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노총이 아닌 투쟁을 택한 톨게이트 노동자입니다”

[인터뷰] “기득권에 맞선 싸움으로 이길 것”

톨게이트 노동자 직접고용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한국도로공사와 합의했지만, 여전히 수백 명이 33일째 공사 본사에서 점거 농성 중이다. 이들은 이번 합의가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 취지를 부정하고, 노동자를 ‘갈라치기’ 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1심 계류자를 다시 법원 판결에 맡기고, 그전까지 ‘임시직’으로 고용한다는 합의는 애초 투쟁 원칙을 깬 것이라고 규탄한다. 적지 않은 노동자가 이번 합의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한국노총을 탈퇴했다. <참세상>은 최근 한국노총을 탈퇴한 김미정(가명)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한국노총과 도로공사의 합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도로공사가 자회사를 강요하기 전 요금수납 노동자는 6,700명이었다. 이 중 5천 명이 자회사로 갔다. 이들 모두가 처음부터 자회사를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주장했다면 이 싸움은 당장 끝났을 것이다. 물론 자회사 선택에 공사의 협박과 개인 선택이 따랐다. 남은 1,500명이 해고되고 공동 협의, 공동 투쟁을 택했다. 1,500명이 노조로 뭉쳐 여기까지 왔다. 싸움의 힘을 키워왔다. 그런데 을지로위원회가 끼어들더니, 1,500명도 대법 승소자와 1심 승소자, 1심 계류자를 갈랐다. 이번 합의는 사측이 늘 그래왔듯 노동자를 갈라치고, 공동 투쟁을 깬 합의다.

이번 합의에서 을지로위원회의 역할을 어떻게 봤는가?

나는 사실 문재인 지지자였다. 을지로위원회가 우리 편인 줄 알았다. 을지로위가 한국노총에 접근했고, 처음으로 김천 본사 점거 현장에도 왔다. 그때 궁금해서 많이 찾아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을지로위는 노동자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을지로위는 수년 전 톨게이트 불법파견에 대응한 적이 있었다. 피디수첩에서 봤다. 을지로위가 노동자 편이었다면 그때 해결했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 을지로위는 최악의 중재안을 내놨다. 정치권이 중재하지 않고 우리가 투쟁했어도 이런 결과는 보지 않았을 것이다. ‘어용’ 을지로위가 톨게이트 투쟁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을지로위는 노동자의 대안이 아니다.

합의에 대한 불만으로 한국노총을 탈퇴한 것인가?

합의는 어쩌면 예견된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공동 투쟁을 기조로 해서 (6월 30일) 캐노피 고공에 올랐다. 그런데 톨게이트노조 위원장은 단독으로 캐노피에서 내려왔다. 당시 조합원에게 언급은 없었다. 다만 지부장단 논의가 있었는데, 당시 나는 캐노피 상황이 너무 열악하니, 다른 공동 투쟁을 논의하자는 차원에서 동의했다. 내려올 거면 민주노총과 함께 내려오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집행부는 캐노피 농성을 혼자 해제했다. 공동 투쟁 기조도 그렇지만, 소통 문제가 아주 컸다. 조합원들이 직접고용 원칙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집행부 구성원들이 비난했다. 이번 합의도 1심 계류자는 다시 임시직으로 가라는 건데,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노조를 탈퇴하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했다. 나는 한국노총을 탈퇴할 수밖에 없었다.

[출처: 김한주 기자]

한국노총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이 많은가?

적지 않다. 지난 5일 한국노총 조합원 14명이 ‘조합원 입장문’을 발표하고, 한국노총의 임시직안을 비판했다. ‘소송에 따를 거면 왜 여태껏 투쟁했느냐. 어찌 수장이란 사람(위원장)이 이강래(도로공사 사장)에 유리한 안으로 노동자를 갈라치려 하느냐. 1,500명 직접고용을 포기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한국노총은 입장문 작성자를 제명했다.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나머지 조합원은 밴드에서 강제 탈퇴했다. 한국노총은 밴드에 “(조합원 입장문 발표는) 허위사실 유포 및 집행부를 비방해 조합원들의 의심과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박선복 위원장의 명예훼손이 심각해 해당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톨게이트 노동은 어떠했는가. 또 어떻게 노조에 가입했는가?

일단 용역업체 비정규직으로 살아온 세월을 얘기해야겠다. 나는 2004년에 입사했다. 지금껏 단 하루 결근도 없었다. 그동안 업체는 5번 정도 바뀌었다. 최저임금을 받아 왔다. 마지막 월급도 세금을 뺀 수령액이 약 190만 원이었다. 나 혼자 가정을 책임질 수 없는 금액이다. 나는 도로공사가 내 등에 빨대를 꽂고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중에 불법파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아봤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이 불법파견으로 싸우고 있는 걸 봤다. 또 서울 톨게이트 쪽은 이미 소송 중이란다. 아무래도 노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난해 5월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사실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뭐가 다른지 몰랐다. 가입하기 전 노조 소식지 연락처만 보고 상담을 받았는데, 한국노총, 민주노총 모두 목적이 같았다. 같은 업무를 하는 노동자고, 목적도 같으니 거리낌 없이 가입했다. 그런데 투쟁을 통해 깨달았다. 원칙과 동료를 저버린 것. 나는 한국노총을 탈퇴하고 비조합원으로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원칙을 가진 투쟁을 통해 확인한 것은 무엇인가?

기득권의 집요함이다. 오십 평생을 살면서 몰랐다. 순진하게 살았다. 정부, 도로공사, 민주당 같은 정치권들이 모두 따로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다 한 통 속이었다. 이들은 먼저 자회사로 노동자를 갈랐다. 이번 합의는 1심 계류자를 갈랐다. 이후에 남은 농성자를 또 가를 게 뻔하다. 기득권은 노동자를 기만하고, 우리의 옳은 투쟁을 계속해서 꺾으려 한다.

한국노총 합의로 일단 새로운 투쟁 국면이 열린 듯하다. 어떻게 싸워 이길 계획인가?

한국 사회가 ‘싸움’, ‘투쟁’을 어떻게 바라봤는가를 얘기하고 싶다. 우리는 싸움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배우며 자랐다. 우리 아이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다. 하지만 이제 달리 가르칠 것이다. 억울하면 참지 말라. 부당하면 싸워라. 가만히 있지 말라. 대의를 위해 저항하는 일은 멋진 일이라고. 우리는 불법파견 노동자다. 도로공사가 불의했고, 우리가 옳았다.

사회적으로도 우리 투쟁은 옳다. 우리 기사에 ‘시험 보고 정규직으로 들어오라’는 댓글이 자주 달린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KTX 자회사 노동자, 학교에서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가 파업에 나선다. 평생 차별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별을 옳지 않다고, 법이, 사회가 인정했다. 나는 나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생각으로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농사일도 한다. 농사도 유통을 거치면 농민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 갈수록 유통 단계가 많아진다. 지금 유통은 3~4번씩 거친다. 물론 유통은 모두 더불어 살게끔 하지만, 문제는 중간 단계 착취를 위해 달려든다는 점이다. 내가 톨게이트 현장에서 겪었던 용역이 딱 그렇다. 직접고용은 이런 문제를 해소할 것이다. 농업이든, 노동이든 이런 걸 바꾸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출처: 김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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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숙

    멋진 의지 잘 읽었습니다. 당신의 용기에 박수 드리며 반드시 승리해 주세요.반드시 승리하셔 생계를 핑계로 기득권에 지고 들어갈수 밖에 없는 저희를 향해 웃어주십시요.훗날 또다시 투쟁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반드시 함께 하고 싶습니다.비겁한 저를 욕하실수도 있지만 저는 아름다운 당신들의 투쟁을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감사하고 감사드립니다.

  • 김깜순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기득권의 텃세는 하늘을
    찌르는것같다 하지만 톨케이트정규직전환을 해결하지못하면 아마도 내년총선에서는 노동자들의 심판을받을것같다 민주노총조합원을 무시 못할것같다 엄청 많다는 얘기를 들은것같다

  • 고강수

    지난5일 입장문을 발표한 인원은 14명이 아닌 1명입니다.
    그후 14명의 밴드강퇴는 톨노집행부가 개인의 인생이걸린 정규직전환의 협의안을 지부장회의후... 그리고 도공이 제시하는 협의안을 보고난뒤 결정하자는 지부장회의 결과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진행하여 협의서에 서명한것에 불복하여 아무런 기준과 증거자료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9일날 밤10시경 톨노지도부가 입장문 발표건에 14명이 연루되었을거라는 억지짐작과 140여명의 개인토론 단톡방을 사조직으로 몰아서 14명을 제명 시키기위한 수순을 밟아가는 시작이었고 이에 도저히 톨노집행부의 만행을 막을수가 없어서 자진하여 톨노 탈퇴를 결정한것 입니다.
    담당기자님은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여 주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