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아이들 그리고 평화

[두책방아저씨](5) - '어린이와 평화'와 '슬픔은 흘러야 한다'를 읽고

10월 26일에 나온 신문을 보니 이라크에서 새로 고친 헌법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미국과 그의 꼭두각시 정권은 그 선거가 공정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법으로 이라크 땅에 평화가 올까. 그 나라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미국이 이라크를 쳐들어가고 나서 어느 평화 활동가가 이라크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어떤 아이들은 20살까지 살아 보는 것이라고 했다. 누가 이 아이들에게 이런 피맺힌 꿈을 꾸게 하는가. 누가 맑고 밝게 자라야 할 나이에 자기 목숨이 20살도 못 넘길 거라는 불안으로 떨게 하는가.

사실 그렇다. 미국은 이라크를 쳐들어가 수많은 상하수도 시설을 파괴했다. 아이들은 더러운 물을 먹고 전염병으로 죽어간다. 기초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해서 아이들이 죽어 가는 것을 멍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국은 이라크를 쳐들어갈 때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해서 기름진 땅들을 핵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그 땅에 먹을거리를 심었고 그곳에서 난 것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암에 걸려 차례차례 쓰러져 간다.

어린이와 평화

어린이와 평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을 하는 박기범이 쓴 글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쳐들어갔을 때 거의 모든 외국인들과 돈 있는 이라크 사람들은 살기 위해 그곳을 떠나려고 애쓰는데 글쓴이는 오히려 그곳에 들어가서 이라크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했다. 포탄이 마구 떨어지는 곳에 달려가 애꿎은 아이들을 죽이지 말라고 목숨을 걸고 전쟁 반대를 외쳤다. 이라크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그들 마음 깊숙이 희망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결국 한반도 남녘 정부는 미국이 이라크 아이들을 죽이는 일을 도와주러 군대를 보냈고 글쓴이는 이것을 막기 위해 44일 동안 밥을 굶었다. 그리고 이 땅 국군 통수권자인 노무현을 전쟁 범죄자로 민간 법정에 세웠다. 글쓴이는 어느 날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을 하는 권정생 할아버지를 만나 크게 깨닫는다. 자가용을 몰고 다니고 기름을 쓰면서 외치는 생명 평화 운동은 껍데기 운동이라는 것을. 기계 문명을 이용해서 편하게 살려는 마음이 세상을 끝없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한다는 것을. 돈에 눈먼 사람들이 석유를 억지로 빼앗으려는 마음에서 생긴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그 석유를 덜 쓰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지금껏 물질 문명에 길들여진 삶을 바꾸는 곳에서 아이들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슬픔은 흘러야 한다

슬픔은 흘러야 한다. 여러 해 동안 굶주림과 전쟁 등 어른들 돈 욕심으로 고통받고 죽어 가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겪은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일을 하고 있는 윤정은이 쓴 글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쳐들어가고 1년이 지났지만 그곳에서는 여전히 살육이 이어졌다. 그때 이라크에 가서 보고 들은 것을 쓴 글이다. 글쓴이는 미군이 죽인 식구들을 보고 울부짖는 사람들 옆에서 아무 소리 없이 가만히 같이 슬픔을 나누라고 말한다. 미군 총탄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은 일어나 외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죽은 사람들 이름이 적힌 깨진 돌비석들이 일어나 말할 것이라고. 그 날을 위해 그들이 어떻게 살육을 당했는지 알려야 한다고.

돈에 눈먼 어른들이 벌인 싸움으로 아이들이 제 목숨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꿈이 짓밟히고 있다. 그들이 맑고 밝은 꿈을 꾸며 행복하게 사는 날은 언제쯤 올까. 그러기 위해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고 어떤 삶을 살아 왔나. 위의 두 책은 내게 조용히 묻는다.

2005년 10월 27일 세상 모든 아이들이 해맑게 사는 날을 바라며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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