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청년, 같은 우산을 써보자”

[청년 시선]

  왼쪽부터 홍류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당원, 고도현 전국학생행진 활동가, 이상현 녹색당 혁신위원회 위원(중랑마을넷 사무국장), 강건 노학연대프로젝트 ‘나침반’ 활동가

의과생들의 동맹휴학까지 마무리되며 의료계 집단행동 사태가 일단락된 듯하다.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의 진료 거부는 병원을 마비시켰고 공공의료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런데도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성적이 모자란 공공의대 의사에게 진료받기 싫다’며 ‘엘리트’ 사회를 옹호하는 게시물도 쏟아졌다.

의사 집단행동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인국공) 사태 등 일자리 문제로 엮이는 논란들. 또 코로나19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채용을 줄이며 가중되고 있는 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불안감. 이 속에서 ‘내 노력에 대한 응당한 보상’이라는 경쟁 논리를 넘어서고자 하는 청년들이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 안팎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다. 《워커스》가 이들에게 불안한 사회를 헤쳐나가기 위한 계획을 들어봤다.


사회·정리 : 은혜진 기자
패널 : 강건 노학연대프로젝트 ‘나침반’ 활동가
고도현 전국학생행진 활동가
이상현 녹색당 혁신위원회 위원(중랑마을넷 사무국장)
홍류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당원
사진 : 박다솔 기자


은혜진 이번 의사 집단행동은 코로나19 의료공백 상태에서 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젊은 의사들’의 진료 거부, 의과생들의 동맹휴학 사태를 어떻게 봤나.

  이상현 녹색당 혁신위원회 위원(중랑마을넷 사무국장)

이상현 예를 들면, 중랑구 녹색병원만 봐도 병원장이 밤샘 근무를 한다. 지역, 종합병원의 열악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된 전공의, 의대생들의 주장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들이 대립시켰던 ‘엘리트 의대생들의 고급 의료’와 ‘공공 의대의 질 떨어지는 의료’라는 차별적 문구는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강건 보통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서는 ‘노력하지 않고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한다는 등의 혐오 섞인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공공의대 설립 계획은 그 ‘노오력’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청년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고, 의사집단의 진료 거부가 정당하다는 지지 여론이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고도현 의대생, 의사들의 행보에는 분명 집단이기주의라고 볼만한 점이 많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에는 정부 정책으로 메울 수 없는 문제들이 포함돼 있다. 의사 집단은 의사 정원 확대로 지방 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없다고 하면서 수가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방 의료 공백 문제는 단순히 ‘공공병원 숫자 부족’이나 ‘저수가’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정부나 대한의사협회 모두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의료체계 개혁을 위한 다른 논의를 던질 수 있어야 했다. 문제는 대형병원이 환자를 경쟁적으로 수용하는 데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은혜진 이번 의사 집단행동과 인국공 사태 모두 일자리 문제와 연결돼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엘리트 경쟁 사회’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경향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현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권이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하거나, 노조가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데, 왜 이것이 특권으로 불릴까. 그 이유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생존 경쟁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에 따라 생존이 위협받고, 일하다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위험이 외주화돼 있는 상태에서 ‘나라도 나를 지키고자’하는 반응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강건 과거 엘리트 집단이 변호사, 의사들이었다면, 현재는 공무원, 공기업 등 안정적인 삶이 보장된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가 기득권층이라고 불린다. 또 이 삶을 위해 스펙과 노력을 쌓고 있는 청년 모두가 엘리트 재생산 담론을 지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두고 ‘쟤네는 엘리트들이야’라고 단순화할 수 없는 이유는 일부를 제외한 일자리는 형편없기 때문이다. 엘리트 일자리에 포함되지 못하면 삶이 어렵기 때문에, 자기 삶을 위해 공정성을 옹호할 수밖에 없다. 반대편에서는 이런 노동시장 진입을 포기하는 청년이 있다. 콜센터 등 불안정 노동을 하는 청년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청년들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도현 전국학생행진 활동가

고도현 사회가 청년을 호명하는 방식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 정치인은 좌우를 막론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맛에 따라 청년 세대 일부만 부각한다. 인국공 사태에서 여당은 보여주기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한 뒤 이에 반대하는 청년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했다. 또 보수 세력은 인국공 사태에 대해 ‘불공정 채용’이라며 여당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비판했다. 현재 청년 지형은 수도권 10% 정도인 좋은 일자리를 노릴법한 사람과 나머지 청년들로 나뉘어 있다. 이번 의사 집단행동에서도 공정성 담론이 부상했지만, 여기에 동조하지 않았던 청년이 더 많았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논의는 ‘누가 사회적 혜택을 받을 것인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갈등이 불가피하다. 정규직 전환만 주장하는 것도 공백이 있다. 한국 노동이 양극화돼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공공부문 내 격차, 사업장 내 노조 존재 여부 등 많은 기준을 갖고 고민을 풀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요구는 본래 취지와는 별개로 일부 상위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결국 ‘로또 취업’이라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세대의 문제’를 ‘시대의 문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은혜진 ‘노력에 따라 일자리를 얻은 청년’과 ‘불안정 일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청년’으로 나뉜 현실이라면, 모두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이상현 이미 청년들은 지자체 청년 참여기구, 사업 등을 통해 여러 청년 의제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제도권 사업만으로 이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우며, 청년 의제를 기존 사회의 보편적 의제와 분리해서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 청년자치정부 사업의 경우 민주주의, 채식, 도로 교통, 장애인 의제 등이 얘기되는데, 이것은 청년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고 청년들에게는 청년으로서 분리되지 않은 보편적 결정권이 필요하다. 청년 구분을 ‘누가’ 하고 있는지 보아야 한다. 또한 청년 내부의 차이와 균열 등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행정을 넘어서는 정치 기획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 참여기구와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청년 운동의 결과다. 그러나 제도가 운동성과 분리되어 위탁 사업을 내려보낼 때, 청년 당사자들은 대상화되고 보편 의제로부터도 분리된다. 또 많은 청년을 모집해야겠다는 생각에 정치적 이슈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도 문제다.

강건 청년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의제를 발견해 대중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년 안의 분화가 확실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 대학생들마저도 하나의 요구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 그 사례가 등록금 반환 투쟁이다. 국가장학금 등으로 전혀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는 학생들은 이 의제에 공감하지 못했다. 때문에 청년들의 공통 의제를 찾기 위해 힘을 쏟기보다, 비정규직, 페미니즘, 대학 구조조정에 함께할 수 있는 청년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이 운동들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청년 운동의 현실적 대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도현 공정성 담론에도 끼지 못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표준적인 노동조건을 만드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고용 형태, 임금체계 등이 각기 다르다. 지역적 표준, 산업적 표준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미조직 노동자들을 포괄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인천지부의 경우 개별조합원 제도를 통해 영세사업장이 밀집된 공단 내 미조직 노동자들을 모아냈다. 노조는 이들을 통해 공단 실태 조사를 하고, 함께 투쟁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방법들이 90% 청년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홍류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당원

홍류서연 과거 청년들이 대학의 기업화 문제, 등록금, 교육 투쟁에 가장 민감했다면, 현재는 기후위기, 여성주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문제의 핵심을 포착해 알려 나가는 일이다. 그게 ‘반자본주의 전선’이라고 본다. ‘권력형 성폭력’에서는 교수·학생 간 권력 관계가, 기후위기에서는 자본의 이윤 추구가 그 원인이다. 드러난 사건의 배후를 지적하고 함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청년 일자리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으로 기간산업에 공적자금을 계속 투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간산업을 국유화해 공공일자리를 만들자고 정부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적절하게 일하고,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은혜진 청년 일자리 문제, 대학 개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활동과 기대를 하고 있는가.

  강건 노학연대프로젝트 ‘나침반’ 활동가

강건 올해 학내 청소노동자 부당해고 철회 투쟁에서 승리했다. 이번 투쟁에서는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학내 소모임까지 학생사회가 공동 대응했다. 덕분에 노동자 투쟁에서 주변부에 있었던 못했던 학생이 주체로 서게 됐고, 학교와 학생 간 관계도 재구축됐다. 활동하면서 ‘대학생, 노동자, 비정규직, 청년 문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 주장이 증명된 거 같아 뿌듯했다. 대학 구조조정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대학 내 노동운동으로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학생의 정치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구조조정 분위기에서 대학에 공동 대응하는 그림도 그려보고 싶다.

홍류서연 ‘어떤 대학이 돼야 하냐’는 질문에 학생이 스스로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생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전체 사회의 문제가 대학이라는 또 다른 공동체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으로 인한 전공 수업 폐강, 구조조정, 등록금 등의 문제는 대학만의 것이 아니다. 이 문제들을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대학생, 청년이라는 구성원들이 ‘어떻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라고 했을 때 ‘대학 공공성’으로 정리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얘기를 올 하반기에 해보고 싶다.

고도현 행진에서는 매년 여름, 전국의 노조와 연대하는 현장 활동을 한다. 올해 슬로건은 ‘선의가 아닌 전략이 필요할 때’, ‘청원이 아닌 집단적 참여’였다. 전자가 청년이 처한 객관적 현실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거라면, 후자는 청년 정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집단적 참여’라는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민을 도출시키지 못했다. 학생 공통의 이해관계가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생을 비롯해 노동, 청년 정치가 마주한 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동자·학생 연대 등 어떻게 서로를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꾸준한 시도와 공동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상현 국제적인 자본 축적 구조를 깨버리는 사회적 개입과 투쟁이 필요하다. 성공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투쟁은 민주당과 손잡는 것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와 길거리에 내몰린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국에서 멸종저항 운동이 크게 터져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기후위기 우산’ 속에서 노동권, 성 착취, 이주민, 소수자 등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아닐지라도 우리의 공통적인 ‘우산’을 형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년 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지역의 콜트콜텍 공장을 방문했다. 한국 공장이 폐업하고 인도네시아 공장을 차린 것인데, 거기서도 회사는 노조 탄압을 하고 있었다. 한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 가서 똑같이 노동 착취를 하면, 이들과 함께 연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