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의 하청노동자 투쟁에 소수자도 연대한다

대우조선 하청투쟁 29일 차, 법률인권단체·진보4당, 투쟁 지지 기자회견 열어


“우리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를 끊임없이 불평등한 존재로 골라내는 자본을. 이를 방조하고 조장하는 정부를. 그래서 ‘더 이상 일방적으로 희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존엄과 평등을 지키는 투쟁을 지지합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장기화에 인권·법률단체, 진보 4당이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하청노동자들을 향한 폭력을 멈추고 책임지고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29일 차인 30일 오전 인권·법률단체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의 존엄을 위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평등과 연대로 지키겠다”라고 선언했다. 전국 53개의 인권단체 연대체인 ‘인권운동 더하기’를 비롯한 30여 개의 단체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데 동참했다.

이들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소수자의 투쟁과 연결돼 있음을 강조하며, 위기의 책임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전가하는 자본과 정부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함께 투쟁해 장애해방과 노동해방을 이루자”라고 밝혔다. 서 대표는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가 철골에 스스로를 가두고 농성 중이라 한다. 우리도 비슷한 투쟁을 한 적 있어 그 절박한 마음을 알기에 연대한다”라며 “기본권과 이동권에 필요한 장애인 예산을 확보하지 않는 기재부에 맞서 투쟁 중이지만 몇십 년째 응답도 안 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랄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삶과 생존을 걸고 배를 만들고 띄우는 것은 바로 노동자들”이라며 “배를 만드는 회사를 기억할 것이 아니라 배를 만드는 노동자의 삶을 기억하고, 그들이 일터에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선 이주노동자가 들어오면 이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고, 쉽게 누군가로 대체하면 될 일이라고 하지만 일터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라며 “노골적으로 자본 편에 서서 폭력을 방관하고 있는 자들과 정부에 맞서기 위해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호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일터에서 차별에 시달리면서도 침묵을 강요당하고 목소리를 내면 모욕과 폭력에 노출되는 하청 노동자의 삶은 성소수자들이 경험하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라며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가 존중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동료들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일터를 그리고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용기를 내서 맞서 싸우는 모든 이들의 소재는 깊이 연결돼 있다. 각자 자리에서 함께 투쟁하는 사람들의 저항과 연대가 만드는 변화의 힘을 기억하며 빼앗긴 임금과 노동권을 되찾기 위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 끝까지 함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용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그동안 판례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고 있고,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역시 즉각적으로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중노위 또한 CJ대한통운, 다른 택배 회사들에 대해 원청의 단체 교섭 의무를 명확히 했다”라며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더 이상 침해하지 말고 즉각적으로 교섭에 임해 무너진 노동현장의 열악한 처우를 회복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진보 4당,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실질적 관리자인 산업은행, 설립 취지에 맞는 책임 보여줘야”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등 진보4당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진보4당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며 요구한 ‘임금 30% 인상’ ‘노조활동 인정·단체협약 체결’의 두 가지 사항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라고 피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조선산업 불황기를 살아남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상여금을 550%, 임금은 30%가 삭감됐다”라며 “하청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대우조선은 2017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지만, 낮은 임금으로 전문 인력 유출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 산업은행이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회 노동당 공동대표는 “대우조선을 살리겠다고 투여한 공적자금만 13조 원이다. 경기 부침을 노동자가 다 떠안는 구조에서 산업은행과 국민의 국가기업 대우조선이 하청지회 노동자들의 요구를 해결해야만 한다”라며 “기간산업의 공적 통제가 과제이지만 우선 하청노동자의 임금인상, 노동조합인정 투쟁에 연대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한 사회의 삶의 수준은 한 나라의 ‘국격’이란 것은 그 사회의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로운가로 결정된다”라며 “가로세로 높이 1m의 감옥을 만들어서 스스로 자유를 구속해야 하는 나라에 국격이란 없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간제, 파견, 도급, 특수고용, 플랫폼, 일용직 등 모든 형태의 비정규직 확대는 자본의 노동 착취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라며 “녹색당은 시장 권력자와 정치권력자만의 자유가 아니라, 만인의 자유를 위해서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하청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으로 겨우겨우 버틸 때 대우조선 경영진은 무려 2년 동안 1.5조를 분식 회계한 것도 모자라 2천억 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라며 “조선업 위기는 대우조선 경영진이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정부가 묵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정부가 개입해 산업은행이 대화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기완 진보당 공동대표도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이 다단계 하청구조 뒤에 숨어 하청노동자들의 생지옥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김 대표는 “조선산업은 정규직 노동자보다 몇 배나 많은 하청노동자들에 의지하고 있다”라며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최악의 저임금과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배가 출항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두 기자회견엔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직접 참석해 연대를 호소했다. 김 지회장은 “유최안 부지회장이 스스로 철장 안에 몸을 가둔 것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한국인에게 가했던 가장 아픈 고문 중 하나였다. 밤새 모기에 시달리고, 장마로 인한 눅눅함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한다”라며 “철장 안에 있는 차별 받는 하청 노동자의 분노와 요구를 받아 안고 함께 투쟁해주셨으면 좋겠다. 고통스러운 투쟁이 이 땅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라고 밝혔다.

다른 비정규직 단위들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투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오는 2일 하청노동자 파업 승리를 위해 ‘연대버스’를 타고 거제로 모인다. 2일 오후 3시엔 집회가 예정돼 있다.

길어지는 파업에 하청 노동자 생계유지를 위한 기금 모음 또한 진행 중이다. 1만 명이 1만 원씩 모아 1억 원을 만들어 파업 중인 하청노동자 200명에게 1인 50만 원의 파업연대기금을 지급하는 것이 내용이다. 모금은 오는 7월 14일까지 진행돼 15일 월급날 하청노동자들에게 지급된다.

'10000*10000기금' 동참 방법
우리은행 1005-603-022783(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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