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위, 맨홀 아래…KT 하청노동자의 설움

KT가 만든 ‘위험의 외주화’…하청 통신 노동실태 심각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KT상용직지부 전북지회 황충연 사무장

“최근 3년 동안 작업 중 11명이 사망했습니다. 맨홀 안에서 작업하고 올라오다 차에 치여 숨지고, 전봇대에서 작업하다 떨어져 죽고, 두 달 전에도 감전 추락사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비참합니다.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살아보고자 노동조합을 만들고 싸우다 보니, 수많은 노동자가 왜 고공에서, 거리에서 자기 한 몸을 희생하면서 싸우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KT 통신 노동자들이 매해 사고로 죽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노동현실이 이제는 바뀌길 바랍니다. 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조치하지 않고 방관한다면 우리의 죽음은 계속될 것입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KT상용직지부 전북지회 황충연 사무장이 눈물을 머금고 이같이 말했다. KT에서 하청에 재하청을 받은 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통신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전봇대 위, 맨홀 아래에서 일하며 통신의 기반을 마련한다. 그런데 돌아온 몫은 저임금, 고용불안, 노조탄압이다. KT ‘위험의 외주화’가 통신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이정미, 심상정 국회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KT 용역업체 통신노동자 노동실태조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13시간 노동에 비정규직 평균 임금보다 못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KT 하청 노동자 211명의 월 평균임금은 155만 원이다. ‘2017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분석(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나타난 비정규직 평균 임금 156만 원보다 낮다. 또한 ‘2018년 상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 보고서(대한건설협회)’에 공포된 통신외선공의 시중노임단가는 일급 257,995원인데, 응답자들은 시중노임단가의 30.6%만을 받고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평균 경력이 27년인데도 한국 사회 비정규직 평균보다 더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는 셈이다.

이들의 하루 평균 작업시간은 11.37시간에 달한다. 하루 평균 작업현장 이동시간은 1.38시간이다. 작업현장이 전주, 맨홀 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동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약 13시간 노동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응답자들의 고용형태는 일용직 65.7%, 기간제 31%, 정규직 3.3%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간 근무일이 ‘60일 미만~50일 이상’이 37.3%, ‘60일 이상’이 30.1%, ‘50일 미만~40일 이상’이 15.8%에 달했다. 하청 구조 탓에 10~11개월짜리 ‘쪼개기 계약’도 만연하다. 작업이 있을 때면 노동자들은 초과노동에 나서는데, 응답자의 92.8%가 초과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고용보험 가입여부는 42.9%가 가입, 19.7%가 미가입, 37.4%가 모른다고 했고, 국민연금은 36.4%가 가입, 40.2%가 미가입, 40.2%가 모름, 산재보험은 47%가 가입, 53%가 모른다고 답했다. 통신노동자 대부분이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KT, 곳곳에서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 정황

설문에서 증언한 노동자의 말에 따르면 KT 원청 직원은 ‘단톡방’을 통해 직접 하청업체 반장들에게 업무 지시를 했다. KT는 협력업체에 하청을 주고, 협력업체는 다시 작업현장에 재하청을 주는 식인데, KT 원청이 협력회사 공무를 통하지 않고 직접 현장 반장들에게 업무를 부당하게 지시한 것이다. 통신노동자 증언으로 KT가 불법파견을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부당노동행위도 상당하다. 응답자 47.4%는 사업주의 부당한 업무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59.2%는 사업주가 작업시간을 무단 연장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8.5%가 해고 위협을, 약 2%가 욕설과 폭행을 경험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이다솜 노무사가 통신노동자가 당한 부당노동행위 실태를 검토한 결과,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 대기발령,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KT상용직지부에 따르면, 하청업체는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정년 초과 노동자를 상대로 노조를 탈퇴하면 임금 전액 보장, 탈퇴하지 않으면 임금을 삭감하려 했다. 또한 노동자들이 일당제인 점을 빌어 비조합원에게만 작업을 주고, 조합원은 배제하는 등 임금 상 불이익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별근로감독 시급...노조, “직접고용으로 노동권 찾을 것”

보고대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나서 KT 용역업체 통신노동자 노동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KT원청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이다솜 노무사는 “KT 용역업체의 경우 노조 설립 준비단계부터 다양한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했다”며 “특히 지역마다 발생하는 부당노동행위 유형이 같거나 유사한 것으로 보아, 용역업체 대표자들이 집단으로 노조 활동 대응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위험 작업을 외주화한 원청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고, 모든 하청 통신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KT의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등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으나, KT 원하청은 오히려 노조와해를 부추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에 대해선 근로감독과 통신노동자의 산재처리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상시 지속적이며 위험한 업무는 해당 통신사가 직접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며 “KT 상용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본사가 직접 노무관리를 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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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답게살자

    하청에 하청 자신이 얼마를받고 얼마의세금을 내는지도 모르고 단가표 공개도않하는 4군협력사 직원 대부분이며 kt개통 a.s의 과도한 업무량 주52시간 근무는 남의 일이고 6시고장 꽂으면 언제 집에가라는건지 한두건도 아니고 4군협력사에13년을 일햇어도 세금띠고 자차운영 점심값이니 통신비니 전부 자가 부담합니다.월급200받으면 기름값에 식비며 통신비 빼면 최저임금도 못가져갑니다.
    변해야합니다,아무리 하청에 하청이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