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 파업, 노동자 5천 명 거제로 모았다

2일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 열려…“유최안을 살려라! 산업은행이 책임져라”

“우리 조선 하청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 있어도 노동자의 기본 권리조차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습니다. 이 투쟁으로 대우조선뿐 아니라,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전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우리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습니다.”

2일 오후,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진행된 가운데, 선박 안에서 고공농성 중인 대우조선 하청업체 태신 소속 진성현 노동자가 이같이 소리쳤다. 현재 옥포조선소 내 원유 운반선 안에는 10m 이상 높이의 난간에 노동자 6명이 위태롭게 걸쳐져 있다. 그 아래는 허리도 펴지 못한 채 철제 감옥 사이로 얼굴만 겨우 보이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 부지회장이 있다. 유 부지회장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꺼내들었다. 이들이 자신을 가둔 지도 11일째가 됐다.

  7명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가 선박 고공과 1미터 감옥에서 끝장 농성을 벌이고 있다. [출처: 은혜진 기자]


  2일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렸다. [출처: 은혜진 기자]

이들의 요구는 지난 2016년부터 지속된 조선업 불황으로 줄어든 임금 30%의 회복과 단체협약 체결이다. 깎인 임금을 원래대로 돌리고 노동조합을 인정받는 것조차 어려웠던 하청노동자들은 결국 지난달 2일 파업에 돌입했고, 벌써 한 달 넘게 투쟁 중이다.

앞서 서울 집중으로 예정된 7.2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김형수 지회장은 지난 24일 거제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이곳(대우조선해양)에 전태일과 민주노총의 정신이 있다며 민주노총의 힘을 거제에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노동자들의 힘을 모아달라는 지회 조합원들의 절규는 2일 노동자 5천 명을 거제로 모이게 했다.

집회 참가자 5천 명의 엄호 속에서 지회 조합원 200여 명은 “국민 여러분, 미안합니다. 지금처럼 살 순 없지 않습니까?” “하청노동자 임금인상 없이 조선업 인력난 해결 안 된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본대회가 진행된 거제수협 옥포지점 사거리부터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2일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렸다. [출처: 은혜진 기자]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참가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
[출처: 은혜진 기자]

대회사에서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순한 임금인상 투쟁이 아니라, 산업 정책, 구조적 모순에 대한 투쟁이다. 우리의 투쟁으로 진정한 사용자인 산업은행, 대우조선을 불러내 반드시 이 투쟁을 승리로 쟁취하자”면서 “이번 싸움을 금속노조, 민주노총의 힘으로 반드시 만들어내자”라고 결의를 밝혔다.

이어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곳 거제 대우조선소는 한국 사회 모순이 폭발하는 한복판에 서 있다. 대우조선소는 계급모순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전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87년 들불처럼 일어났던 노동자 대투쟁을 기억한다. 이곳 대우조선 투쟁이 바로 87년 노동자 대투쟁처럼 들불처럼 확장될 때, 이 투쟁은 승리의 길로 갈 것임을 확신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에서 발언 중인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 [출처: 은혜진 기자]

“푸른 깃발이 핏빛이 될 때까지”

지회 조합원들이 농성 중인 옥포조선소를 옆에 두고 김형수 지회장은 금속노조의 푸른 깃발이 푸른빛이 사라져 핏빛이 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조선 하청노동자들은 너무나 열악하게 노동하고 있다. 아파도 아프단 말 한마디, 하루 쉬겠다는 말 한마디도 못 하면서 노동했다. 그래도 노동자들은 내 일자리라 생각하고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일당, 상여금 내놓고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업체 폐업, 그리고 고용을 해지한다는 통지서였다.

그러나 우리는 물러나지 않는다. 우리의 투쟁이 반드시 승리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민주노총의 정신이고, 금속노조의 강령이다. ‘싸우는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질긴 놈은 승리한다.’ 이 구호가 구호가 아니라, 진실임을 우리는 증명해왔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은혜진 기자]

이어서 “대법이 (대우조선해양에) 지회장의 현장 출입을 허락하라고 판결했지만, 아직 대우조선은 지회장의 출입을 막고 있다”라고 발언한 김 지회장은 곧바로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해 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가 “(대우조선 측이) 저를 막으면 동지들이 함께 막아달라”라며 옥포조선소로 진입하자, 대우조선 경비 노동자들은 김 지회장을 막아섰다. 200여 명의 지회 조합원, 집회 참가자들이 이에 저항하자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곳에 있던 한 지회 조합원은 이런 일이 전에도 있었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우조선 측에서) 지회장 출입을 막으려는 일이 계속 벌어졌다. 대법 판결에도 소용이 없다. 그러면서 사측이 계속 몸싸움을 유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민주노총·금속노조,
가장 취약한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 싸워야”


이날 영남권 노동자대회에서는 앞으로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투쟁에 더욱더 적극적이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오늘 우리는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차 지회장은 “조선소 하청노동자 600명이 조직되기까지 이들은 지난 몇 년간 헌신적으로 투쟁했다. 작년 대우조선 하청투쟁으로 경찰과 검찰은 올해 2월 김형수 지회장을 구속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다. 지금 이 동지들은 수천억의 손해배상 가압류와 구속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민주노조는 목숨 같은 것이다. 유일한 희망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수만 명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가 잘려 나갔다. 그리고 죽지 않고 살아남은 하청노동자들이 지금 ‘이대로 살 수 없지 않나’라며 절박하게 목숨 걸고 싸우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가장 취약한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 싸워야 하고, 그래야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위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함께 싸우자는 요구에 민주노총은 지난달 30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민주노총 차원의 조직적 대응을 하기로 했고, 이날 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이어 오는 8일에도 거제 대우조선해양 앞에서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연다. 지난 1일 민주노총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면담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요구에 대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대우조선양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승리를 위해 1만 명이 1만 원씩 모아보자는 ‘10000x10000 기금’ 운동은 모금을 시작하고 3일째인 이날 오후 2시 기준 8,700여 명이 약 1억8천만 원을 모아 목표치인 1억 원을 훌쩍 넘겼다. 이 금액은 이날 대회에서 전달된 투쟁기금을 제외한 액수다. 이렇듯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편 지난 1일 대우조선 협력사협의회와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1차 협상을 진행했고, 오는 3일에는 2차 협상이 예정돼 있다. 협상 내용에 대해 김형수 지회장은 “상견례 정도라고 생각한다. 노조 인정과 임금인상이 핵심 문제인데, 협력사협의회 측에서는 임금인상의 경우 개별교섭을 주장하고 있고, 노조 인정과 관련해서는 얘기를 하려고 한다. 2차 협상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얘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화 자리를 여는 수준이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오가지는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회는 올해 1월부터 대우조선해양 21개 하청업체와 단체교섭을 벌였지만, 하청업체와의 교섭만으로는 임금을 원상회복하긴 불가능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하청업체 기성금을 3%만 인상하면서 하청업체 측이 그 이상의 임금인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교섭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회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 산업은행에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임금 원상회복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집회의 주된 구호도 “유최안을 살려라! 산업은행이 책임져라”였다.

  1미터 감옥에서 끝장 농성을 벌이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출처: 은혜진 기자]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참가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 [출처: 은혜진 기자]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참가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 [출처: 은혜진 기자]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참가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 [출처: 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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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또한 대우조선양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승리를 위해 1만 명이 1만 원씩 모아보자는 ‘10000x10000 기금’ 운동은 모금을 시작하고 3일째인 이날 오후 2시 기준 8,700여 명이 약 1억8천만 원을 모아 목표치인 1억 원을 훌쩍 넘겼다. 이 금액은 이날 대회에서 전달된 투쟁기금을 제외한 액수다. 이렇듯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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