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공장화재…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들

[기고] 화재와 폭력사건 짜맞추는 악의적인 보수언론들

“종인아. 공장에 불 났어.”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졌습니다. 얼마 있다 조합원 소통 방에 사진들이 올라왔습니다. 조합원들이 나서서 불을 끄고 있었습니다. 지난 11월 22일 벌어진 불상사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조합원들이었습니다. 그 순간 왈칵 울음이 쏟아졌습니다.

  지난 3일 손잡고,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언론이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를 가린 채 ‘충돌’만을 부각하고 왜곡 기사를 쏟아내며 여론을 호도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유성기업 공장에는 꽤 여러 번 화재가 있었습니다. 2014년 4월 열 처리 공정이 GN공정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저는 교섭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화재 소식에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열처리 GN설비는 1대당 수억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여서 물로 끄면 기계가 망가지기 때문에 소화전 진화를 막고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GN설비에서 가스가 배출돼 폭발한 적도 있습니다. 1톤이 넘는 자동문이 날아가는 대형 사고였습니다. GN설비는 암모니아, LNG, 질소가 혼합된 가스로 열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초기 진압에 실패해 대형 화재로 이어지면 암모니아가 액화상태가 되면서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때도 조합원들이 초기 진화에 나섰습니다. 누군가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조합원들은 화재 현장에 뛰어 들었습니다.

2015년 주조 1과에서도 쇳물 용탕이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작업자는 크게 화상을 입었습니다. 관리자들이 나서기를 꺼려했던 걸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 때도 조합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배선을 타고 번지는 불을 잡았습니다.

회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 진압에 나섰던 조합원들에게 단 한 번도 고맙다는 얘길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움직였습니다.

지긋지긋한 노조파괴, 가학적 노무관리에 시달리다보니 회사 나오기가 끔직하다는 우리 조합원들이지만, 생산현장은 소중한 ‘나의 일터’였기에 그들은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달려들었던 것입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들을 폭도, 깡패집단으로 몰았던 회사인데도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가장 먼저 소화기를 집어 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바보들…’이란 말이 새어나왔습니다.

화재와 임원 폭행을 연관 지으려는 보수언론

보수언론의 대표 격인 중앙일보는 유성기업 화재 보도를 하면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회사 임원 폭행한 유성기업서 불”이라고 제목을 뽑았더군요. 기사내용은 화재가 났다는 것 말고 11월 22일 충돌 사태로 가득 채웠습니다. 사진도 화재사진이 아니라 11월 22일 사진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이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까지 덧붙여서 말이죠.

이번 화재사태와 임원 폭행문제를 연관지어보려는 악의적인 기사였습니다. 사람들이 “지난번에는 임원을 때리더니, 이번에는 불을 질렀나보네”하길 바랐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을 완전히 고립시키려 하는 모양입니다. 나아가 민주노총을 ‘불이나 지르는 폭도집단’으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너무 화가 납니다.

한 종편에서는 11월 22일 불상사를 두고 복직된 해고자들이 ‘사적으로 보복을 가한 사건’이라는 한 변호사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경찰에 소환된 복직자들이 한 명도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며칠 후에 보니 슬그머니 그 영상을 내렸더군요. 이것 외에도 지난 3주간 보수언론의 악의적인 왜곡보도는 차고 넘칩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라고 꼭 찍어서 제목을 올리고, ‘노조파괴’라는 용어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임단협 노사갈등’으로 표현하고, 지난 8년의 참혹했던 탄압과 차별은 단 한 줄로 정리해버리는 언론들. 그들은 우리에게 유성기업 경영진보다 더 잔인하고 무서운 이들입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오늘 언론중재위원회에 악의적인 왜곡보도에 대한 정정보도와 반론 보도를 청구했습니다. 소송도 준비할 예정입니다. 노조파괴 8년을 지우고 싶어 안달 난 세력들이 보수언론을 등에 업고 활개 치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어서입니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동료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노조파괴를 끝장 낼 것입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홍종인(유성기업지회 복직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진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안한것도 했다고 하는구나 이제는...

  • 김영주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범죄집단! 노조파괴에 들인 공력을 조합원을 위해 썼다면 순기능으로 지금보다 훨씬 기업이 좋아졌음 것이다. 천한 자본이라 천하게밖에 못쓰다니! 그러면서 무슨 회사를 경영한다고 하나.

  • 금속

    보수언론새끼들 꼭 그 죗값 치르게 투쟁 합시다.
    동지들이 자랑스럽습니다. 투쟁!

  • 도로시

    나에게 한문장만 달라 그렇다면 죄없는자를 범죄자로 만들겠다 - 나치 괴벨스 - 요즘은 조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