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일하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쿠팡, 대책 없어”

온열 질환 겪는 쿠팡 노동자들, 노조 교섭 통한 폭염대책 수립 촉구

기상청이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될 것으로 발표한 가운데, 전국의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폭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쿠팡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에 따르면 냉방이 안 되고 작업강도가 강한 물류센터에서는 심한 경우 탈진으로 의식을 잃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쿠팡 물류센터가 지급하는 것은 생수와 포도당 몇 알이 전부라, 시급한 대책이 촉구된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가 지난 23일 쿠팡에 폭염 대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전국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에 따르면 폭염으로 심한 피로감, 어지러움, 두통, 빠른 심장 박동, 구역, 구토 등의 온열 질환을 겪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냉장·냉동센터가 아닌 대부분의 물류센터는 열이 빠져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폭염 기간이 되면 밤낮으로 고온이 지속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이유들로 지부의 상급 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물류센터가 냉방이 안 되고 작업 강도가 강한 ‘온열작업에 취약한 실내작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폭염 기간 물류센터의 실내 온도는 야간에도 31도를 웃돌고, 높을 때는 34도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에 정부의 지침을 따른다면 매시간 10분 이상씩 쉬어야 하지만,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쉬는 시간은 식사 시간 1시간이 전부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배포한 ‘열사병 예방 이행가이드’에 따르면 폭염특보 발령 시 사용자는 1시간 주기로 10~15분 이상씩 휴식시간을 배치하고, 노동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작업 중지를 요청할 시 즉시 조치해야 한다. 또한 사용자는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작업장과 가까운 곳에 햇볕을 가리고 시원한 바람이 통할 수 있는 충분한 그늘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침은 쿠팡 물류센터 내부에도 부착돼 있으나,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지부는 “정부의 폭염 대책이 실외작업장과 일부 고온 작업장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폭염에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명 사용 휴게실에 선풍기 5대?
“쿠팡, 노조와 교섭 통해 폭염 대책 수립·시행해야”


구체적으로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에 대해 지부는 “일부 센터에서 실외노동자들에게 모자와 쿨토시 등을 지급한다. 고양센터의 경우 휴대용 선풍기(휴대용 선풍기) 반입을 허용한다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쿠팡 본사가 폭염 대책을 근본적으로 해결 못 해 센터별로 내놓은 미봉책”이라며 “200여 명이 사용하는 휴게실에는 선풍기 5대만 돌아가고, 어쩌다 에어컨이 설치된 공간은 좁아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없다. 실내 작업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휴게실까지도 바깥과 온도·습도가 차이 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지부는 쿠팡이 정부 지침을 핑계 삼지 말고 더 빠른 폭염 대책을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부는 “지난겨울 동탄 물류센터에서 추운 새벽에 핫팩 하나에 의지하다 우리 곁을 떠난 동료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쿠팡은 ‘물류센터가 구조적으로 냉난방이 안 된다’라며 하지만 “쿠팡물류센터와 거의 비슷한 구조로 운영되는 우편집중국(우체국물류센터)의 경우, 천장형·덕트형 에어컨 설치, 휴식시간 보장, 최대한 많은 휴게소 설치, 각층 주요 장소에 제빙기 설치, 발·착장에 가림막(그늘) 설치 등을 실행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쿠팡인천물류센터, 쿠팡동탄물류센터 등에서 쿠팡에 혹서기 대책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폭염 시 휴식시간 배치 △냉·난방시설 설치 △노동조합과 교섭을 통한 세부 폭염 대책 수립·시행 등을 요구 중이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 20일 올해 온열질환자와 이에 따른 사망자 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18일 사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436명이며, 이 중 6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 수(339명)보다 약 1.3배 많은 수치다. 지난해 관련 사망자 수는 없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은혜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