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서울역 농성 돌입… “생존권 예산 삭감한 기획재정부 장관 현상 수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대구시립희망원 탈시설 위한 예산 확대 요구

  3대적폐공동행동이 “장애인 생존권 예산을 삭감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을 현상 수배한다”면서 추석 연휴 내내 서울역에서 농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이 농성 천막을 설치하자 서울역 측이 막아서고 있다. ⓒ박승원 [출처: 비마이너]

장애계가 “장애인 생존권 예산을 삭감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을 현상 수배한다”면서 추석 연휴 내내 서울역에서 농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과 가난한사람들의 3대적폐폐지 공동행동(아래 3대적폐공동행동)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대구시립희망원 탈시설 등을 해결하려면 내년도 장애인 예산이 대폭 확충되어야 함에도 기획재정부에서 이를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18일 오후 4시 50분, 3대적폐공동행동은 서울역 2층 대합실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 2019년 장애인생존권예산확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정부 예산안의 수정과 예산 확대를 요구했다. 이날 장애인 활동가 200여 명은 장애인 생존권 예산을 잘라버린 김동연 장관과의 만남을 요구하며 추석 연휴가 끝나는 오는 27일까지 서울역에서 9박 10일간 농성하겠다고 선포했다.

2019년 정부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총예산은 2조 7,326억 원이다. 이는 △장애인연금 7,197억 △장애인활동지원 9,684억 △탈시설 28억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42억 △발달장애인 지원 346억 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애초 장애계가 요구한 3조 5,470억 원에 비해 약 8,144억 원이 모자란 규모다.

  대적폐공동행동은 복지부의 ‘가짜’ 장애등급제 폐지안이 장애인 생존권 예산 확대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비마이너]

복지부의 ‘가짜’ 장애등급제 폐지안이 장애인 생존권 예산 깎아 먹었다

어떠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걸까. 3대적폐공동행동은 무엇보다 복지부가 ‘가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제까지 장애계는 장애등급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제한받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해왔다. 즉,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근본적 요구는 예산 확대를 통해 장애인이 필요한 만큼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복지부가 밝힌 ‘가짜’ 장애등급제 폐지안에 따르면 6개의 장애등급이 점수제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복지부는 현재 ‘단계적 폐지 계획’을 내세우고 있는데, 활동지원서비스와 같은 돌봄영역에 대해선 내년 7월에 장애등급 적용을 없애나, 이동지원에 대해선 2020년에, 장애인연금과 같은 소득·고용지원은 2022년에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내년 7월 활동지원서비스에서 장애등급 적용을 폐지한다고 해도 올해와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 복지부 예산안을 보면, 이용자는 올해보다 7000명 늘고(7만 1천 명→7만 8천0명), 수가가 소폭 인상(1만760원→1만2960원)되는 수준의 증액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내년에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어도 장애계가 요구해온 ‘최중증장애인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은 없으며 이용시간도 전년과 같이 109.8시간으로 동결됐다. 그에 따라 복지부가 국회에 올린 예산은 올해보다 2778억 원 증액된 9,684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장애계가 이용대상자 10만 명으로 확대, 월평균 이용시간 130시간으로 확대, 수가 1만4150원으로 인상을 요구하며 주장해온 1조 4799억 원에 비해 한참이나 적은 예산이다.

그뿐만 아니라, 장애계가 장애등급제 폐지와 함께 장애인연금 대상자를 내년 7월부터 3급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수용되지 않았다. 현재 장애인연금 대상자는 1·2급과 중복 3급까지인데 장애계는 ‘중복 3급’을 ‘3급’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복지부는 “3급까지 확대할 경우 현재 예산의 2배가 든다”며 거부하면서 시기를 최대한 미뤄 2022년도에 장애인연금에 대한 새로운 기준표를 마련하겠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장애인연금 예산도 장애계의 요구보다 한참 낮은 7197억 원이 복지부안으로 국회에 넘어갔다.

탈시설 예산도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커뮤니티케어를 중심으로 한 탈시설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내년 7월에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는 ‘일상지원서비스 영역’에 장애인거주시설 입소를 포함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탈시설 예산의 경우, 애초 장애계는 42억 원(연간 130명 탈시설 지원 기준)을 요구했으나 인원이 65명으로 반 토막 나면서 예산도 28억 원만이 반영됐다. 장애계가 요구한 탈시설지원센터(5개 소, 17억 원) 예산은 아예 반영조차 되지 않았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공약한 ‘대구시립희망원 탈시설 추진을 위한 시범사업’ 예산 21억 원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게다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예산도 13년째 동결되었으며, 뇌병변장애인 지원을 위한 예산 또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반영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와 문화예술체육관광부에서의 장애인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중증장애인공공일자리 TF에서 고용노동부와 장애계는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을 위한 동료 상담가 △장애인식개선 지원 △장애인취업지원 등을 위해 총 764억 원을 책정했지만, 기획재정부는 558억 원을 삭감한 206억 원만을 책정했다. 문화예술체육관광부와 꾸린 TF에서는 장애인문화예술지원을 위해 98억 원을 책정하기로 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절반 이상을 삭감한 40억 원만을 반영했다.

  3대적폐공동행동은 장애인 생존권 예산을 삭감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추석 연휴 내내 서울역에서 농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비마이너]

“예산 보장 없이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는 없어”

이날 서울역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던 3대적폐공동행동 측에 퇴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형숙 3대적폐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이 공문을 내보이며 “김동연 장관을 찾으러 서울역에 왔더니 코레일이 우리를 내쫓겠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김동연 장관이 찾아올 때까지 여기 계속 있을 것이며, 만약 오지 않는다면 집으로 찾아갈 것이다. 그의 집 앞에 한 달 집회신고까지 냈다”면서 “그가 자른 예산은 우리의 생존권을 담보 받기 위한 예산이므로 반드시 그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지난 12일 발표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과 관련한 예산 확대를 요구했다. 애초 부모연대 측이 요구한 예산은 736억 원이었으나 올해 정부안엔 346억 원만 반영됐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정책으로 부모들은 ‘이제 우리 자녀도 시설에 가지 않고 지역사회에 살 수 있겠구나’ 생각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시설에서 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예산 확대가 필수적”라고 언급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장애인 생존권 예산확보를 위한 서울역 9박 10일 농성 선포 기자회견에 참가한 장애인 활동가들 [출처: 비마이너]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대구시립희망원 문제를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희망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고 비리도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범죄시설을 폐쇄하고 희망원을 탈시설 정책 시범 사업으로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예산을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 탈시설을 약속받았던 장애인들이 다른 시설로 전원조치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김동연 장관을 찾아서 탈시설 예산이 왜 잘렸는지 대답을 꼭 들어야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대구시는 올해 말까지 대구시립희망원 내 장애인수용시설 ‘시민마을’을 폐쇄한다면서 거주인 67명 중 52명을 다른 시설로 이전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변경택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은 장애등급제가 ‘가짜’로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만들었고, 정부는 폐지를 약속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장애‘점수제’ 뿐”이라면서 “이 점수제를 없애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대적폐공동행동이 9박 10일 농성을 위한 천막을 설치하자 서울역 측이 저지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박승원 [출처: 비마이너]

이날 3대적폐공동행동은 “예산의 보장 없이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는 없다.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문화예술체육관광부와 어렵게 만나 민관협의체에서 논의한 각 부처 예산안을 기재부가 잘라버렸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만약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상의) 의료급여, 생계급여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 추가소요 예산 추계는 8조 원 이상”이라고 말하며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마저 ‘가짜 폐지’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저녁 7시부터 죽음으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사회에 처음 알린 고(故) 김순석 열사의 34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들은 추모제 후 서울역에서 1박을 한 뒤 이튿날인 19일 오전 8시에 쌍용차 해고노동자 대한문 분향소에 지지 방문을 하고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한 뒤에 그곳에서 열리는 ‘고속버스 시승식 및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정책 공동발표’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3대적폐공동행동이 기자회견에 앞서 1박 2일 농성을 위한 천막을 들여오자 서울역 측이 강하게 막아서면서 30여 분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현수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도 서울역 직원이 이를 막기 위해 활동가들의 목을 조르는 등 강도 높게 진압해 현장의 강한 반발을 샀다. 서울역 측의 진압으로 휠체어 탄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떨어져 시멘트 바닥에 얼굴이 부딪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일어나 119가 긴급 출동하기도 했다.[기사제휴=비마이너]

  3대적폐공동행동이 9박 10일 농성을 위한 천막을 설치하자 서울역 측이 저지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박승원 [출처: 비마이너]

  3대적폐공동행동이 9박 10일 농성을 위한 천막을 설치하자 서울역 측이 저지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박승원 [출처: 비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