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다던 LPG가격, 해명없이 되레 인상

[이정호의 1단기사로 본 세상]

1. 보름 만에 뒤집힌 LPG 가격 예고
  왼쪽부터 각각 12월 11일자 동아일보 B4면과 12월 26일자 한국경제 2면에 실린 기사

나는 만 9년 된 LPG 차를 갖고 있다. 9년 전 리터당 280원하던 가스 값이 요새 1200원으로 올라 연비까지 계산하면 휘발유보다 더 비싸다. 기름 값이 내리는 데도 LPG 값은 오히려 올라 답답했다. 지난 11일 동아일보는 위 왼쪽 기사에서 20일만 참으면 리터당 800원대로 대폭 내린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신문도 10일 인터넷판에 ‘LPG값 내달 큰 폭 하락 전망’이란 제목으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대부분의 신문이 이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보름 뒤 26일자 한국경제신문(위 오른쪽)은 LPG 세금이 리터당 18원 더 오른다고 보도한다. 수입가력 하락분을 반영하겠다는 보름 전 기사는 온데간데 없다. 보름 사이에 “내리겠다”에서 “오르겠다”로 바뀌었지만 아무 해명도 없이 보도하고 그만이다. 무슨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한국경제신문의 26일자 기사 끝부분엔 “지방자치단체별로 공공요금을 올리는 곳도 많다. 광주시는 이달 29일부터 택시기본요금을 1800원에서 2200원으로 400원 올리기로” 했다는 등 공공요금 인상 예고를 늘어놨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미 지난 11월초부터 택시요금을 같은 폭으로 올려 받고 있다. 따라서 이 기사의 핵심을 표현한 제목 ‘새해 초부터 줄줄이 인상 대기’도 틀린 말이다. 이미 올랐는데 무슨 예고 기사냐고.

2. 이렇게라도 지역감정 해소됐으면

  12월 27일자 서울신문 25면
26일 오후 4시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컨벤션홀에서 (재)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위원회 창립총회가 열렸다. 유치위원장에 부산 출신의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을 추대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 지역화합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정부와 여당내 ‘호남창구’역을 하면서 호남지역 국비 확보와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섰고, 최근엔 여수엑스포 유치특위 위원장으로 여수엑스포 유치에도 공헌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지난달 정 의원에게 한나라당 의원 최초로 광주명예시민증을 주었다.

언론사 총파업으로 여념이 없을 신재민 차관도 이날 광주 총회장을 찾아 “광주는 한번 실패를 경험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새로운 시작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인사말을 했다.

이렇게라도 지역감정이 해소됐으면 한다. 그런데 이런 대회 유치하면 광주전남지역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나. 얼마 뒤 요란하게 유치 효과를 부풀리는 용역보고서가 나돌면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인용하면 그만인가.

3. ‘깨진 안경알’만 중요하나

  12월 27일자 중앙일보 10면
자살한 남씨는 한국가스공사에서 건설본부장으로 일했다. 가스공사는 한국전력과 더불어 우리나라 302개 공기업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대규모 공공기관’에 속한다.

그만큼 현금 유동성이 크다는 소리다. 돈이 몰리는 곳에 비리가 있기 마련이다. 정부가 공기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하지만 내놓은 것이라곤 사람 자르고, 민영화하겠다는 외에 별 대안이 없어 보인다. 정부는 이를 두고 ‘공기업 선진화’라고 부른다.

남씨의 혐의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공기업의 본부장급 이상 고위직의 도덕적 해이만 다잡아도 공기업 구조조정은 손 안되고 코 풀 수 있다.

이 쉬운 방법을 두고 정부는 굳이 사람 자르고, 민영화하겠다고 벼른다. 참 이해하기 어렵다. 사람 자른다고 해봤자 10년 전처럼 임원, 간부, 정규직 다 살려두고 직접고용 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들만 수두룩하게 잘라서 숫자 채우기만 급급할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효율성이 생길 리 없다. 민영화한다고 당장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위 중앙일보의 1단 기사와 아래 한국일보의 같은 내용의 기사를 봐도 그런 내용은 없다. 단순히 사건기사일 뿐이다. 여러 언론이 남씨의 자살 배경을 한결같이 “비슷한 사례의 피의자가 중형을 선고받은데 따른 심적 부담”이라고 보도했다. 그것 뿐일까. 깊이 들어가면 여지껏 그 정도의 공기업 비리간부에게 혜량을 베풀던 우리 사법부의 표변이 남씨의 자살을 부채질하진 않았는지.

더 문제는 아래 한국일보 기사다. 남씨의 자살 수법(깨진 안경알)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모방범죄나 망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이런 류의 사실묘사는 우리 언론의 고질병 중 하나다. 남씨의 구체적인 자살 방법보다는 늘 말하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의 치유책을 찾아나가려는 탐색이 필요했다.
  12월 27일자 한국일보 6면


  12월 26일자 한국경제 6면
지난 22일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4차 방안’ 발표 전후로 공기업들이 앞다퉈 10~15% 인력 감축과 임금 삭감을 숫자로 내놓았다.

정부는 정도가 심해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한발 물러서 인위적으로 사람 줄이라는 지침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오른쪽 한국경제신문의 ‘공무원 수 줄이면 ‘인센티브’ 준다’는 기사는 정부의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낸 기사다.

기사 안을 들여다보면 이런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강만수 장관이라고 한다. 아이디어는 무슨 아이디어. 10년 김대중 정권 때도 정부는 똑같은 짓을 했고, 노무현 정권 때도 행자부가 사람 많이 자르는 지자체에 교부금을 더 많이 내려준다는 시책을 폈다.
태그

지역감정 , 중앙일보 , 한국일보 , 공공기관 , 동아일보 , 한국경제신문 , 박광태 , 한국가스공사 , LPG , 정의화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이정호 편집국장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가관

    네이버에 당당하게 참세상과 미디어스라는 곳에서 맞지도 않는 기사를 게재하였는데, 이제는 사실확인하고 내려야 되지 않을까요?

  • 김윤경

    엘피지가격하락은 그대로인데, 그간 억제되었던 유류세는 리터당18원 이상되어 실질적인 엘피지 판매가격은 800원대로 가는게 맞는말 아닌가요??? 리터당18원이 오르는게 지금가격에서 오르는것이 아니라 인하된 판매가격에 18원이 붙는다는..... 아무튼 우리가 몸소 체험하게 되는 엘피지 가격은 800원대로 가는게 맞는말같은데, 이 글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 요리왕

    저도 처음에는 1번 기사를 보고 이게 뭔 소리야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1월이 되어 봐야 알겠지만 26일자 경제신문이 내용은 좀 불친절하다고 생각되네요. 가격이 무조건 오른다는 식으로 게재되어 있으니까..

  • 기가찬

    제대로 알고 기사를 써야..기사만 보구 기름 넣다가 손해본 사람은 어쩌라구.

  • 기가찬

    이정호 당신 제대로 알고 제대로 기사 올려..짜증나네..당신 기사는 마치 인상이 된걸로 쓰여졌는데..당신때에 손해봤어

  • 서민

    일거리를 만들어 고용효과를 높이는 것이 능력이지요.
    내 사람으로 바꾸는 역겨운 짓은 누구나 할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인품이 부족하고, 능력이 없고, 돈과 권력에만 혈안이 된 부좃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webma781

    내용을 입력하세요

  • sasimibs

    내용을 입력하세요

  • kukuday

    내용을 입력하세요

  • gymoon

    내용을 입력하세요

  • puchong7

    내용을 입력하세요

  • jjy1773

    내용을 입력하세요

  • 36dol

    내용을 입력하세요

  • jongsaa

    내용을 입력하세요

  • css-jjang

    내용을 입력하세요

  • cyberjh7

    내용을 입력하세요

  • cgc3539

    내용을 입력하세요

  • blankhouse

    내용을 입력하세요

  • pakssang2000

    내용을 입력하세요

  • 현상섭

    정말 서민들 사용하는 연료는 좀 내려라.. 부자들이 사용하는 연료는 좀 올리고.. 이런 망할놈의 세상아~~~