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노조파괴 전문CEO, 정몽원의 만도 복귀

부실회사 편법지원, 신사업 실패하고도 위풍당당 컴백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만도 CEO로 전격 복귀했다. 2012년 10월 만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 5년 만의 귀환이다. 정 회장은 당시 (주)한라 경영정상화에 전념하겠다며 만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후 골프장과 물류센터, 의료관광, 전기자동차 등 신사업에 뛰어들었으나 변변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때문에 5년 만에 그룹 핵심계열사인 만도로의 경영복귀를 두고 정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만도는 한라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다. 뿐만 아니라 2012년 논란이 된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당사자이자, 최근 만도헬라 비정규직 노조 탄압 사건의 배후 인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언론 등에서는 여러 문제를 일으킨 정 회장의 만도 대표이사 복귀를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정 회장이 한라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 짓기 위해 만도로 복귀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몽원 회장 [출처: 한라그룹]

부실회사 편법지원, 신사업 실패하고도 위풍당당 컴백

정몽원 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유동성 위기에 빠진 (주)한라(구 한라건설)의 정상화에 전념하겠다며 만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만도는 자금줄로서 한라건설에 부당지원을 시작했다. 당시 만도, 마이스터 등의 한라그룹 계열사와 정몽원 회장은 3,435억 규모의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상호출자제한으로 만도가 한라건설에 직접 지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만도가 마이스터에게 3천 786억 원의 현금을 지원하고, 마이스터가 한라건설에 3천 385억원을 출자하는 순환출자 방식이었다.

당시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정 회장이 만도의 자금을 한라건설에 편법으로 부당지원했다며, 정 회장을 배임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정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정몽원 회장은 지난 1997년에도 만도기계와 한라시멘트, 한라건설 등 한라그룹의 우량계열사에서 2조 1천억 원을 빼내 자신의 부실기업인 한라중공업에 불법 지원한 바 있다. 2002년 구속기소됐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고, 노무현 정권 임기 막바지인 2007년 12월 사면됐다.

정회장 개인 소유였던 부실 회사들을 한라그룹 계열사로 처분한 것도 논란이 됐다. 정 회장 개인회사였던 '한라웰스텍'은 만도의 자회사인 마이스터로부터 2010년부터 지급보증을 제공받아 왔다. 마이스터의 재무구조가 흔들리자 만도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2012년 8월, 총 600억 원을 증자해 마이스터의 재무구조를 보강했다. 이후 11월에 마이스터는 자기자본 3억 원 정도의 한라웰스텍을 2억 1천200만 원에 인수했다. 당시 한라웰스텍의 부채는 약 332억 원에 달했다. 한 달 후에는 정 회장의 또 다른 개인회사인 '한라앤컴' 역시 한라건설에 무상증여하는 방식으로 털어냈다.

2013년 한라건설에 대한 만도의 편법 부당지원이 논란이 되자, 정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라그룹 지주사 전환 작업을 통해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2014년 9월 만도를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와 사업회사인 만도로 인적분할했다. 한라그룹의 최대주주인 정몽원 회장이 한라홀딩스를 통해 계열사의 수직적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배구조 개편은 이미 마무리단계다. 정몽원 회장(23.38%)을 비롯한 정 회장 일가가 소유한 한라홀딩스 지분은 23.38%에 달한다. 한라홀딩스는 만도의 30.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다만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한라홀딩스가 소유한 한라 지분은 16.88%에 그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 40% 이상(상장사는 20%)을 보유해야 한다. 신성목 금속노조 만도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정몽원 회장은 그간 한라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해 왔고, 현재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가 아직 한라지분을 20%이상 갖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마무리 짓기 위해 측근인 성일모 사장을 한라홀딩스로, 자신은 만도 경영에 복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몽원 회장은 그간 신사업 추진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한라그룹은 2009년 신수종 사업으로 의료관광업에 뛰어들었으나 2015년 사업 부진으로 인한 재기 불능으로 사업을 청산했다. 2013년 인수한 경기도 여주 골프장과 2015년 뛰어든 화성동탄물류단지 사업도 적자에 허덕이며 어려움을 겪었다. 2012년 야심차게 준비한 전기자전거도 실적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정황도 있다. 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재벌 대기업을 상대로 수백 억대의 기금을 출연받았던 '청년희망재단'에 총 12억 원(정몽원 회장 10억, 임원 2억)을 헌납하기도 했다.

돌아온 노조파괴 전문CEO, 정몽원의 만도 복귀

정몽원 회장의 만도 복귀를 둘러싸고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걸림돌은 없다. 정 회장은 2012년 만도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기 직전, 사측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 왔던 노조를 소수노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해 7월, 만도는 여름 휴가를 앞두고 평택과 문막, 익산 공장에 대규모 용역을 투입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당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가동되던 시기다.

만도 등에 투입된 용역업체 '컨택터스'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개인 경호를 맡은 업체다. 만도와 구 만도 사업장을 비롯해 금속노조 소속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직장폐쇄-용역투입-복수노조 설립이라는 똑같은 방식의 노조파괴가 시도됐다. 노조파괴 노무법인인 '창조컨설팅'의 개입 정황도 드러났다. 만도는 2011년 10월부터 노조파괴가 완료된 2012년 8월 초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550만 원을 창조컨설팅에 입금했다. 만도에서는 직장폐쇄 나흘만에 회사 주도의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그 과정에서 위법성 논란이 일었다. 사측은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새 노조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현장 출입을 금지했다. 사측이 계장 직급을 가진 만도지부 조합원들을 불러들여 간담회를 개최하고 금속노조 탈퇴서와 기업노조 가입서를 배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설립된 복수노조는 지금까지 과반수 노조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정몽원 회장 만도 복귀 발표 이후에는 노조에서 환영 홍보물을 발표하기도 했다. 만도노동조합은 지난달 25일 '정몽원 회장의 CEO겸임, 책임경영 결정을 환영한다'는 소식지를 발표하고 "55주년을 맞아 정몽원 회장이 만도 CEO겸임 결단을 환영한다"며 "이제 실질적인 책임 경영인으로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노조파괴가 완료 된 뒤에도 금속노조 소속 간부들에 대한 징계 및 해고도 꾸준히 이어졌다. 2012년 해고된 김창한 만도지부 지부장은 2015년 11월 10일 복직했다. 하지만 회사는 한달 뒤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김 전 지부장을 다시 해고하면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두 번의 부당해고를 당한 뒤 4년 6개월 만에 다시 복직됐으나, 회사는 지난 5월 31일 또 한번 징계위를 열어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강행했다.

만도의 노조파괴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98년에도 18일째 전면파업을 벌이던 노조에 공권력을 투입해 대량 정리해고를 단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만도 관계회사인 만도헬라 노동조합에 대한 노조파괴 논란도 일었다. 만도헬라는 (주)만도의 관계사로, 홍석화 만도헬라 대표는 정몽원 회장의 처남이다. 만도헬라는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노동자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금속노조 조합원은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만도헬라는 이미 불법파견이 적발돼 지난 9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사측은 오늘(7일)에서야 금속노조와 정규직 채용을 합의했다. 만도와 만도헬라에서의 노조파괴 논란을 비롯해 경영 능력을 둘러싼 의구심까지, 정몽원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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