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신(新)브레튼우즈 체제라는 신기루

과잉자본 청산없이 국제금융질서 구축 불가능

최근 경제위기 상황이 확산되자 국제적으로 신(新)브레튼우즈 체제가 얘기되고 있다. 신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논의는 첫째, 국가간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강화. 둘째,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 수단으로 사용됐던 BIS비율, 바젤1·2 등이 최근 대형 은행들의 도산에 따라 이를 대체할 새로운 관리기준의 마련. 셋째, IMF와 세계은행의 기능 재편(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브레튼우즈체제를 대체하는 개념으로서 신브레튼우즈체제는 자본이동 규제와 자본감독 기능의 강화를 초월하는 개념이다. 미국과 달러중심의 금융질서인 브레튼우즈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신브레튼우즈체제라고 명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신브레튼우즈체제는 확립될 수 있을까?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각국은 꽤 신속하게 공동대응 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동시에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통화스와프를 확대해 나갔다. 그리고 지난 15일 워싱턴에서 G20 정상회담을 열고 자유무역에 대한 옹호, 금융규제의 확대에 대한 각국의 공감대를 확인하였다. 이어 23일 폐막한 APEC 정상회담에서도 ‘세계경제에 관한 정상성명’이라는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향후 12개월 내 서비스와 상품 무역 및 투자에서 새로운 장벽을 추가하는 조치 등을 자제키로 한다”며 보호주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G20 정상회의를 지지하며, 금융시장에 대한 더 효과적인 규제와 감독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도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런 각국 정상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브레튼우즈 체제는 요원해 보인다. 여러 문구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없다. 문구의 거품을 빼고나면 미국 등 주요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것을 우려해서 (최소 1년간이라도) 자유무역을 유지해 달라는 호소(!)와 금융규제에 대한 ‘공감대’ 뿐이다.

이런 상황을 미국과 유럽 그리고 신흥시장국의 힘겨루기 정도로 상황을 왜곡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미국이 양보하면 새로운 국제금융질서가 확립될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브레튼우즈 체제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1929년 대공황이 발발하고 금본위제도가 붕괴했다. 2차대전 말기 1944년 미국 브레튼 우즈에서 주요국가들이 모여 순금 1온스=35달러로 금태환을 유지하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데 합의했다. 그리고 미국 달러에 각국 통화를 고정시킨 고정환율제도를 형성하고 IMF와 세계은행을 설립하여 국제금융질서를 확립해 나가게 되었다. 이것이 브레튼우즈 체제다.

이 브레튼우즈 체제는 무엇보다 2차 세계대전 말미에 특수한 상황에서 형성된 국제금융질서다. 1929년 이후 10년간의 대불황이 세계대전으로 발전하였다. 최근 폴 크루그만 교수가 인정했듯이 루스벨트의 공황탈출은 뉴딜로 성공한 정책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과 전후 재건과정을 통해서 극복되었다. 2차 대정 중에 미국은 대부분의 전쟁 군수품을 생산하였고 이를 금으로 거래하며 유럽에 군수물자를 공급하였다. 그 결과 미국은 전체 금 시장의 72%를 보유하게 되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생산과 자본스톡의 엄청난 축소 그리고 미국의 금 보유를 바탕으로 한 기축통화로의 인정 속에 이루어졌다. 그런데 지금 신브레튼우즈체제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브레튼우즈 체제가 형성될 당시와 단 하나의 조건이라도 만족하는 것이 있는가?

전례없는 위기만큼이나 전례없이 확장된 파생금융상품은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른다. 추측키로 파생금융상품 총액은 약 6백조 달러에 달한다. 전세계 총GDP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신용부도스와프(CDS)만 하더라도 90조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어느천년에 ‘금융규제’만으로 청산시켜 나갈 수 있는가? 2차대전후 세계경제가 수 십배 넘게 확대되었는데 미국이건 유럽이건 중국이건 그 어느 나라가 과연 금태환을 조건으로 기축통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 금태환같은 조건없이 화폐만을 믿고 기축통화로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60년전 브레튼우즈 체제 논의당시 케인스 주장대로 세계중앙은행을 만들어 단일통화체제로 개편할 것인가? 이 구상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세계중앙은행은 ‘상호 합의’ 하에 통화를 어떻게 분배할 수 있을까?

현재 과잉자본과 과잉생산이 일정규모 이하로 청산되지 않는 한, 자본이동의 규제를 강화할 수는 있어도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는 꿈도 꿀 수 없다. 이 청산은 각국별로 노동자에 대한 공격임과 동시에, 국가 간에는 총성없는 전쟁과도 같은 대결이다. 게다가 지금은 불황의 초입일 뿐이며 이 대결은 상당기간 벌어질 전망이다. 보호무역에 대한 끊임없는 우려는 거꾸로 이런 상황에 대한 (암울한) 암시적 전망에 다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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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원

    신브레튼우즈 요구 사항 중 첫번째 항목이 다음과 같습니다.

    Governments must not attempt to bail out the speculators. Let the derivatives market and other paper values collapse as they may: it's only paper! The only necessary action of government on this account, is to protect people, productive enterprise, and useful trade in hard commodities and science-related services.
    ( http://www.schillerinstitute.org/economy/nbw/nbw.html )

    파생금융상품이 이렇게 많은데 그걸 청산하지 않는다면 자본이동규제해도 소용없다는 비판은 파생금융상품 등은 파산하게 그냥 놔두라는 신브레튼우즈 요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것인 듯합니다.

    그리고 신브레튼우즈를 중심의 국가들이 제대로 추진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진보진영이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막바로 연결될 수는 없습니다. 이명박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해서 민주주의를 주장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문제는 신브레튼우즈가 민중적 대안이 될 수 있는가의 여부일 것인데, 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이고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대안적인 국제금융질서, 대안적인 국제경제질서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것이 논의될 필요가 있지요(그리고 신브레튼우즈가 한계가 있다면 그것을 보충하는 무엇이 필요하며, 신브레튼우즈가 아예 아니라면 대안은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것도 당연히 이러한 논의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홍석만 논설위원의 비판은 아직 조금 거칠고 조금 성급한 면이 있지 않나 합니다.

  • 홍석만

    오우~ 최원님

    제가 글 솜씨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의도가 정확히 전달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논설에서는 자본이동을 규제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최근 자본진영에서 말하는 새로운 국제금융질서 - 자본의 새로운 질서 - 로서 신브레튼우즈체제가 현재로는 형성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행태가 (지적하신대로) 민중을 방어하는 것도 아니고, 생산적 기업이나 유용한 거래를 방어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들이 구제한 것이 민중이 아니라 바로 투기꾼들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습니다. (이 의도는 잘 못 살린듯)

    결국 뉴브레튼을 말하던 브라운 총리도 구제금융으로 은행에 돈을 쏟어 넣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또는 한국진보진영이) 뉴브레튼 운동에 동참해야한다고 보지는 않지만, 만약 최원님이 여기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글을 하나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글이 많이 거칠고 성급한 면이 있을텐데요, 최원님 같은 분들이 최근 뉴브레튼 논쟁과 대안적 국제(경제)질서에 대한 의견을 밝혀주신다면, 논쟁을 촉발한 것으로 제 글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최원

    저는 그 논쟁의 적임자가 아닙니다. 좌파 경제학자들의 논의가 필요하겠지요. 다만 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신브레튼우즈 주장은 이번에 자본진영에서 먼저 들고 나온 것이 아니라 90년대에 이미 시작된 것으로 나름대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또 이번 금융위기와 관련한 아탁 성명서에서도 명시적으로 요구된 사항이라고 한다면, 쟁점들을 좀 더 전반적으로 검토를 해보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 것입니다. 자본진영(G20)의 신브레튼우즈를 비판함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신브레튼우즈 자체를 '신기루'라고 규정하는 방식은 쟁점을 제대로 드러내고 새로운 대안적 국제경제체제의 가능한 상(이는 초민족적 제도들의 개조를 위한 구체적인 쟁점들을 추출함으로써 가능해지겠지요)을 논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논의를 기각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배계급도 신브레튼우즈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강제되는 상황이라면, 이것은 오히려 대중적인 논의의 공간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그것을 자진해서 닫아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 곽인수

    오바마,후진따오,푸틴,올랑드,영국은미국달러를 금태환에의한 기축통화에서 다른 화폐를 기축통화로하고 금을태환으로 해도되고 다른것을 태환으로 해도 된다.그리고환율은 기축통화에 전세계나라가 고정환율제도를 할 필요는 없고 자본(신용포함)을의 이동을 완전 자유화 그에 따른 한 나라에서 자본(신용)의 지원이나 보조금,세액을 완전 철폐하고 그것을 어길시 그나라는 그나라 안에서 그 자본(신용포함)을 판매 할수 없고 전세계에서도 판매 할수 없는 법을 구비하여 하고 전세계 화폐의 통합을 포함하여 당장 시행해라 그리고 전세계미군,나토,유엔평화유지군의 당장 폐지,철수를 해라 무력의 개입,위협은 시장을 교란하며 완전한 자유무역을 해친다.또한 한국가에서 뇌물을 금지하고 다른 국가에도 뇌물을 금지해라 이것 또한 시장을 교란하고 자본(신용)의 자유경쟁을 해친다.중,러,미,영,프 직접만나서 상의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