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적으로 노동하라?!

[워커스 이슈①] 4차산업 혁명적으로!!! 노동하라???

4차 산업혁명, 경제성장의 꿈

지난해 아디다스는 동남아시아의 하청공장을 접고, 독일 인스바흐에 한 공장을 열었다. 동남아시아 하청공장 600명 노동자들이 만들던 신발을 이 공장에선 10명이 만든다. 연간 50만 켤레의 신발생산을 목표로 하지만 대부분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고객이 인터넷으로 각종 옵션을 넣어서 직접 주문한 지 5시간이면 제작이 끝나 배송이 시작되는 문자 그대로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다.

4차 산업혁명은 죽어 있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생산성을 높일 기대감으로 차 있다. 그저 몇 가지 생활 편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의 패러다임을 바꿔 생산성의 일대 혁신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 산업혁명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600명이 하던 일을 이제 10명이 할 수 있고 생산 시간도 단축했다. 생산성이 어마무시하게 높아져야 한다. 그러면 실제 생산성이 얼마나 증대했을까? 그러나 이상하게도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일어나고 있지만 생산성 증가세는 둔화하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혁신의 성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생산성1) 수수께끼

이런 상황을 ‘생산성 수수께끼(puzzle)’라고 말한다. 1970년대에 경제학자 솔로우(solow)는 “컴퓨터는 도처에 있지만 생산성 통계에서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생산성 둔화는 1970년대 이래로 계속되고 있다.

스마트 공장이 들어섰다고 생각해보자. 세 명이 하던 일을 한 명이 하고도 같은 생산량을 달성한다면 생산성은 당연히 증가한다. 그런데 일터에서 쫓겨난 나머지 사람들이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이 양상은 달라진다. 두 사람 모두 일을 그만두고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면 생산성은 증가한다. 노동생산성은 GDP(국내총생산)를 노동투입량(총노동시간)으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노동투입량이 줄어들어 생산성을 높인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실업 상태로 살 수 없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한다. 만약 두 사람이 생산성이 떨어지는 다른 분야에 취업을 한다면 생산성을 깎아 먹는 요인이 된다. 해당 업종의 생산성이 낮아 노동투입량만 증가할 뿐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돼도 마찬가지다. 치킨집, 카페, 편의점…. 이미 뻔한 상권을 놓고 비슷한 업종끼리 경쟁하면서 10개 창업하면 11개가 망하는 식으론 생산성이 늘어날 수 없다.

생산성 이 떨어지는 또 다른 원인은 서비스업의 생산성 정체에 있다. 제조업의 자동화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조립산업’에 속하는 휴대전화·전자·자동차 등은 사실상 스마트 팩토리와 가까울 정도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는 자동화율이 세계최고로 80%가 넘는다. 하지만 철강·화학·시멘트·제지 등 공정산업은 노후 설비를 교체하기 쉽지 않고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앞으로 제조업에서 스마트 팩토리는 이 부분에 집중될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서비스업도 금융, 보험, 의료, 교육, 유통에서 대형화, 자동화 등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영역이 있다. 실제 이 영역에서 생산성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서비스업종 중 인간의 노동을 주로 필요로 하는 판매, 건설, 운수, 미용업 등에서는 단순한 인력감축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는 다른 기준으로 평가된다. 서비스 가격이 최종 가격이기 때문에 서비스 가격이 곧 생산량이 된다. 여기는 시간당 임금이 서비스 가격을 결정하고 서비스 가격 인상이 생산성 증가로 직결된다. 가령, 유럽 특히 복지국가라고 불리는 곳일수록 서비스 요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인건비 즉, 노동력 가치가 높고 서비스 가격이 높기 때문에 생산력 또한 높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꼴찌다. 인건비가 낮아 서비스 가격도 낮고 생산성도 낮기 때문이다. 최장 노동시간에 노동생산성도 거의 최하위에 속한다.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 생산성이 올라가는데 문제는 임금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임금이 오르면 노동력 가치가 상승하지만 서비스 가격도 오르고 북유럽처럼 물가도 오른다. 임금이 올라도 물가가 같이 오르면 조삼모사다. 실질 구매력에는 차이가 없다. 또한 해당 업종의 부가가치 창출능력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 가격 인상에도 한계가 생긴다. 그렇지만 노동력 가치가 높아져 임금도, 가격도, 물가도 올리고 생산성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시 노동비용을 절감 하기 위한 시도(고용 감축 즉, 생산성 향상)가 계속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아르바이트 점원을 고용하는 대신 자동판매기를 도입한다. 아파트 경비원을 해고하고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이런 서비스업종의 노동까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라 시간이 갈수록 이 부문에서도 노동 공급은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4차 산업혁명 또는 디지털 전환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려면 두 조건이 모두 맞아야 한다. 쫓겨난 노동자들이 차라리 장기 실업상태에 있거나 (실업은 경제성장에 또 다른 부담을 야기한다) 총 노동 시간이 단축된 경우, 새로 취업한 부문의 생산성이 이전 사업장과 같거나 더 높은 생산성을 갖는 경우다. 간단히 말해 기존 업종과 새로 만들어지는 업종에서 시간당 임금은 오르고 노동시간은 줄어든 경우뿐이다. 이를 좀 더 밀고 나가면 로봇이 일하고 사람은 보다 적게 일하면서 많은 임금을 받고 여가를 즐기는 상황이 된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 어려운 이 조건을 현실에서는 맞출 수가 없다. 쫓겨 나온 일터의 생산성이 더 높거나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일 수는 없다. 게다가 원래 있던 노동자들과도 임금경쟁을 해야 하므로 임금 수준은 더 떨어지고 생산성도 하락한다.

새로 만들어진다는 일자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일자리는 대부분 인간의 (육체노동이건 두뇌노동이건)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업종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3D 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신규수요로 관련 제조업이 확대되더라도 이곳도 스마트 팩토리로 지어질 것이라 고용창출능력은 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소개한 새로운 일자리는 소수의 인공지능과 로봇, 블록체인 등 핵심 기술 개발자들을 제외하고 SNS전문가, 홀로그램 전문가 등 서비스업에 몰려 있다.2) 임금과 서비스 가격이 생산성을 결정하는 일자리다.

4차 산업혁명과 혁신 그리고 착취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는 대표적인 혁신기업들을 보면 혁신의 대상과 동력을 알 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우버와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제조업에서는 아이폰을 만든 애플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30%대의 영업 이익률을 자랑하고 있고, 아마존 등은 영업이익률은 낮지만 시장 독점을 위해 경쟁상대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매년 대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이 혁신기업들은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좌우하는 기업들로 성장했다.

이들은 무엇을 혁신했을까? 유통구조를 온라인으로 바꾸고(아마존과 넷플릭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검색 수단을 제공하고(페이스북과 구글), 잠자고 있는 자산을 일깨우고(우버와 에어비앤비), 전화보다 더 스마트하고 신박한 스마트폰을 제공(애플)하는 등의 혁신과 사용자 편익을 증가시켰다. 그렇게 경쟁에서 승리 하고 시장을 독점했다. 하지만 이는 혁신의 다양한 형태 일부를 보여줬을 뿐이다. 진정한 혁신은 바로 비용을 줄였다는 점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해도 가격이 비싸면 쓸모가 없다. 그래서 모든 혁신은 편익과 함께 경쟁의 우위에 설 수 있는 ‘비용’에 맞춰 있다. 아이폰의 진정한 혁신은 가격에 있었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499(4GB)로 공급됐다. 사람들은 이 가격에 이런 성능과 디자인을 보여준 것에 환호했다. 2010년 들어 스마트폰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아이폰4는 출시 가격을 $99(8GB)까지 낮췄다. 이른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을 통해 부품생산과 조립의 노동비용을 절약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크리스티안 푹스는 애플의 이런 생산방식을 디지털 노동의 국제 분업에 기반한 ‘신 제국주의’라고 규정한다.3)

마찬가지로 구글과 페이스북 등 SNS 기업들은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제공한 것으로 돈을 벌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대가 없이 만든 콘텐츠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광고를 통해 교환가치를 갖게 해 이를 시장에 팔았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영업이익의 80% 이상이 광고수입이다. 우버는 자기 소유의 택시 한 대 없이, 에어비앤비는 자기 소유의 방 한 칸 없이 타인의 생활 수단(잠자던 자산)을 중개해 시장 교환을 이뤄 돈을 벌어들였다. 유통업체인 아마존과 넷플릭스도 온라인으로 유통을 매개하며 세계적인 수준에서 유통시장 독점을 이뤘다. 특히 넷플릭스는 유통뿐 아니라 (유통시장을 석권한 후 독점을 더 강화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에도 진출, 오리지널 콘텐츠를 사들이거나 자체 제작하는 방식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혁신기업들은 대부분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노동력을 전유했고 이것이 혁신의 원동력이 됐다. 최근의 혁신이란 다양한 소비자 잉여(surplus)를 제공해 주는 외양(자본간 경쟁의 필요조건)을 띠고 있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노동비용의 절감 또는 타인 노동생산물의 전취로 나타나고 있다.

혁명적으로 노동했더니

1935년 옛 소련에서 탄광노동자 스타하노프는 당시 신기술을 이용해 다른 광부들보다 8배에서 14배 많은 생산량을 증대하는 가히 혁명적인 성과를 거뒀다. 다른 노동자들도 스타하노프를 배우라며 일으킨 ‘스타하노프 운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생산성 증대를 위해 기술과 융합한 노동의 착취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은 한편에서는 노동시장을 저임금 경쟁으로 몰고 가 불안정 노동을 심화하고 확산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과정을 바꾸고 노동관계를 변화시킨다. 기존의 임금노동 관계를 해체하고 다양한 독립생산자를 양산한다. 이미 우버 택시를 공급하는 계약자들이 자영업자인지 우버와 고용관계가 존재하는 노동자인지에 대해서 계속 투쟁하고 있다. 독립생산자, 자영업자들이 양산되는 가운데 이들은 모두 대자본의 플랫폼 속에 종속된다. 블록체인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오늘날의 구글과 아마존, 넷플릭스, 네이버와 같은 상위 플랫폼이 정보를 매개하는 한 이들의 하위 플랫폼을 구성한다. 오히려 독점은 더 심화한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SNS 기업의 사용자 또한 독립생산자와 같은 위치에 서게 된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자신이 생성한 각종의 콘텐츠와 개인정보를 기업에 넘겨준다. 이것은 거래다. 자신의 노동생산물(블로그, 페이스북, 검색 등 각종 콘텐츠와 다양한 활동 속에 형성된 개인정보)을 기업의 SNS를 이용하는 것과 교환하기 때문이다(이 교환의 법적 수단이 바로 기업의 이용 약관이다). 기업은 이 노동생산물을 중간재 삼아 광고와 교환하거나, 개인정보는 직접 돈을 받고 팔아 이윤을 남긴다. 이 과정이 보다 전문적으로 이뤄지면 상업적 계약관계로 확대되며 유튜브의 크리에이터와 같이 수익을 배분한다. 프로게이머와 같이 놀이로 시작했다가 임금노동과 결합된 플레이버(play+labor=plabor),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프로슈머(producer+consumer=prosumer)도 독립생산자의 한 단면을 형성한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포화상태에 달한 자본주의 생산체제 내에서 ‘생산성 향상 없는 산업혁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시장개방 15년 만에 생산성은 정체상태에 넘어가고 있다.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노동생산성 상승이 추락하는 세계의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하겠지만 효과 자체는 중국만큼 오래 지속되지도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 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촉진될수록 일자리 이동과 함께 생산성 증가세 감소는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또한 현재의 산업재편은 임금노동과 더불어 타인(독립생산자, 사용자 등)의 노동생산물을 수탈함으로써 자본의 이윤율 상승을 도모하는 새로운 체제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가 주로 금융화(부채화)를 통해 금융적 수탈을 확대해 자본의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한 체제였다면, 이 새로운 체제는 분배된 이윤이나 계약된 노동력보다는 노동생산물 자체에 대한 수탈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노동에 기반한 더 많은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계약 노동을 포함한 독립생산과 자영업의 형태로 나타나고 이들의 노동생산물에 대한 전취, 수취, 수탈과 착취를 둘러싼 자본간 경쟁과 갈등이 폭발할 것이다.[워커스 47호]

[각주]
1) 생산성 요소에는 자본, 노동 그리고 총요소 생산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자본 증가에 따른 생산성 증가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총요소 생산성은 자본과 노동생산성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로 표현된다. 따라서 여기서 생산성은 노동생산성을 의미한다.
2) https://www.4th-ir.go.kr/4ir/detail/144?boardName=code3
3) Digital Labour and Karl Marx, Christian Fuchs, Routledge, 2015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홍석만(참세상연구소)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