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벼락 맞은 레이테크 노동자, 서울고용노동청에 공식 사과 요구

“유혈 사태에도 노동자 채증에만 급급, 부실한 근로감독까지…노동 적폐의 온상”

18일, 서울고용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중 크게 다친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자들이 서울고용노동청의 폭력 진압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촉구했다. 노동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중 폭력적으로 진압당한 노동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이 이전 정권의 폭력 행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부실한 근로 감독으로 청장 면담까지 요구해야 했던 현 상황의 위급함을 인식하고, 빠른 대책을 협의하라고도 주문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금속노조 서울지부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수의 노동자를 다치게 한 서울고용노동청의 폭력 진압을 규탄했다. 이들은 “유리문이 깨져 여성노동자가 8명이나 병원에 실려 갔다. 살이 찢어지고 숨을 쉬지 못했다. 이마, 얼굴, 손등, 목, 갈비뼈를 다쳐 성한 곳이 없다”라며 “여성 민원인을 남성 공무원들이 힘으로 가로막고 쓰러지고 다쳐도 채증하기 급급했다. 적폐를 청산한다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폭력 행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고용노동청이 폭력 사태를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질 것, 비상식적 업무지시와 폭언과 인권유린이 일어나는 레이테크코리아에 근로감독관이 상주할 것, 악질 사업주인 임태수 사장을 처벌할 것 등을 요구했다.

김도현 금속노조 서울지부 수석부지부장은 18일 폭력 사태 상황을 발표했다. 김 수석부지부장은 “임태수 레이테크코리아 사장의 인권유린 행태가 담긴 영상을 갖고 나영돈 청장을 만나기 위해 5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몇몇 노동청 직원들이 문을 잠그기 시작했고, 여성 노동자들이 정당한 민원에 왜 문을 닫느냐 항의했다. 노동청 직원들은 정보과 형사라도 되는 양 출입문을 부여잡으며 채증했다. 더 많은 노동청 직원들이 나와 자기들끼리 스크럼을 짜고 출입문을 막아섰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이 미처 잠그지 못한 왼쪽 유리문이 깨지며 조합원들 머리 위로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어제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8명 중 2명은 현재까지 입원해 치료 중이다. 부상이 심한 조합원은 얼굴 네 군데를 꿰맸다. 19일 새로운 부상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 조합원은 갈비뼈가 부러진 것으로 확인됐고, 한 조합원은 유리 파편이 머리에 박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노동청 직원들은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여기는 당신들이 함부로 들어올 곳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필자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코리아 수석대의원은 “임태수 사장하고 똑같은 사람들이 고용노동부에 있었다. ‘여긴 아무나 오는 곳 아니다’ ‘여기가 어딘 줄 아느냐’라고 했다. 노동청 직원들 입에서 나올 말인가”라며 “부당한 작업 환경에 대해 근로감독 해달라고 왔는데 올 곳이 아니라고 하면 도대체 노동자들은 어딜 찾아가서 이야기해야 하나. 청와대도 이렇지 않을 것이다. 고용노동청 문턱이 이리 높을 줄 몰랐다”고 질타했다.

폭력 사태 직후, 나영돈 서울고용노동청 청장은 노동조합과의 면담자리에서 개인적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나 청장은 폭력 사태 관련 19일 오전 노동청 내부에서 실무 회의를 진행한 뒤 논의 결과를 금속노조 서울지부에 알리기로 했다. 임태수 사장의 폭언과 부당노동행위 관련 사안도 19일 오전 함께 논의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오는 21일엔 금속노조 임원들과 나 청장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다.

라벨과 견출지 등을 만드는 레이테크코리아의 노동자들은 사장의 인권유린과 노동탄압에 수년째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0명의 노동자들은 2013년 노조를 결성해 비정규직화 시도를 막았지만, 올해 또다시 포장부에서 영업부로 강제 배치돼 전환배치 반대 투쟁을 이어나갔다.

[출처: 금속노조 서울지부]

결국 지난 8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강제 전환배치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사장은 포장업무를 지시하기 시작했지만 책상도 의자도 없는 맨바닥에서 작업할 것을 강요, 끈질긴 폭언까지 퍼붓고 있다. 노동조합은 근로감독을 수시로 요청했지만 서울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은 “근로감독관 앞에서는 사장이 안 그런다” “근로감독관이 해줄 일이 없다”는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며 문제를 덮기 급급했다.

이필자 수석대의원은 “1월부터 근로감독관에게 수없이 요청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임태수 사장과 더불어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노동청을 상대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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