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필터링 업체 소유했지만 불법 지시 없었다?

내부고발자 A씨 기자회견 자청… “피해자에게 고통 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

양진호 회장이 인사권과 운영권을 행사한 웹하드 필터링 업체 ‘뮤레카’가 필터링 기술을 불법적으로 악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등 여성단체들은 불법 음란물 유통에 있어 ‘뮤레카’ 등 필터링 업체를 통한 기술적 우회 조치 등이 있었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필터링 업체의 불법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이하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이하 셜록), 프레시안 등 언론 3사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성공회빌딩 1층에서 ‘양진호 사건’ 공익신고자 A 씨의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뮤레카는 실제 양진호 회장의 소유가 맞다”라면서 “(김 모 이사는 완전히 연관이 없다고 말했지만) 뮤레카의 업무일지도 있고, 뮤레카 임원들과 회의도 해서 증거는 차고 넘친다”라고 말했다.

A씨는 현재의 소속을 한국인터넷기술원 법무이사라고 밝히면서, 한국인터넷기술 전 계열사의 법무 업무를 총괄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2009년 입사해 2012년부터는 뮤레카 감사팀에서 일하면서 웹하드 업체 중 필터링을 우회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2015년부터는 소속은 뮤레카에 둔 채 위디스크 팀에서 일했고, 2016년부터는 지주사인 한국인터넷기술원으로 옮겨 일했다고 했다.

A씨는 “다만 뮤레카가 필터링 기술을 불법적으로 악용하거나, 부정한 방식으로 필터링을 이용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이 사건 이후에 업로드 조직을 찾아낸 것처럼 자체 조사를 통해 뮤레카 임원, 직원들을 철저히 조사했다. 뮤레카와 위디스크에서도 일했기 때문에 구조를 잘 알지만 제가 조사한 바로는 불법적으로 활용한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양진호 회장이 필터링 업체를 인수한 배경에 대해선 “5년 전만 해도 저작권이 가장 큰 이슈였다. 저작권자와 웹하드 업체 간 저작권 분쟁이 심했고, 이 전쟁을 통해 필터링이 법제화됐다”라며 “(2008년에 인수한 건) 사전에 이런 기술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리라 판단해서 인수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저작권 분쟁을 통해 2011년에 양진호 회장이 구속되는 일도 있었고, 그 이후 사실상 필터링 업체는 회사 내부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어서 매각하려는 시도를 몇 차례 했다”라고 설명했다.

뮤레카는 20개의 웹하드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필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사성은 지난 6일 ‘웹하드 카르텔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필터링 업체와의 유착을 통한 기술적 우회 문제는 위디스크나 파일노리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웹하드 업계 절반 이상이 뮤레카와 연관되어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뮤레카는 지난달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두고도 여성단체들은 “지금 웹하드 카르텔 진영에서 지키고자 하는 것은 양진호인가, 뮤레카인가?”라며 뮤레카를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축일 것이라고 짚었다.

A씨 “웹하드협회와 자정 노력 나서”

A씨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과 관련해서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비롯한 자정 노력을 하다가 지난해부터는 웹하드협회와 손잡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웹하드협회 회원사가 50곳 정도 되는데, 협회와 함께 일일이 업체를 찾아다니면서 성범죄 영상을 내리기로 하고 스스로 자정하자고 결의했다”라며 “외부에서 보기에는 신뢰를 받지 못하니 여성단체, 인권단체와 제휴해서 우리가 필터링 시스템도 제공하고 모니터링 권한도 주자고 웹하드협회를 통해 노력했다. 그 결과 디지털 성폭력 클린 센터가 만들어졌고, 센터와 웹하드협회가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필터링 업체와도 제휴 협약을 체결해서 몇 개월간은 저작물에만 적용되던 DNA필터링을 디지털 성범죄 영상에도 적용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센터는 사실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2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해당 웹하드협회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DCNA)의 김호범 협회장은 “(DNA 필터링은) 비용문제가 발생한다. 업체에 출혈을 감수하라고만 강요할 수 없다”라며 “관련 업계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필터링한다는 것은 당연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식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리아 한사성 기획팀장은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에 대해 “예상했던 대로 뮤레카를 지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미 DNA라는 필터링 기술이 있는 상태에서 이를 부정한 방법으로 우회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많은 피해 촬영물이 웹하드에서 수천 수만건 씩 유통될 수 있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8월 잠깐 피해촬영물이 급격하게 줄어들은 적이 있었는데 정부에서 규제 시그널을 보였던 시기와 일치한다”라며 “그 시기에만 눈치를 본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A씨 “장의업체와의 관계도 사실과 달라”

A씨는 뮤레카가 디지털 장의업체도 함께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과 약간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A씨는 “장의업체가 피해자에게 300만 원~1000만 원을 받아 유출된 개인 동영상을 삭제해주는 역할을 했는데 결국 뮤레카 같은 데 차단을 요청하는 것이었다”라며 “장의업체가 너무 많아지고, 업체가 피해자에게 큰돈을 받아 이 중간 단계를 거치지 말고 피해자가 직접 찾아오면 삭제해주자는 취지로 ‘나를 찾아줘’라는 서비스 페이지를 하나 더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페이지가 만들어지고 나서 '디지털 장의사 업체까지 만들어서 양쪽으로 돈을 번다'는 여러 비난이 있어 그 서비스는 곧바로 폐쇄했다”라며 “지난해 만들어진 디지털 성폭력 클린 센터라는 불법 동영상 차단 및 삭제 단체와 제휴해서 지금도 무료로 필터링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업체를 새로 만들거나, 이를 통해 큰돈을 번 사실은 없다”라고 해명했다.

A씨 “양 회장 비자금, 최소 30억”

한편 이 자리는 A씨의 요청에 따라 마련됐고, A씨는 양진호 회장의 직원 사찰, 비자금 조성 방법 등을 구체적 증거와 함께 폭로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아이지기'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도청 프로그램과 노트북용 도청 프로그램 '블랙박스'를 공개하며 양 회장이 직원 사찰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또한 본인의 만류로 해당 프로그램을 삭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후에도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으로 도청 시도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선 “뮤레카와 몬스터 주식 매매계약 통해 조성된 비자금은 약 30억 원에 가깝다. 나머지 자료도 더 조사하면 더 많은 금액이 나오리라 생각한다”라며 “인감과 통장을 회계팀에서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임직원들은 본인 명의의) 주식 매매 이뤄진 줄도 몰랐다. 비자금을 조성해서 호화생활 누렸다”라고 폭로했다. A씨가 파악한 비자금 조성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법인을 설립해 임직원 명의로 주식을 소유하게 하고 나중에 주식을 매매해 임직원 명의로 들어간 돈을 개인적으로 쓰는 주식매매 방식과 회삿돈을 빌리는 대여금 방식이다.

A씨는 기자간담회에 앞서 “디지털 성범죄 영상에 대한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내부고발의 목적을 강조했다. 또 “더 빠른 시일 내에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유통되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하지 못해 많은 피해자에게 고통 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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