 반대하는 이 체제는 지금껏 손도 댈 수 없는 상태로, 40년 동안 (2011년 5.15 운동을 빼면) 도전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카탈루냐 독립파만이 도전해본 것이다.

어떤 정치 분석가는 카탈루냐가 먼저 독립해 공화국이 되면 스페인 각 지역이 잇따를 길을 열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길이냐면, 첫째, 일부의 공화국이므로, 나중에 스페인이 카탈루냐, 바스크, 갈리시아, 안달루시아 등 여러 공화국으로 이뤄진 ‘연방 공화국’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둘째는 독립파에 풀뿌리 민주를 지지하는 CUP의 영향력이 적잖으니까, 그 흐름을 타서 사회주의 공화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을 주장하는 좌익은 많지 않고, 대부분 ‘스페인의 통일성을 해체하지 말자’는 테두리에서 나아가지 않고 있다. 이들 입장에서 현재 스페인왕국과 카탈루냐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적 비극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카탈루냐의 수많은 독립 지지자가 스페인 국가에게서 진압되고 있는 것, 다른 한 가지는 스페인이 분해될 수 있다는 비극이다.

스페인 좌파는 카탈루냐 독립을 반대하지만 그나마 다른 사회적 비극(긴축 정책, 비난, 실업률, 노동 불안정 등)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우파는 ‘스페인의 통일성이 깨진다’라는 문제 때문에 나머지 모든 문제를 잊은 것 같은데 이들의 수도 많아졌다. 그리고 여태까지 비교적으로 조용하던 폭력적인 극우 단체는 이번 위기를 틈타 뻔뻔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드러난다’라기 보다는 스페인 체제의 정치인들이 ‘드러나게 했다’, ‘불러일으켰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최근에 바르셀로나와 (카탈루냐어권에 속하는 지역인) 발렌시아 등 곳곳의 길거리에서 신나치 폭력 단체가 활발하게 보행자를 공격한 사건이 진보 언론에서 많이 나왔는데, 이것에 대해 정부 여당인 보수당 PP는 물론, 그와 함께 제도를 보호하고 있는 사회노동자당(PSOE)과 ‘중도파’ 시우다다노스 당은 일제히 침묵하고 있다.

좌파 평론가 몇몇은 이런 것들이 1978년 스페인 제도가 점점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독재적인 스페인 제도에 맞서는 평화적인 혁명”

좌익이자 마드리드인인 나의 경우는, 이번 카탈루냐 위기 앞에서 여러 가지의 반성을 하게 되었다.

스페인은 오래전부터 ‘영토 문제’가 있는 나라다. 통일된 스페인이 제국 형식으로 생긴 15세기 말부터, 이베리아 반도의 중부인 까스틸랴 지역의 문화만이 주변 지역(카탈루냐 외 아라곤, 갈리시아, 안달루시아, 바스크 등)에 강요되었다. 그래서, 주변 지역뿐 아니라 까스틸랴인까지 정체성 문제를 가지게 됐는데, 그 문제가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이 17세기 말부터, 이탈리아와 독일은 19세기에 ‘시민 국가’가 되었는데, 스페인은 오래된 제국의 정체성을 100%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주변 지역의 정체성을 조화롭게 포함할 수 있는 ‘연방 국가’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해법이다. 그러나 1931~36년에 있었던 스페인 공화국이 폭력적으로 (내전으로) 중지됐고, 1978년에 시작한, 민주화된 현재의 제도도 해결하지 못했다.

카탈루냐 독립 좌파 정치인 요안 타르다(Joan Tardà)는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2004년까지만 해도 일방적인 독립이 아니라, 스페인의 좌파6)와 함께 ‘스페인 공화국’의 길을 걷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스페인 좌파가 그 길을 걷지 않은 바람에, 우리는 독립 말고 다른 길이 없겠구나”라고 생각해 독립운동을 촉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좌파만이 보지 못 한 게 아니지만) 세계적 곳곳에 새로운 흐름이 보인다. 쿠르디스탄에서도, 치아파스에서도 보이는 이 흐름은 유럽식 ‘시민 국가’ 모델을 벗어나 풀뿌리로 새로운 민주(대의민주제가 아니라 직접민주주의)를 만들어 내는 흐름이다. 사회생태주의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흐름은 국회, 정당 등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이 광장, 공동체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민주주의다. 이것은 다른 대륙에서 발전하고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사례를 중시할 뿐 아니라, 역시 과거 유럽(독립 연구자 펠릭스 로드리고 모라, 레이레 사이투, 다비드 알가라 등이 조명하고 있는)에 있었던 ‘공동체 사회’를 강조한다. 유럽에서 로마 제국이 무너지고 나서 생긴, 중세 후기부터의 군주제, 군대, 교회, 은행 권력 등이 커지면서 공동체 힘이 약해진 풀뿌리 민주주의 말이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이러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영향은 카탈루냐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주민, 농민이 사회를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1936년에 카탈루냐, 아라곤, 발렌시아와 안달루시아에서 발발한 아나키즘, 페미니즘 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혁명’(Social Revolution)은 (한때, 1백만 명이나 ‘자유적 공산주의’[libertarian communism]를 살고 있었고, 내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아나키즘 군대까지 만들었음) 그때도 카탈루냐에서 어디보다도 강했다(이것은 조지 오웰의 작품 ‘카탈루냐 찬가’에 반영됨). 현재에도 카탈루냐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풀뿌리 사업, 협력 경제의 사례 등이 존재한다. 카탈루냐의 ‘혁명적 성격’은 이 수준에서만 가능할 것 같다. 스페인에는 애초 반계몽주의, 가톨릭 종교가 중요한 정치적 로비를 하는 보수주의의 뿌리가 깊었지만 이는 1939~75년 40년 동안의 군사 독재 시기에 갱신, 강화됐다. 그러나 75~78년에 있었던 ‘민주화 이행’의 과정도 독재와의 결별이라기보다 협상이었으므로 많은 사람은 그 역사적인 민주화에 대해 ‘우려하는’ 태도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카탈루냐는 이와는 달리 개방적인 민주, 계몽 정신을 가진 세계적인 사회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스페인의 중앙집권주의의 중심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카탈루냐인에 대해 “오만하다”, “연대 책임 없다”, “인색하다” 등 많은 편견을 들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고, 까스띨랴 독립주의 시민 단체처럼 자주성을 자유롭게 선택할 자결권을 촉구하는 카탈루냐 사람들의 운동을 지지하게 됐다. 최근 “마드리드에서 자결권을 지지한다”는 시민단체가 지난 9월 마드리드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좌파 철학자 하비에르 사다바, 정치학자 하이메 파스토르, 교수 라몬 코타렐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더욱 그렇다.

유럽의 계몽 가치를 지지하는 교수 코탈렐로는 새로 생긴 카탈루냐 공화국에 대해 “독재적인 스페인 제도에 맞서는 평화적인 혁명”이라고 불렀는데, 그렇게 보는 사람들의 수가 스페인에서도 점점 많아질 것 같다.


[각주]
1) 이번 진압은 국제적으로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2) 반란과 같은 비상 상황이 발발할 때 중앙정부가 통치할 수 있도록 조항
3) 한편, 스페인 정부와 언론은 계속해서 “카탈루냐 독립 위기로 인해 1600여 개 업체(본사가 카탈루냐에 있던 업체)가 카탈루냐를 떠났다” “스페인과 유럽의 주식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가 우려한다”는 등의 겁박을 하여 독립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좌파 평론가들은 본사가 카탈루냐를 떠난다고 해도 큰 손해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와인 회사 경우 회사 법인이 옮길 뿐, 포도는 가져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상황이 회사에 무료 광고가 될 수도 있겠다고 보는 이도 있다.
4) 스페인 정부의 탄압을 국제화하여 지지를 모으는 전략
5) 여기에는 오랫동안 조직된 ‘귀르텔’이라는 기업네트워크(판사는 최근 이를 ‘죄를 범하려고 만들어 낸 조직’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등이 개입돼 있다.
6) 사회노동자당(PSOE), 통합좌파(IU)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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