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노조 출범에 부쳐…“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문제를 드러내는 것”

[연속기고] 기간제교사 노동조합 설립을 지지하며

기간제교사 문제에 침묵해왔던 학교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상황을 보면,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말할 수 없어 침묵하기 때문일 경우가 많다. 학교 현장이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학교는 평등한 공간이 아니었다. 똑같이 교사자격증을 갖고 있는데도, 똑같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도, ‘임용’이라는 좁은 관문을 통과했는가 아닌가에 따라 권리가 다르게 주어졌다. 사립학교는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않은 선생님들이 가르치지만 그것이 문제라고 말한 이들은 없었는데 국공립학교에서는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리의 박탈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기간제교사가 늘어난 교실에서는 선생님들이 자유롭게, 신념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어렵다. 기간제교사들은 당당하게 말하고자 할 때 재계약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이 난무하는 현실에서는 학생들에게 ‘시험만이 다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큰 성과를 내고, 수상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기간제교사는 자신의 실적을 정규직 교사에게 넘겨야했다. 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1급 정교사 연수에서도 제외되었다. 기간제라는 이유만으로 실력을 갈고 닦으며 실적을 쌓아나갈 기회조차 박탈당한 교실에서 어떻게 학생들에게 삶의 가치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겠는가.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런데 이런 현실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기간제교사들은 휴직교사들을 대체하는 인력이라고 믿었고 기간제교사는 매우 소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기간제교사들은 재계약의 위험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못했고, 정교사들은 언제부터인가 이런 차별적인 학교에 길들여져서 침묵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령기 인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정규교사를 정원만큼 발령을 내지 않았고 학교들은 그 자리를 기간제교사로 대체해갔다. 정규직과 똑같이 담임도 맡고 행정업무도 하지만 권리는 없는 기간제교사가 학교마다 무려 20-40%를 차지하는 상황이 되었다. 기간제교사의 경쟁률도 수십 대 일에 이르렀다.

갑자기 밖으로 드러난 기간제교사 문제

그러다 갑자기 기간제교사 문제가 밖으로 드러났다. 정부 정책 때문이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내세웠지만 2017년 7월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기간제교사를 제외했다. 그리고 정규직전환 심의위원회에서도 기간제교사를 배제했다. 이 과정에서 기간제교사의 실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하자, 일부 정규직 교사들과 임용고시를 앞두고 있는 이들이 기간제교사의 정규직전환을 비난했다. 교사는 ‘임용고시를 통과한 자만 해야 한다’고 믿었다면 기간제교사가 늘어날 때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때 침묵하던 이들이 평등한 학교를 만들려는 시도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기간제교사 제도는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고 축소시키는, 이 사회의 모든 곳에 만연한, 신자유주의 유연화의 한 형태임이 적나라하게 폭로되었다. 이미 기간제교사는 휴직 대체자 수준을 넘어서 큰 규모로 확대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일부 정교사와 임용고시생들의 반발은 기간제교사 제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간제교사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었고, 정부도 기간제교사의 정규직전환을 배제한 것이었다. 이것은 모순적이게도 기간제교사제도를 합리화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교사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버린 것이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이렇게 귀결된 순간, ‘기간제’라는 정체성이 선생님들을 규정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기간제인지 아닌지 따지게 되고, 학교들은 기간제교사들이 무기계약으로 전환될까 두려워 4년 이상 채용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 산하 선생님들이 무더기로 계약해지되는 사태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용은 더 불안해지고 학교에서의 지위는 더욱 추락했다. 물론 앞으로도 기간제선생님들은 여전히 ‘선생님’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칠 것이고,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던질 것이고, 설령 자격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다. 그러나 ‘기간제교사’로서 정체성이 강조된다는 것은 이후 학교에서 불합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을 바꾸는 방안을 택한 기간제교사들

이 상황에서 기간제교사들은 더 움츠리기보다는 ‘이 현실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더 드러내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기간제교사 노조’이다. 더 노력해서 임용고시를 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여전히 누군가는 기간제로 또다시 어렵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는 이들이다. 기간제교사들은 개별적인 신분상승의 길을 택하기보다, 혹은 침묵하며 현실의 뒤에 숨기보다, 이 현실을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강고한 고용위계제 사회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기간제교사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이런 왜곡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기간제교사 노조는 갈 길이 매우 험할 것이다. 기간제교사는 현재 법률에 의해 ‘교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순간, 기간제교사 노조는 ‘현재 교사가 아닌자’를 조합원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과 해고가 반복되는 기간제교사의 처지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교조가 해고자를 품고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가 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리고 4만명이 넘는 기간제교사들 대다수는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려할 것이고, 그래서 여전히 소수 조합원만 가입한 노조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노조를 만들겠다고 용기를 낸 기간제교사들은 다른 이들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대표하며 교육현실을 바로잡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평등한 교실에서 평등한 교육이 자라날 수 있다. 모두가 불안하지 않고 미래의 꿈을 꿀 수 있는 곳에서 학생들도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가 이미 불평등한데 학교만 어떻게 평등할 수 있으랴. 사회가 이미 불안한데 어떻게 학생들이 그 불안을 내면화하지 않을 수 있으랴. 중요한 것은 불평등한 구조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그것을 바꿔나가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계화된 구조 안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지만 이 현실에 굴하지 않고 변화를 만들어나가려는 이들이 그 학교의 구성원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고, 용기를 내도록 할 것이다. 1월 6일 창립한 기간제교사 노조의 설립을 축하하며, 기쁘게 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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