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에게 시신 수습 시킨 서부발전…시신 옆에서 벨트 돌리기도

[인터뷰] 고 김용균 씨 동료 “협소한 곳에서 헤드랜턴도 없이 일하다 사고당해”

[출처: 김한주 기자]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기계정비산업기사와 설비보전기사 등 어려운 자격증을 취득한 꿈많은 청년. 군 제대 후, 6개월간의 구직 끝에 어렵게 직장을 구한 입사 3개월 차 사회 초년생. 사망하기 직전까지 쉬지 않고 작업장을 돌아다니며 낙탄을 처리했던 노동자. 불과 일주일 전인 12월 6일, 동료들과 함께 생일을 맞이했던 24살의 청년. 태안화력 9·10호기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이야기다. 김 씨의 동료들은 ‘위험의 외주화’가 노동자를 죽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죽음 이후의 비인간적 조치들에 대해 분노했다. 고인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동료 A씨를 만나 사망 전후의 조치들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들은 왜 분노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인과 어떤 관계였나?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 형, 동생하던 사이였다. 같은 과는 아니지만, 밖에서 함께 술도 마시고, 지난주 고인의 생일도 같이 보냈다. 축구도 함께 하면서 친해졌다. 대학교 다니면서 기계공부하고, 정비공부해서 기사 자격증까지 딴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죽음 이후의 조치들이 어땠나?

고인은 11일 오전 3시 23분 동료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발견자가 방제센터에 연락했고, 방재센터는 중앙제어실에 연락하고, 관리자들이 서부발전에 연락을 돌리는 동안 1시간이 지났다. 이후 경찰이 과학수사대를 대동하고 와서 점검을 다하고 119를 불러서 시신을 수습했다. 119에서 2명, 방제센터에서 2명 밖에 없으니 인원이 모자란다며 팀원들을 불러 시신 수습을 시켰다. 알려진 바대로 시신 상태가 좋지 않았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저녁을 함께 먹은 동료의 시신을 처리하라는, 그런 쓰레기 같은 조치를 한 거다. 더군다나 시신을 그대로 둔 상태로 옆에 컨베이어벨트를 정비해 돌리게 했다. ‘방제센터에 연락했으니, 먼저 이것부터 돌려야 한다’고 시킨 거다. 시신 수습까지 3시간이 걸렸다. 최초 발견자의 경우 현재 트라우마가 심하다.

-이런 잘못된 조치들을 책임져야 할 곳은 어딘가?

하청, 원청 누구도 책임을 피하지 못할 거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에선 사망자의 동료자, 시신 수습한 사람들을 만난 게 아니라 서부발전 측 사람들하고 돌아다니다가 일이 끝났다며 가버렸다. 고인의 유족이 쫓아가서 항의했더니 그제야 심각성을 인식한 것처럼 보였다.

-시신이 4시간 이상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렇게 늦게 발견된 원인은 뭔가?

고인은 10일 오후 9시 35분쯤 섹터를 점검하겠다고 연락했다. 원래 섹터 한 바퀴 도는데 3, 4시간이 걸리니까 그동안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고인과 근무지가 겹쳤던 최초 발견자가 일 때문에 연락했지만, 워낙 분진이 심하고, 소음이 심하니 못 들었겠거니 하고 혼자 일을 했다. 하지만 새벽 1시가 되도 돌아오지 않길래 전원이 찾으러 나섰다.

-점검하는 섹터를 혼자 도나?

발전소라는 게 석탄을 이송하기 때문에 분진이 심하고, 기계가 계속 돌아가니 소음이 심할 수밖에 없다. 절차서를 보면 분진이 심하고 소음이 심한 곳은 2인 1조로 다니게 돼 있는데 전 섹터가 그런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이 절차서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그냥 위에서 시키니까 일을 한 건데, 고인의 경우 여기가 첫 직장인데 얼마나 열심히 했겠나. 경찰이 CCTV로 고인의 동선을 파악했는데, 정말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후레쉬를 비추고 낙탄 처리하는 일을 반복했다. 서부발전에서 꼬투리를 잡고 싶어도 그렇게 못 할 거다.

-작업은 얼마나 위험한가?

[출처: 공공운수노조]

컨베이어 벨트는 1000톤짜리를 분당 45m 이송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rpm이 2000이 넘어간다. 그냥 옷이 끼면 바로 끌려들어가 갈리는 거다. 작업 공간이 넓지도 않다. 넓으면 설비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굉장히 협소하다. 그곳에서 랜턴으로 불을 비추며 일을 해야 하는데 손으로 들고 하는 게 힘드니 헤드랜턴을 요구해도 안 사주는 업체였다. 고인은 헤드랜턴을 지급 받지 못해 손으로 들고 일했다. 삽을 써야 하는데 한 손에 랜턴을 들어야 하니 그게 일이 되나? 또 마스크와 헬멧를 쓰면 시야가 굉장히 좁아진다. 잘 보고 해야 하는데 분진이 날리니 보호 안경을 착용한다. 그런데 업체가 자기들 입맛에 맞는 싼 안경을 사서 지급하다 보니 그 안경을 안 쓰는 노동자도 태반이다. 습기가 차서 오히려 안 보이는데 누가 쓰겠나.

-이런 사고들이 자주 일어나나?

굉장히 많다. 작은 사고들은 얘기도 못 하고, 어딘가 부러지고, 손끝이 잘려야 하청에서 처리하는 수준이다. 하청도 산재 처리를 안 하려고 갖은 수를 다 쓴다. 지난해 11월 태안화력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도 그렇지 않았나. 사고 덮으려다 근로자가 찍은 사진 한 장으로 공론화가 된 거다. 사망자가 구급차에 실려 가는데 그걸 숨기고 통제하고 다 막아놓은 것을 현장 노동자가 사진 찍어서 알렸다. 이번 일도 동료들이 자기 직을 걸고 말하기 시작했기에 알려진 게 아닌가 싶다.

-고인의 부모님은 어떻게 계시나

서부발전, 한국발전기술 사람들이 분향소에 오려고 하면 어딜 들어오냐고 내쫓고 계신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발전기술 모 임원이 처음 와서 한 말이 ‘이 친구가 너무 열심히 일해서 사고가 난 것’이라는 막말이었다. 시신을 확인한 부모에게 그게 할 소린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참담함을 느꼈다.

-원청인 서부발전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우리가 문제제기 하는 것에 대해 은근히 압박이 들어오는 것 같다. 오늘 저녁, 서부발전이 우리 출퇴근 기록부, 업무지시서, 일지를 다 가져갔다. 우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려는 것 아니겠나. 을의 입장에서 보면 그 자료를 보면서 노동자 잘잘못을 따지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압박도 된다.

-계약서에도 서부발전의 눈치를 보는,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발전기술과 맺은 근로계약서를 보면 갑의 회사, 즉 서부발전에서 근로자 개인을 안 좋게 보면 잘리게 돼 있는 부분이 있다. 서부발전에서 퇴사하길 원하면 퇴사해야 한다고 계약서에 박아놨다. 그리고 올해부턴 인원을 확 줄였다. 15명으로 돌아가던 과가 지금은 12명, 딱 최소의 인원으로 유지된다. 이렇게 인원을 축소할 때 노동자와 어떤 협의도 없었다. 갑의 위치에서 그저 시키면 업체는 따르고, 하청 노동자들도 따라야 했다.

“우리 아들은 잘못됐지만, 너희는 부디 안전하게”

[출처: 공공운수노조]

한편, 13일 고 김용균 씨의 유가족과 노동조합이 노동부 관계자, 산업안전공단, 태안화력 서부발전 관계자 등과 함께 사고 현장을 조사했다. 유족은 서부발전 관계자에게 “신고는 왜 늦게 했나” “혼자 일하도록 지시를 다 내려놓고 관리감독은 누가 한 거냐”라고 따졌지만 관계자는 “지시는 우리가 내릴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휴게실 앞에서 고인 또래의 동료를 끌어안고 “우리 아들은 잘못됐지만 너희는 안전하게 일해야 한다”라며 오열했다.

고인의 동료들은 서부발전 원청이 현장을 훼손하고 산재 축소를 시도한 흔적들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석탄이 쌓여있던 현장이 안방처럼 깨끗해졌다”라며 증언하며, 현장에 있는 화이트보드가 티끌 하나 없는 점 등이 수상하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 앞서 태안화력 시민대책위는 노동부 보령지청과 면담을 진행하고 △사망조사에 노동조합참여 및 유가족 현장방문 △사망재해 발생 장소에 대한 부분 작업중지를 전면 작업중지로 변경 △작업해제심의위원회에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전문가 참여 및 회사 안전보건계획서 제출시 노동조합 합의 △특별근로감독 실시 및 노동조합 참여(12월 17일부터 2주간) 및 종합안전진단 명령시 노조추천 단체 지정 △동료들 트라우마 치료 즉시 실시 등을 약속 받았다.

태안화력 시민대책위는 14일 유가족과 함께 진행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법적 작업 환경, 원청의 사고 축소 은폐 흔적 등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 원인을 사진과 함께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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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ㅇㅇ

    이게 대체 뭔가... 문명이 발달해도 청년들이 야만적인 자본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있다. 이게 문명국가라면 난 거부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