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조파괴 계획 드러나…“비정규직, 경찰에 잡히도록 하라”

하청은 탄압 계획 원청에 보고

한국지엠 창원공장 하청업체의 비정규직노조 파괴 계획이 드러났다. 하청업체가 원청인 한국지엠에 노조파괴 계획을 보고하겠다고 밝힌 내용도 공개돼 원청의 책임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하청업체 사장이 휴대한 몰래카메라에 담긴 사측의 ‘노조파괴 작전 회의’ 녹취록을 지난 21일 공개했다. 이 몰래카메라는 지난 5일 노조가 사측 용역과의 충돌 중 발견한 것이다.

[출처: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이 회의에서 하청업체 모 사장은 “(사측 사무보조) 신규인원을 투입하는데 저들(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자리 지킨다고 밀치면 그냥 쓰러져서 할리우드 액션도 하고, ‘오바’해서 경찰서에서 잡아 오도록 만들”라고 말했다.

앞서 해당 하청업체 ‘세종로지스틱’은 올해 기존 하청업체 2개가 폐업하며 신규로 들어왔다. 업체 폐업에 따라 비정규직 65명이 해고됐고 현재 이들은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다. 세종로지스틱의 노조파괴 공모는 비정규직 조합원을 상대로 계획된 것이다.

몰래카메라에 담긴 기록에 따르면, 세종로지스틱의 조 모 부장은 “***라는 리드하는 노조원이 다혈질인 것을 이용해 (조합원이) 밀면 (사측 인원은) 헐리우드 액션을 하고, 노조가 개입하면 119를 불러 (원청) 관리팀에 전화해 경찰을 부르면 된다”며 “만약 알리고 나면 힘에 의해 사업장을 내줬다고 (말하면 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사측 관리자들은 노조파괴를 위해 사무보조요원 채용, 교육까지 계획했다. 한 사장은 “(사무보조요원) 이력서 적고, 등본 한 통 떼고, 그래서 우리 직원으로 딱 만들어놔야 거기 가서 (비정규직들과) 부딪히고 싸우고 그럴 수 있거든. 도와줘라”라고 말했다. 조 부장은 “얘들(사무보조요원)을 먼저 교육장에서 교육하고 작업시켜야 하니 ‘우리 본사(하청) 직원이 신규로 채용됐다’(고 원청에 말하겠다)”고 했다.

이어 조 부장은 “(원청) 관리팀에다 (하청) 사무실 인원을 충원하겠다고 말해서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깽판을 친다든지 이런 것도 대응하고, 현장도 세종(하청업체) 관리직으로 채용을 할 거니까 현장도 관리하겠다고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그래야 위(원청)에서 보기에도, ‘아, 세종이 뭐라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김희근 지회장은 22일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지난 5일 사무보조요원 4명이 현장에서 의도적으로 충돌을 일으켰던 상황도 사측의 시나리오라는 점이 확인됐다”며 “노조파괴 정황이 원청에 보고된 점을 보면, 원청 동의 하에 노조파괴가 이뤄졌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회는 지난 12일 부당노동행위로 사측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회는 “올해 한국지엠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비정규직 노조를 파괴하려는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이런 사용자에게 우리 일터를 맡길 수 없다. 이들에 맞서 비정규직지회는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회는 △비정규직노조 탄압 중단 △구조조정 중단 △총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창원공장 앞에서 102일째 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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