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 김재주 힘내라” 희망버스, 전주 뒤흔들다

전국서 1천 명 모여…김재주 완전월급제 고공농성 209일

택시노동자 완전월급제를 요구하며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서 209일째 고공농성 중인 김재주 씨를 응원하기 위한 희망버스가 31일 출발했다. 전국에서 버스 약 20대가 모였고, 희망버스 문화제에 1천5백 명이 참여했다.




‘3.31 뛰뛰빵빵 택시 희망버스 기획단’은 “전주시청 앞에서 목숨을 건 고공농성이 반년 넘도록 진행되는 가운데, 전주시는 택시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는 더 이상 사납금제라는 적폐를 가만히 두고 봐서는 안 된다. 전액관리제 시행만이 택시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시민의 편의와 안전까지 책임지는 길이다. 김재주가 땅을 밟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희망버스를 준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전국에서 모인 이들은 오후 2시 전주시청, 한옥마을 일대를 행진했다. ‘완전월급제, 안전한 택시’가 적힌 택시 10대가 행진 선두에 섰다. 봄꽃 맞이로 관광객이 붐빈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희망버스 참여자들이 ‘완전월급제 안되나용 플래시몹’을 선보였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안전한 택시 타고 싶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풍선을 나눠주기도 했다.

행진 후 오후 4시 전주시청 앞 광장에서 문화제가 열렸다. 고공에 있는 김재주 씨는 스피커를 통해 “우리가 전액관리제, 완전월급제 시행하라고 2014년부터 싸워 노사정 합의를 끌어냈지만, (전주시가) 물거픔으로 만들었다”며 “전주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 시장을 또 하겠다고 사표를 냈다. 시장이 없는 3개월은 고공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희망버스를 계기로 또 다른 투쟁을 준비하고 승리할 힘이 생겼다”고 전했다.

하연오 희망버스전북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힘이 부족한 우리를 위해 전국의 시민을 이곳으로 오게 해 미안하다”며 “정권은 바뀌었으나 우리 삶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법대로 하라고 외치는 중이다. 전국 시민사회의 도움으로 김재주 씨가 내려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근로기준법 개악을 넘어, 택시노동자 생존권까지 탄압하며 노동적폐를 양산하고 있다”며 “택시노동자는 하루 14시간 일해도 사납금을 채우기 힘들고, 이에 따른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시노동자 착취의 온상, ‘사납금’

이들의 요구는 전액관리제다. 전액관리제는 택시노동자가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입금하고, 회사는 노동자에 정해진 월급을 받는 제도다. 현재 전주시 택시 회사들은 ‘사납금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납금제는 택시노동자가 하루 수입에서 일정한 금액을 회사에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를 자기 수입으로 거두는 제도다. 전주시는 2016년 2월 택시 업체‧노조와 2017년 1월부터 전액관리제를 시행키로 합의한 바 있지만, 여전히 사납금제가 횡행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체 사업용(택시‧노선버스‧화물 등) 차량 교통사고 발생 건수 중 45.5% 택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택시 교통사고로 1,157명이 사망했고, 그중 법인택시 사망자가 735명에 달했다.

전주 택시노동자 박헌균 씨의 경우, 하루 사납금이 10만 4천 원에 달한다. 사납금을 채우려면 최소 10시간을 운행해야 한다. 동시에 박 씨는 회사에서 월 기본급 95만 원 정도를 받는다. 월 95만 원을 최저임금으로 따지면 하루 약 4시간 30분 노동에 해당한다. 따라서 회사는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을 일 4시간에서 5시간 사이로 정해 놨다. 하지만 사납금으로 인해 4~5시간이 아닌 11~12시간까지 장시간노동을 하는 실정이다. 물론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박 씨가 받는 최저임금에서 공제한다.

세종시 택시노동자 서인영 씨는 “회사는 ‘관리협력’이라는 이유로 사납금을 걷는데, 왜 회사 관리를 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택시 한 대의 한 달 총 수익이 400만 원이면, 사납금으로 230만 원이 나간다. 사실 회사 운영 경비를 택시노동자가 충당한다 해도, 1인당 60~70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170만 원을 회사가 순이익으로 가져가는 셈이다. 사납금은 회사 배를 불리기 위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서 씨를 비롯한 세종시 택시노동자들은 세종시에 위치한 고용노동부 앞에서 완전월급제를 요구하며 34일째 천막 농성 중이다.



한편, 희망버스 참가자 일부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으로 이동해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32일째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장을 응원했다.

김정욱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은 “이곳으로 달려와 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고맙다”며 “2009년 공장 밖으로 쫓겨나고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연대해 투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했고, 김득중 지부장은 “단식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이 염려하지만, 쓰러지고 다시 일어났던 지난 9년처럼 이번에도 일어나 반드시 승리하겠다. 해고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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