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반노동 행보 논란

19일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불발…20일 여야간사 합의에서도 결론 못 내

[출처: 19일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캡처]

19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가운데 20일 여야 간사 합의 방식으로 재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결론이 미뤄지고 있다.

관료 출신인 이재갑 후보자는 2012년 이명박 정권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을 지냈고, 2013년 박근혜 정권 당시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2006년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직속인 사람입국 일자리위원회에 파견돼 정권의 기조였던 ‘노동유연화’ 정책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 손발 묶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타임오프제’ 주도

19일 인사청문회에선 이 같은 이 후보자가 전 정부에서 추진한 노동정책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우선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타임오프제 시행에 따른 노조활동 제약 등의 정책 수립에 후보자가 앞장섰던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노동부노사정책실장 시절(2010.03.-2010.12.)인 2010년 4월 타임오프제 한도 결정을 주도했다.

노동계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강제 단일화 제도와 타임오프제도 폐지 등 노조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2011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함께 시행되면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소수노조의 교섭권, 단체행동권은 제약됐고, 사용자가 노조를 선별하여 교섭에 응하는 방법으로 노조파괴 및 어용노조 육성책으로 악용됐다.

이재갑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소수노조의 교섭권 보호가 미흡하다는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도 “개별교섭에 따른 교섭비용 증가와 조합원 간 근로조건 격차 발생 우려 등을 고려한다면,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타임오프제에 대해선 “사업장의 노조 활동이 일부 제약되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 이에 대한 개선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 개선 방안을 논의토록 하겠다”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 어려워”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한 입장도 논란이 됐다.

이재갑 후보자는 전현희 의원의 해당 질문에 “법원에 계류 중이고 하급심에서 고용노동부 처분이 맞다고 판단하는 상태기 때문에 직권취소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하반기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화가 이뤄지므로 법을 보완하는 방안을 협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가 차관 시절 법외노조 통보조항이 시행령에 있어 근거 규정이 약하고 법률 검토 결과 위헌 소지가 크다고 밝힌 입장에 비하면 크게 후퇴된 의견인 셈이다.

국가손배 질의에 ‘적법’한 행위는 인정?

국가가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에 청구하는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미흡한 대답을 내놨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서면질의를 통해 “국가가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에 청구하는 손해배상은 집회와 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강구돼 적극 활용돼 왔다”며 “불법행위 처벌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는 이중처벌의 문제이므로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현행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적법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등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있다”며 “적법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서는 적극 보호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적법한 쟁의행위인가를 따지기도 전에 국가가 먼저 손해배상을 제기해온 문제에 대한 이해는 없어보였다.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지내던 2013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노동자의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에 항소한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동일 사업장에서 동일 공정작업을 수행하던 근로자(고 황유미 씨 등)의 선행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질병 원인에 대한 상급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견지로 불가피하게 항소를 제기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결과적으로 공단의 항소제기로 신청인이 고통을 받게 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해당 건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산업재해임이 인정됐고 근로복지공단도 이를 수용해 상고를 포기했다.

노동계, 진보정당들은 반대 입장

노동계 등은 이 같은 이재갑 후보자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정말 노동존중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지, 과거 정권의 노동적폐 주범이었던 사람이 어떻게 적폐청산을 부르짖는 장관 후보자가 됐는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진보정당들은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당은 20일 논평을 내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직속 사람입국 일자리위원회에서 노동 유연화와 대기업 노조 기득권 타파를 주장하는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에는 노동부 핵심 요직을 거치며 반노동자적인 정책을 주도했던 ‘늘공’ 출신”이라며 “정권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게 ‘늘공’의 금도라지만, 이재갑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게 이롭겠다”고 밝혔다.

양대노총 역시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은 청와대의 개각 소식이 알려지자 낸 8월 30일 성명에서 “내정자는 노동부 차관으로서 이명박 정권 말기 노동행정의 퇴행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벌써 과거 정권 시절 이재갑 내정자의 노동부 경력에 대해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장관으로 확정되면 그는 ‘삼성의 노동탄압 협조’ 등 과거 노동부가 자행한 적폐정책을 청산해야 한다. 친정집의 잘못에 개혁의 칼을 들이댈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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