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 고공농성 64일…건강 진단 위해 굴뚝 오른 의사들

인권위 사무총장도 굴뚝 올라 인권 상태 확인

의사들이 64일째 75m 굴뚝에서 농성 중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의 건강을 진단하기 위해 굴뚝을 올랐다. 의사들은 조합원들의 건강이 좋지 않고, 굴뚝 현장은 매우 열악하다고 밝혔다.

[출처: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앞서 파인텍지회 조합원 두 명은 고용, 단체협약, 노동조합 3승계를 요구하며 2017년 11월 12일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내 굴뚝에 올랐다.

14일 오전 11시경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홍종원 의사, 길벗한의사회 오춘상 한의사는 직접 굴뚝에 올라 조합원들의 건강을 검진했다.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도 동행해 인권 상황,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홍종원 의사는 오후 1시께 진단 후 굴뚝에서 내려와 “계속된 추위에 동상 염려가 있다”며 “굴뚝 공간의 폭이 60~80cm로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좁다. 박준호 조합원은 허리 통증이 심각하고, 식사가 제한된 탓에 위장 장애가 있다”고 전했다.

오춘상 한의사는 “둘 다 근육량이 많이 준 상태고, 홍기탁 조합원의 경우 목 디스크 의심 증상, 스트레스로 인한 화병 반응을 맥진을 통해 발견했다”며 “진단 후 증상에 맞게 약침으로 치료했고, 감기를 예방하는 한약을 전달했다. 바닥은 얼음장 같고, 비닐 천막 때문에 이슬이 내내 맺혀 있어 생활하기 좋은 환경은 결코 아니”라고 밝혔다.

홍기탁 전 지회장은 검진 후 굴뚝에서 전화 통화로 “지난주 영하 15도의 강추위 때는 정말 힘들었다”며 “농성장은 얼음으로 둘러싸였고 바닥은 냉기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러나 10년 넘게 싸워도 내 일자리 하나 없고, 노조도 못 하는 세상이 억울해서 (농성을) 그만두지 못하겠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도 자본가 세상은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검진은 약 한 시간가량 이뤄졌다. 의사들은 굴뚝에서 혈압, 혈당, 신경 등을 검사했다. 혈액 검사는 녹색병원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은 계속되는 영하의 추위에도 깔개, 담요 정도로만 보온을 유지하는 상태다.

한편, 의사들과 함께 굴뚝에 올랐던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굴뚝 위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조합원들은 인권위에 스타플렉스(현 파인텍) 김세권 대표가 (고용, 노조, 단협 3승계) 합의사항을 이행하도록 정부,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인권위는 노사 문제에 개입할 수 없지만, 위험한 상황에 처한 노동자 두 명을 고려해 정부 기관에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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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과 인권위 사무총장이 75m 굴뚝을 오르내리는 데만 1시간이 걸렸다. 굴뚝은 기둥을 둘러 계단으로 오르는 곡선 구간, 다음에는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직선 구간이 있다.

이들은 소방당국의 지원으로 안전 장비를 착용한 후 굴뚝을 올랐다. 경찰 1명이 굴뚝을 오르는 데 동행했다. 경찰은 굴뚝 위까지 같이 가려 했으나,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의 반발로 바로 밑에서 대기했다. 파인텍지회에 따르면, 사전에 소방 당국의 안전요원 동행을 요청했으나, 요원의 안전 문제로 장비만 제공됐다.

  굴뚝을 오르는 오춘상 한의사, 홍종원 의사, 조영선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출처: 김한주 기자]

파인텍 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굴뚝 생활은 그 자체로 살인적인데, 회사는 아직 단 한 번의 대화 제의도 없었고, 국회와 노동부 등의 역할도 없는 상태”라며 “두 노동자의 굴뚝 고공농성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이미 위험한 상황이다. 스타플렉스 김세권은 당장 3승계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파인텍 노동자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는 차광호 파인텍 부지회장의 408일 고공농성 끝에, 2015년 7월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고용, 노동조합, 단협 3승계에 합의한 바 있다.

[출처: 파인텍지회]

  소방대원의 안내를 듣는 오춘상 한의사 [출처: 김한주 기자]

  굴뚝을 오르는 오춘상 한의사, 홍종원 의사, 조영선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출처: 김한주 기자]

  굴뚝을 지켜보는 차광호 파인텍지회 부지회장 [출처: 김한주 기자]

  손 흔드는 파인텍지회 노동자들 [출처: 김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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