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로 버텨 온 고공농성 500일

[기고]③ 1월 12일, 다시 한 번 ‘연대’의 힘이 필요합니다

택시의 공공성 훼손(승차거부, 불친절, 난폭운전, 사고율 및 사망사고율 1위) 근절과 택시노동자 월급제 쟁취를 위한 김재주 택시 해고노동자의 전주시청 고공농성 투쟁이 오늘로 494일을 지나고 있다. 오는 1월 16일이면 고공농성 500일을 맞는다.

김재주 동지의 고공농성 494일! 그 하루하루는 당사자나 농성장을 사수하는 택시지부 조합원들에게는 비관과 희망, 분열과 단결, 분노와 투쟁이라는 피, 눈물의 연속이었다. 비관과 분열, 그리고 분노라는 수차례의 위기로 흔들릴 때마다 희망과 단결, 그리고 투쟁으로 전이된 힘은 바로 ‘연대’였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고공농성 초기 김재주는 가로 70㎝, 길이 180㎝, 높이 60㎝라는 주검이나 담을 수 있는 조명탑 철제 박스공간에서 120여일을 견뎠다. 그 속에서 동지들에게는 알리지도 못하는 건강의 위기가 가장 먼저 찾아왔다. 길벗모임 소속 나인천 한의사가 농성초기부터 몰래 다녀갔다. 지금도 삼일 간격으로 그냥 스치는 시민처럼 다녀가곤 한다.

농성장 아래에서는 매일 오후 6시 문화제, 그리고 매주 수요일 주간정기집회가 열린다. 파업투쟁도 아닌데 택시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고액의 불법 사납금을 벌어가며 농성장 철야지킴이, 일일 문화제와 수요 정기집회를 사수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모든 일정들을 사수해왔다. 매일 오후 6시 농성장을 지켰던 세월호 남문농성장 지킴이 동지들, 한국지엠 비지회 군산공장 동지들, 현대자동차 현장동지회,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그리고 전국의 투쟁하는 노동자와 시민들. 함께한 모두를 이야기하기엔 이 지면을 다해도 부족하다. 일일 문화제와 수요 정기집회를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사수한 힘은 바로 ‘연대’였다.

김재주 동지의 고공농성이 장기화 됐지만 불법경영(사납금제)을 계속하는 택시자본에게 단속과 처벌을 해야 할 전주시청은 묵묵부답이었다. 나아가 2016년 2월 5일 약속했던 노.사.정 확약(용역에 따른 전액관리제 시행)마저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비관과 분열 그리고 분노라는 위기를 단결과 투쟁으로 전이시킨 힘은 바로 3. 31. 뛰뛰빵빵 전주 희망버스 ‘연대’였다. 공조직마저 패배를 인정하라고 했을 때 3. 31. 뛰뛰빵빵 전주 희망버스는 ‘희망’ 그 자체였다. 지방정부를 움직였고 19개사 불법경영 택시사업주 1차 처벌이 진행됐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이후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로 택시지부 투쟁과 고공농성은 이어졌지만 불법경영 택시사업주들 중 일부는 1차 처벌에도 월급제 시행을 완강히 거부했다. 이제 2차 처벌로 강제하는 방법뿐이었다. 2차 처벌은 3차 처벌로, 그리고 면허권 일부취소와 전면취소로 가는 중요한 승부처였다. 택시지부 해고노동자들의 선봉투쟁으로 처벌기관인 전주시청 점거농성에 돌입했지만 전주시청은 2차 처벌이 아닌 강제진압으로 위협해 왔다. 이를 저지한 것 역시 9월 1일 노동자, 시민 공동행동이라는 ‘연대’였다. 전국의 투쟁하는 사업장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전주시청 광장을 포위했다. 결국 전주시청은 월급제시행을 거부한 택시사업장에 2차 처분을 단행했다. ‘연대’없이는 불가능한 투쟁이었다.

고공농성 500일이 다가오지만 아직도 사업주들은 법령에 준한 월급제 시행을 완강히 거부하며 불법 사납금제를 유지하겠다고 버틴다. 이들에게 두 번째 행정처분이 내려진 현재, 전주시 21개 일반택시사업주 중 7개사가 아직도 월급제 시행을 거부하고 있다. 이 7개사는 두 차례의 행정처분에 대해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고 고액의 변호사를 선임하여 시간끌기로 우리의 투쟁을 무력화 하는데 혈안이 돼있다.

이들 7개사는 현 투쟁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이하 ‘택시지부’) 조합원들이 소속된 핵심사업장들이다. 때문에 잔인한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이 하루하루 새롭게 쓰여 지지만 김재주는 ‘내 몸이 망가지더라도 7개사가 월급제 시행을 확약할 때까지 결코 물러설 수 없다’라며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두 차례의 행정처분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는 택시사업주들에 맞서 고공농성을 엄호하기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는 매일 전주지방법원을 상대로 신속한 처분판결을 요구하는 아침 출근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택시지부는 오는 1월 12일(토) 오후 2시 전주시청 광장에서 고공농성 500일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김재주 동지가 이제 땅을 밟을 수 있도록, 또 한 번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