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무실을 사수하는 공무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정부는 공무원을 신자유주의 정부혁신의 재물로 삼지 말라

오늘 노무현 정부는 우리 사회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고, 자주적 단결권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을 배제하기 위한 행정대집행을 벌인다. 용역을 동원해서 사무실을 강제 폐쇄하는 행정대집행은 새벽부터 전국 각 지부별로 시작되었다. 공무원을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무원을 국가에 대한 도전세력으로 몰아 체제에 순응하는 집단으로 만들겠다는 대대적인 공권력 행사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100여 명의 공무원을 연행하고, 일부 지부 사무실을 폐쇄했으며, 조합비 원천징수를 차단하는 등 공무원노조의 일상활동에까지 치밀한 공작을 벌였다. 이미 8월 말과 9월 중순까지 지부사무실 강제 폐쇄 지침을 시달하였고, 급기야 오늘 경찰을 동원한 행정대집행을 통해 노조사무실을 완전히 폐쇄한다는 강도 높은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공무원노조 탄압은 해가 바뀌자마자 본격화되었다. 노무현정권은 올해 1월 28일 '공무원노조특별법'을 시행하면서 공무원과도 선을 긋기 시작했다. 행자부에 설립 신고를 하지 않은 공무원단체는 불법으로 몰고, 노조 간부별 전담반을 편성해서 가족을 회유 압박하는 고전적 수법을 사용하고, 노조 탈퇴 실적 경쟁을 부추겨 행정적, 재정적 프리미엄을 적용하고, 자진탈퇴 전국순회교육 집행 기도 등을 일삼았다.

가령 은평구의 경우 노조를 합법노조로 전환시키는 대가로 15억 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매수다. 국민의 혈세를 노조 탄압 경비로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장이다. 행자부는 실제로 지자체간 경쟁을 붙여서 교부세를 더 주는 방법으로 노조 파괴 공작을 펴고 있다. 노조 탄압 실적이 높을 경우, 성과급을 잘 도입할 경우,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할 경우에도 어김없이 교부세를 더 준다. 거꾸로 행자부의 의도대로 하지 않을 경우 교부세를 덜 주는 방법으로 압박하고 있다.

2004년 국회에서 날치기된 공무원노조법은 노동조합법이라 하기에는 턱없이 함량 미달이다. 입법 과정의 비민주성은 차치하고라도, 5급 이상 공무원과 6급이하 상당수공무원, 교정수사 등 업무종사자, 지휘·감독자, 업무총괄자, 인사·보수업무종사자 등에 대한 조합원 자격을 제한, 단결권을 해치고 있다. 또한 일반 노조법이 금지교섭대상을 규정하지 않는데 비해 근무조건과 관련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단체교섭 및 협약대상으로 넣을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결정적으로 쟁의행위 등 단체행동권은 금지하고 있고,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건 노동조합법이라기 보다는 노조활동제약법 이라 부르는 게 정확하다. 이걸 합법노조라 치켜세우며 합법과 불법으로 갈라치는 게 고작 정부가 하는 짓이다.

노무현정권이 공무원을 못살게 구는 이유는 공무원노조의 존재 자체가 신자유주의적 정부혁신의 걸림돌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무현정권은 공무원노조가 국가에 대한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불순한 세력으로 몰아왔다. 말하자면 지난 60년간 국가의 하수인으로 살아왔던 것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행자부는 공무원노조의 합법노조 전환 추진을 위해 사법기관과의 공조로 사무실 폐쇄라는 극단적인 행정대집행을 벌이고, 합법노조 전환을 이행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 범정부적인 행,재정적 불이익 조치, 미이행기관 언론 공표, 불법단체 가입공무원 자진탈퇴를 촉구해왔는데, 이 방침은 단순한 노조 탄압의 성격을 뛰어넘는다.

노무현정권의 공무원노조 탄압은 넓게는 공공부문에 대한 신자유주의 개혁의 연장에 있다. 최근 노사정 타협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 대체인력 투입은 알려진대로 공익사업장 노동자 전체의 자주적 단결권을 위협한다. 이 조치는 국가적 수준에서 공공부문 노동자의 일상을 관리하고 저항을 무력화시킨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공무원은 공공부문 개혁의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체제순응형, 신자유주의 개혁형 공무원에게는 지분을 부여하고,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고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지키겠다는 공무원들은 사회적으로 배제하겠다는 것이 노무현정권의 구상인 것이다.

노무현정권의 공무원 노동자 탄압에 맞서 사무실을 사수하고, 공무원노조의 진정한 합법화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전국의 공무원 노동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공무원 노동자의 저항은 나라를 망치고 백성을 도탄과 슬픔에 빠뜨린 노무현정권의 정책을 거부하는 것이자, 공무원 자신의 삶과 생존을 지키는 중대한 일이다. 오늘 행정대집행에 맞서 싸우는 전국의 공무원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고, 사회 보편과 상식, 그리고 진보를 일구는 참된 사회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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