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불안해 퇴근도 못한다

현대차 비정규직에게만 조기 퇴근 지시

“답답하다. 연말이 다가오고 경제도 어렵다고 해서 자동차 감산이 현실화되고 있는데 어제부터 하루 5시간 일 시키고 낮 2시에 조기퇴근 하라고 한다. 잔업, 특근은 이미 2주 전부터 없다. 낮 2시에 퇴근하라 해서 집에 간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마음이 불안해서 집에 가지도 못하고 이렇게 공장에 남아 있다.”

  오후 2시경, 퇴근버스로 향하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장00씨의 말이다. 현대자동차(주)는 15일부터 아산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5시간 근무와 3시간 교육시간으로 정규근로 시간을 모두 보장한 반면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5시간 근무 후 조기퇴근을 지시했다.

회사의 지시에 따라 퇴근한 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이하 사내하청지회)에 모여들었다. 조합원이 아닌 장씨도 “회사에서 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동료들과 모여 앉아 있다.

장씨의 동료도 조합원이 아닌데 퇴근하지 못하고 동료들과 회사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조기 퇴근으로 인해 삭감될지도 모르는 임금에 대한 걱정도 한 가득이다.

“불안해서 집에 갈 수가 없다. 쉬어도 회사에서 쉬어야 할 것 같다. 공장 안은 많이 뒤숭숭하다. 조기 퇴근이 정리해고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근무시간 단축이면 임금이 많이 삭감될 것이다. 이미 특근, 잔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임금에서 50~60만 원이 빠진다. 조기퇴근 된 3시간은 임금 70% 지급이라는 말만 떠돌 뿐이다.”

40대 초반의 노조 조합원인 송00씨도 역시 집에 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정규직은 공장에 남아 있는 반면 비정규직은 조기 퇴근시키는 회사의 행동에 “불합리한 처사”라고 주장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비정규직만 조기 퇴근시키는 이유가 무엇이겠냐? 조만간 구조조정 하겠다는 의도이고 그 1순위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밥 먹으라고 하면 밥 먹고, 집에 가라고 하면 가는 동물인가. 사람 알기를 뭘로 아는가. 비정규직은 사람도 아닌가.”

  차마 조기퇴근 할 수 없었던 노동자들은 휴게실에 남아 있었다.

이어 손씨는 회사가 조기 퇴근을 지시하는 것도 노조 혹은 노동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한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소문처럼 알게 된 사실이며, 회사가 낮 2시 퇴근버스 노선을 공장안에 붙여 놓기 시작해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조기 퇴근, “비정규직만 휴업 후 희망퇴직, 정리해고” 수순

이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문에서는 16일 낮 2시 현대자동차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비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한 일방적 조기퇴근 즉각 중단”을 외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부는 공장안에 남아 있고 일부는 조기 퇴근하기 위해 퇴근 버스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는 시간이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지난 9일 현대자동차(주)는 10일부터 조업시간을 주/야 “각 5시간 생산 후 3시간 교육 등”으로 일방적으로 확정하여 발표했다고 전하며 “지금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만 일하여서는 라인이 가동될 수 없기 때문에 생산라인의 특성상 같은 시간에 일하고, 같은 시간에 쉬었다. 그럼에도 현대차(주)는 사내하청업체를 통하여 조기 퇴근을 지시했다.”며 분노했다.

이어 작년 6월 서울중앙지법은 아산공장에 대하여 “불법파견이며, 2년 경과된 비정규직은 현대차(주) 직원”이라는 판결, 올해 11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차(주) 아산공장의 사내하청으로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받고 있으며, 이를 시정하라’는 명령을 들며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을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고 강도 높게 현대자동차(주)를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지역 노동자들은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비정규직만 휴업 후 희망퇴직, 정리해고”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사회적인 문제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행위”를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현대자동차(주)의 “위기조장과 구조조정 추진”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부품사 노동자를 비롯한 주변부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충남본부 최용우 본부장은 “경제위기는 자본의 문제로 발생한 것인데 경제 위기로 인한 고통은 노동자가 짊어지고 있다. 경제위기의 고통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과 자본이 책임져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정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