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색깔론 공세"..."7월 총파업으로 맞설 것”

국정원 얼굴 드러낸 압수수색..."대공 수사권 부활 노리는 퇴행"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국가정보원(국정원)과 경찰이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총연맹과 영등포구 소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색깔론 공세’로 규정하고 5월 1일 노동절 총궐기와 7월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9일 오전 10시 ‘국정원 동원 노동탄압·공안통치 부활-윤석렬 정권 규탄 민주노총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18일 국정원과 경찰은 경찰 700여 명, 소방대원 20여 명과 구조차량, 사다리차, 구급차를 동원하여 민주노총 총연맹 등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민주노총 총연맹 건물 입구에는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국정원 수사관들은 이례적으로 ‘국가정보원’ 소속임을 알리는 글씨가 쓰인 옷을 입고 압수수색에 나섰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18일 압수수색에 대해 “역사의 유물로 사라졌어야 할 국가보안법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며 “전날 압수수색은 대통령의 사주를 받아 국정원이 메가폰을 잡은 한 편의 쇼”라고 말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렸던 국정원이 스스로 등판해 홍보하듯 사무실에 들이닥쳤다”며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는 민주노총의 입을 막기 위한 색깔 공세”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이른바 ‘제주 간첩단’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과 민주노총을 무리하게 연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정원이 민주노총의 통상적인 활동을 국가보안법에 연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장은 현재 상황을 두고 “과거의 광기 어린 공포가 떠오른다”라며 민주노총의 4·3 위원회 활동 등 통상적인 활동을 “북한의 지령에 의한 활동으로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기환 제주지역본부장은 “4·3 위원회는 본부장인 저의 책임으로 관장하고 있는 조직이다. 그렇다면 저를 당장 압수수색하고 저를 가두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마치 민주노총이 압수수색의 대상인 것처럼 수백 명의 경찰을 동원했다"며 "비밀리에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국정원이 스스로를 드러낸 것은 헌법상 비례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기호 법률원장은 △혐의 대상자의 신병을 확보해 이미 서대문역 인근에서 확보하였다는 점 △영장 혐의사실에 의하더라도 간부 개인의 활동으로, 민주노총의 조직적인 의사나 결정에 따라 행위를 한 것이 전혀 없다는 점 △압수수색 영장 자체도 개인의 책상, 집, 차량에 제한되었다는 점 △혐의 사실이 대부분이 2017년 사건들로, 2020년에는 관련 활동이 없었고 (혐의자들 간) 연락도 없었다는 것이 인정된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정기호 법률원장은 또 국정원 등이 민주노총 압수수색에 앞서 조선일보와 협력한 정황을 제기했다. 정기호 법률원장은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9시 3분에 압수수색이 개시되었다고 하는데 조선일보 기사가 9시 6분에 나왔다. 국정원은 출입 기자도 없는데 9시 6분에 기사가 나왔다는 것은 모종의 교감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그 외에도 압수수색 영장을 보지 않은 나올 수 없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데 민주노총을 덧씌우기 위한 공안몰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국정원 등의 민주노총 압수수색을 두고 대공 수사권 부활을 노리는 국정원의 의도가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12월 국정원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2023년 12월 31일이면 대공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된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이 소속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대공수사권 이관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이) 자신의 가장 강력한 권한인 대공 수사권만은 유지하겠다는 시위에 나선 셈”이라고 평가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간첩단’ 사건 운운하는 언론 보도와 달리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의 인신구속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고가사다리까지 동원해 보여주기와 언론플레이를 위한 압수수색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사건 수사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미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합의가 끝난 대공 수사권 이관과 전문적 비밀정보기관으로의 전환이라는 개혁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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