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무용단 성희롱, 폭언 논란…문화예술계 공대위 출범

“권력에 의한 인권과 노동권 침해, 피해자의 무능 탓으로 돌리는 일 없어야”


3개월 전 수면 위로 떠 오른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인권탄압 문제 해결을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30여 개 문화예술단체로 구성된 ‘국립국악원 무용단 사태 공동대책위원회’는 국악원과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근본적인 문제해결 의지 없이 형식적인 조사로 이 사태를 봉합하려 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대위는 10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대응이 필요한 이유와 요구 사항 등을 밝혔다.

공대위는 “광장보다는 무대가, 말보다는 춤이 익숙한 예술인들이 감독권한대행과 안무가의 일상적 언어폭력과 출연배제 등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세상으로 나왔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힌 강고한 적폐 속에서 동료와 선배, 스승의 폭력을 폭로하는 것은 춤을 포기해야 할 만큼 큰 용기가 필요했다”라며 “국립국악원 무용단만이 아니라 한국 무용계 전체의 변화를 위해 이제는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더 이상 권력에 의해 인권과 노동권 침해를 자신의 무능 탓으로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공대위의 요구 사항은 △단원을 포함한 예술계, 노동계 위원과 인권, 성평등, 법조계 등 시민사회계 위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악원 등 정부계 위원 등 3주체로 10명 내외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가해자들에 대한 파면 또는 해임 △단원이 참여하는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TF 구성 등이다.

현재 문체부 주도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공대위는 ‘졸속’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비대위는 “폐쇄된 조직 구조 안에서 2년여 간 지속해서 이뤄진 성희롱과 인권 침해 그리고 부당 노동행위 등의 심각한 사안이다. 2회에 불과한 외부전문가의 면담조사로 충분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처리방안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진상조사가 피해자들에게 어떤 고지나 협의 없이 이뤄지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공대위는 “(국립국악원 무용단 내 위계 간 갑질 및 인권탄압 사태 진상규명) 비대위의 요구를 수용해 외부전문가를 진상조사위원회에 포함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다만 요식적 절차였을 뿐, 문체부와 국립국악원에 제대로 된 진상조사의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라며 “현재의 진상조사는, 조사에 참여한 외부 인권전문가와 노무법률가의 조사결과를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일체의 논의나 계획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인권탄압 문제는 최 모 전 감독 권한대행과 보직단원이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무기계약직 신분의 무용단원을 출연배제하고 성희롱 등 언어폭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최 모 씨가 권한대행으로 있던 지난 2년간 고통을 호소하던 단원들이 올해 5월, 단원 노동복지협의회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단원들은 그동안의 피해 사례 등을 모으고,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 등을 제시하며 국악원에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국악원은 “피해라고 주장하는 사실은 거기서 거기이고,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다”며 사실상 묵살했다. 또한 공간 분리 요청도 거부해 2차 가해를 야기했다.

국악원 원장은 한술 더 떠 무용단 단원 전체와의 면담에서 전 권한대행에 대한 징계는커녕 정식 감독으로 선임한다는 계획이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7월 11일, 국악원 원장은 가해지목자 2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약 17차례 전 감독대행이 무용단 감독이 된다는 가정을 밝혔다고 한다.

김청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최 모 씨는 현재 권한대행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여전히 국악원 안에서 안무를 지도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라며 “구성원들이 똘똘 뭉친 이번에야말로 관행이라는 이름의 적폐를 청산할 기회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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