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명 모여 ‘9.24 기후정의행진’ 벌인다

[이슈] 정록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 인터뷰


“이제 기후정의를 외치고 요구합시다. ‘기후정의’는 기후위기를 초래한 현 체제에 맞서고, 다른 세계로의 전환을 향한 가치이자 방향타입니다. ‘체제 전환’이라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게 각색돼 ‘녹색 성장체제’가 되고, ‘기후정의’라는 우리의 요구가 기존 권력관계 아래에서의 ‘공정’이 되는 현실을 단호히 거부합시다. ‘기후정의’는 녹색성장과 탄소중립을 빌미 삼아, 농민이 땅에서 쫓겨나고 노동자가 일터에서 쫓겨나는 현실에 맞서는 싸움입니다. ‘기후정의’는 그동안 착취당하고 억압받아온 모든 이들의 권리의 다른 이름입니다.

다가오는 9월, 기후정의를 기치로 거대한 행진을 시작합시다.”


- 지난달 7일 발표된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제안문 중.1


매년 9월이 되면, 전 세계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글로벌 기후 파업’을 벌인다. 2018년 한 스웨덴 기후운동가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은 이듬해 180여 개국, 수백만 명의 ‘글로벌 기후 파업’으로 커졌다. 한국에서도 2019년 전국 13개 도시에서 7천5백 명이 시위를 벌였다. 당시 시위대의 구호는 “기후위기 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었다.

2019년 시위 이후 3년만인 2022년. 또 한 번 대규모 기후 행동이 일어날 예정이다. 이를 제안한 곳은 2019년 기후 시위를 조직한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지난해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한 ‘체제 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기후정의동맹)’이다. 이들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기업의 새로운 돈벌이 시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2019년 세계가 주목한 전 세계적 기후위기 시위가 올해 한국에서 재현될 수 있을까. 《워커스》가 ‘기후정의’를 기치로 거대한 행진을 준비 중인 기후정의동맹의 정록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정록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 [출처: 은혜진 기자]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첫 회의를 열고, 오는 9월 24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시민이 참여하는 ‘기후정의행진’을 벌이기로 했다. 조직 목표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최대 5만 명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019년 기후 행동과 어떤 차이가 있나.

지난 2019년 기후 집회는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기후위기 관련 요구를 대중적으로 내건 대규모 집회였다. 당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처음 꾸려지고 기후 집회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대규모 집회가 이뤄졌다. 그 전부터 기후위기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욕구가 광범위하게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집회가 불을 붙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3년 동안 기후위기 대응은 정부와 기업 주도로 이뤄졌다. 2020년부터 국회, 지자체, 정부뿐 아니라, 기업도 기후위기 담론을 자기 것으로 포섭해왔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만들어 ‘2050 탄소중립’을 제도화했다. 국회와 지자체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나섰고, 기업들도 ESG(환경·책임·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무엇이 바뀌었나.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온실가스는 다시 급증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기업들이 탄소중립, ESG 경영 광고에 더욱 적극적인 황당한 상황이다. 3년 전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기후위기 대응이 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지 비판하고 우리의 요구를 들고 싸우는 자리가 필요하다.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제안문에는 ‘체제 전환’이 ‘우리의 요구’라고 밝히고 있다. 기후 운동과 체제 전환 운동은 어떻게 닿아 있는가.

이제 ‘체제 전환’은 익숙한 표현이 됐다. 그 계기 중 하나가 기후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체제 전환이란 말은 ‘현재 시스템으로는 절대 지속 불가능하다’, ‘현실이 무너져 가고 있다’라는 인식과 연동된다. 객관적 근거로 기후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리고 사회 권력자들이 얘기하는 녹색성장이나 시장주의적 해결책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인식 속에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욕구가 폭발했다. 이것이 수만 명이 함께하는 대중운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후정의 운동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희망이자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 목도할 수많은 태풍, 가뭄, 홍수 등 기후재난에 대한 적응 대책2과 개별적인 해결책 중심으로 기후 운동이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사회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대안을 중심으로 한 운동 형성이 중요한 시기다.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우리가 지금 겪는 수많은 위기와 문제들이 각각 개별적으로 대응해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포함한다. 신자유주의 이후, 우리가 경험한 경제적 불평등과 성적, 인종적 차별과 폭력의 심화는 기후위기와 별개의 문제가 아니었다. 권력과 이윤을 축적하기 위해, 인간과 자연을 착취·수탈하는 시스템의 극적인 모습이 기후위기고 기후재난인 것이다. 이번 ‘9월 기후정의행동’은 기후 운동이 체제 전환을 외치는 사회운동으로 더 급진화하고 더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불평등과 성적, 인종적 차별과 폭력에 모든 사회운동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싸우는 것처럼, 세상을 바꾸려는 사회운동에 기후정의는 보편적인 요구와 운동이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기후정의동맹도 다양한 사회운동이 자기의 관점과 목소리로 기후위기와 기후정의를 이야기하는 ‘기후정의선언운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최근 전기 요금 인상으로 서민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배경은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에 있는데, 이를 둘러싼 논의를 어떻게 지켜보셨나. 또 기후정의 관점에서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사회 기본 요소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관이 적자가 났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 에너지를 기업의 상품처럼 간주하는 프레임에서는 한전을 민간이 더 잘 운영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전기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가 형성된다. 반면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비용 측면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 한전 적자의 핵심에는 기업에 더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사용하는 시스템이 있다. 산업용 전력 소비 비율이 60%에 육박하고 가정용은 20%가 안 된다. 현행 전기 구매 시스템은 이 산업용 전기를 싸게 공급하는 것과 동시에 발전 단가가 쌀 때도 민간 발전 회사에 적정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이 사용한 만큼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의 전기 요금 인상이 논의되지 않는다. 결국 일상적인 전기 요금 대폭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기업의 싼 전기를 보조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한 사회에 적정한 에너지 생산량과 비용이 얼마이며 이것을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를 묻기보다, 민간 자본의 투자와 이윤보장을 위해 에너지를 수익성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니, 전기 요금 대폭 인상 요구가 반복되는 것이다.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공공재라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로 생산·유통·관리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럴 경우 적자라는 표현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에너지 민영화’가 이슈다. ‘전력 판매시장 개방’이 핵심인데, 이 정책이 추진될 경우 시민에게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가.

통신 시장 사례를 들 수 있다. 앞서 지난 2002년, KT(구 한국통신)가 민영화되며 여러 통신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떤 업체의 요금제를 쓰느냐에 따라 통신 요금이 달라졌다. 전력 판매시장 개방으로 업체들이 난립할 경우, 마치 통신 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으로 마케팅비가 증가하고, 이것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한편 에너지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전력 판매 시장 개방을 통해 재생에너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이들은 판매 시장 개방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소매업자, 유통업자들이 시장에 들어오면, 자연적으로 화석연료가 감소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유럽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들은 국가의 보조금을 받으며 화석연료 에너지 기업과 경쟁하면서 늘어난 전체 에너지 시장을 분점했다. 공공재인 에너지를 국가가 관리하면서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나가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때, 진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 발전 확대를 통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겠다는 에너지 정책 기조를 표방하고 있다. 탈핵 운동단체들은 오랫동안 원전의 폐기물 문제와 위험성 등을 지적해왔다. 기후정의 운동은 탈핵 운동과 함께 윤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에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정부는 원전이 녹색에너지라는 기본적인 생각 속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 운영, 폐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에너지 소비는 전혀 계산에 넣지 않고 있다. 게다가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소가 없어서 발전소 내에 쌓아놓고 있다. 전기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가 적게 발생한다는 것만으로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녹색 전원이라 부를 수는 없다.

여기서 드는 기후정의동맹의 고민은 원전이 녹색에너지라는 정부의 주장과 에너지 민영화 정책이라는 전체 맥락 속에서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탈핵 운동은 원전의 위험성과 폐기물 문제를 중심으로 비판을 해왔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핵발전이 에너지 산업 성장을 이끌 녹색에너지라는 정부와 자본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기후위기 시대, 이윤이 아닌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의롭고 빠른 에너지 전환’은 어떻게 가능한가.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산업의 경우 국가가 인수하고,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 물론 그 인수 비용이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형태여서는 안 된다. 이미 지난 30년 동안 시장 경쟁을 통해 늘어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정부는 고정가격을 보장하는 발전차액지원제를 통해 재생에너지가 돈이 되도록 했는데, 이제는 민간 발전사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국유화를 위한 재정 확보 방안은 기업으로부터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이윤을 환수·몰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최소한의 비용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발전소를 인수하는 방향도 있다. 이러한 방안은 자본에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투자한 만큼 그 이상을 뽑아내는 게 자본의 속성이다. 수십조 원이 소요되는 해상풍력의 경우에는 초국적 금융자본이 대규모 투자를 하는데 결국 그 이상의 이윤을 전기 요금이나 세금으로 뽑아낼 것이다. 결국엔 정부가 직접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투여될 수밖에 없다.


기후정의동맹은 과감한 에너지 감축으로 ‘저에너지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흔히 에너지 수요관리라고 하면, 에너지 소비 단계에서의 에너지 절약과 신기술 적용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금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수요관리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교통영역의 예를 들면,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면 된다는 방식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 실제로 전기차를 만드는데도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따라서 더 많은 전기차를 찍어내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값비싼 전기차가 아니라 보편적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공교통 체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에너지를 덜 쓰는 상품을 개발하더라도, 그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시장 경쟁 속에서는 전체 에너지 소비량이 줄지 않는다. 이런 시스템이기 때문에 공공교통이나 대중교통이 천시되고 자꾸 개인이 상품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교통망이 개발되는 것이다. 결국 에너지를 과소비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바꿔야만 한다. 사회가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가 무엇이고, 얼마만큼 필요한지에 대한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계획 속에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그래야만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기후정의 관점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 고용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을 제시할 수 있나.

공공 주도로 화석연료 발전소를 빠르게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을 대폭 확충하는 방향 속에서는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가 합리적으로 풀릴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더라도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공공이 운영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계속 일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도 이러한 관점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들의 요구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반대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발전노동자로서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에너지 생산을 위한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다.

기후정의동맹은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그리고 빠르게 확대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도 뒤따를 텐데, 이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어떤 지역에서 만든 에너지를 어느 지역에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주민과의 논의가 훨씬 더 민주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여기서 재생에너지 확대의 신속함은 각각의 사업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데 갇히는 의미가 아니다. 국가적으로 화석연료를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체계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럴 때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에너지 전환도 가능하다. 지금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상향이라는 목표만 세워놓고, 민간 사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윤만 보고 움직이는 사업자들에게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대화, 생태적 영향 등이 중요할 리가 없다.

농어촌 파괴형 재생에너지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공장 지붕이나, 아파트, 고속도로 방음벽에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얘기한다. 고속도로 방음벽을 이용하는 방식은 소음 문제도 해결할 수도 있다. 지금 재생에너지로 피해가 제일 심각한 곳은 땅값이 싼 전남의 농촌이다. 재생에너지를 반대하는 이곳의 주민들도 재생에너지를 민간업자에게 맡기면 안 되고, 공공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재생에너지 사업은 농촌이라는 지역공동체를 초토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찬가지로 수도권 에너지를 충청남도가 감당하고 있는데, 서울과 수도권 안에서 재생에너지를 훨씬 더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윤이 아닌 에너지 체제 속에서 갈등의 양상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발전소 노동자와 주민이 재생에너지 전환 필요성에 공감하더라도, 지역 현안 문제나 고용 투쟁으로 싸움이 협소화될 가능성이 있다. ‘발전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의 공동투쟁’을 계획 중인 기후정의동맹은 관련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고용 불안에 놓인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와 에너지 개발 사업이 이뤄지는 지역 주민들을 피해자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들이 당사자나 피해자라고 해서 기후정의운동의 주체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기후정의운동 속에서 형성돼야 한다.

에너지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많은 지역은 정부와 기업이 주민 투표를 밀어붙이는 식으로 동의 절차를 밟는다. 돈으로 회유·매수하면서 주민 간 갈등이 극심하다. 정부와 기업은 지역 주민들의 결정이라면서 주민 투표를 이용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개발 사업에 저항하는 지역 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지역’이라는 프레임을 자기들 방식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오히려 지역 주민이면서 동시에 사회 공동체 성원으로서 지금의 에너지 체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같이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발전노동자의 경우도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에너지를 생산해야 하는지와 그 노동에 대한 이야기로, 고용 문제에서 더 나아갈 수 있다.

지역 주민이 발전노동자와 함께, 발전노동자가 지역 주민과 함께 투쟁한다는 것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투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와 경험들이 만들어질 때 가능할 것이다. 투쟁하는 지역 주민과 노동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점도 ‘고립감’이다. 발전노동자의 경우엔 사업장만의 이야기로, 지역 투쟁도 그 지역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협소화되기 때문이다. 기후정의 운동은 체제 전환의 관점에서 이들과 함께 기후위기 시대 운동의 전망과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시장주의 대안이 아닌, 기후정의 대안이 필요한가.

소위 녹색성장과 탄소중립이라고 하는 주류 사회의 시장주의적 대안이 지난 30년 동안 시도됐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부터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제적인 체계가 만들어지며, 시장주의적 대안인 녹색성장, 배출권거래제 등이 국제사회가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30년 동안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절반이 배출됐다. 시장주의적 방안은 철저히 실패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라는 현 체제가 아닌 체제 전환의 요구 속에서 기후정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할 때다.

오는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기후정의’ 기치를 통해서만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수많은 대중이 모이면 사회가 달라진다는 것을 함께 확인했으면 좋겠다. 이 자리는 그동안 정부와 기업이 추진해온 기후위기 대응에 선을 긋는 대규모 출발점이 될 것이다.


[각주]

1 6월 17일 기준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에는 시민사회단체, 사회운동단체, 노동조합, 협동조합, 정당 등 103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2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 적응’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이는 현재 또는 앞으로 예상되는 기후 및 기후의 영향에 대응해 적합한 행동이나 태도를 취하고, 피해를 완화 또는 회피하거나 주어진 기회를 이용해 긍정적인 결과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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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기후위기 시대에 한 사회에 적정한 에너지 생산량과 비용이 얼마이며 이것을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를 묻기보다, 민간 자본의 투자와 이윤보장을 위해 에너지를 수익성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니, 전기 요금 대폭 인상 요구가 반복되는 것이다.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공공재라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로 생산·유통·관리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럴 경우 적자라는 표현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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