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8개월 앞두고 진보대연합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30일 2007년 대선승리를 위한 진보대연합과 진보진영단일후보 추진을 골자로 하는 '2007년 민주노총 대선방침안을 마련하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민주노동당은 31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하고, 대선 승리 기세를 모아 2008년 총선 승리, 진보진영의 단결과 단일 후보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 등 5개항을 결정했다. 같은 날 진행된 노동자의힘 총회는 유예되고 대신 정치대회로 치러졌다. 따라서 '좌파 독자' 후보와 '민중경선'을 골자로 하는 정치방침안 결정도 미뤄졌다.
현 시점에서 진보진영의 대선 대응 논의의 핵심은 진보대연합 문제로 압축된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간담회 소식에 따르면, 미래구상, 민주노동당, 다함께 등은 편차는 있으나 진보진영이 차이를 극복하고 후보전술을 펼친다면 대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사회당과 노동자의힘은 대체로 한국진보연대의 행보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장기적인 운동 전망을 강조하며 대선에 쫓기는 것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선 시기 진보대연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좌우를 망라한 정치세력이 후보전술을 포함한 연대연합을 이루는 것이 전제일 것이다. 그러나 한미FTA 타결 등 현 정세와 좌우 진보진영의 태도로 미루어 현 시점에서 올해 대선에서의 진보대연합 성사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시기 진보대연합은 대부분 선거를 매개로 진보운동 전체를 대상으로 제기되곤 했다. 아득히 멀게는 비판적 지지론 내지 후보단일화론에서 뿌리를 찾을 수도 있고, 가깝게는 2002년 7월에 제안되었다가 8월에 막을 내린 범추(2002년 대선승리와 범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범국민추진기구) 같은 테이블도 진보대연합 기획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처럼 진보대연합은 정세에 따라, 주체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띠고 등장했지만, 대체로 민주연립정부 수립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반보수 연대연합의 정치적 성격을 기본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에는 미래구상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진보대연합이 제안되고 있다. 미래구상은 진보진영 선거연합과 연립정부 구성을 제안했고, 민주노동당은 보수양당 체제의 고착을 막기 위해 선거연합 등 진보진영의 단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미래구상은 진보에 무게를 두고 열린우리당의 분열에 따른 제세력을 포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고, 민주노동당은 편차는 있지만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진보진영 모두가 힘을 모을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래구상의 진보대연합은 참여정부의 실정과 열린우리당의 붕괴를 배경으로 '실정'과 '붕괴'를 넘기 위한 시민운동의 결집이라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의 진보대연합은 당내 자주파의 민족민주정당으로의 전망을 내포한 것으로, 진보정당이 보다 많은 힘을 얻기 위해 제안되었다는 점에서 각각 결이 다르다.
그러나 두 진보대연합 제안은 아직 연대연합의 구체적인 경로와 방식을 자세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경로와 방식 등 내용은 정치협상의 과제로 넘겨 놓은 채 방향 차원에서만 강조하고 있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진보대연합인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당과 노동자의힘은 이들 제안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국사회당은 연대연합의 범위와 진보의 가치의 측면을 강조하고, 노동자의힘의 경우 반신자유주의,반제반전,반자본의 정치적 지향을 강조하는 편이다. 이처럼 진보대연합을 바라보는 편차가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는만큼 대선을 포함한 진보운동의 전망 논의를 서둘러 문닫아버리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적인 토론과 공론의 장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대선방침을 결정하기로 한 노동자의힘 총회가 5월로 유예되었다는 소식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노동자의힘은 한국사회당과 함께 올해 대선 시기 좌파운동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 진보진영 일반의 평이다. 총회에 제출된 노동자의힘의 대선방침도 진보대연합 주장과는 달리 대선 시기 반신자유주의 운동 기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었다. 그러나 총회가 5월로 유예됨에 따라 대선 실천 계획도 수정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노동자의힘이 올해 대선 시기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물론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노동자의힘이 좌파후보 전술을 결정하든 않든, 민중경선을 제안하든 않든 그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대선 시기 반신자유주의, 반자본 기조를 반영한 특정한 전술 대응을 하지 않거나 못하게 될 경우, 그 기조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노동자의힘으로서는 더이상 정치조직으로서의 대중적 신뢰를 획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문제는 비단 노동자의힘이라는 하나의 주체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의 정치적 지향과 평화인권, 대안세계화, 노동해방 등 대안사회의 가치를 지향하는 좌파운동 일반의 과제이다. 한미FTA 타결 후폭풍이 감지되는 시기, 좌파의 가치를 지향하는 모든 주체들은 더 늦기 전에 신발끈을 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